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이어져 온 미-북 정상 간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독재자를 미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화 창구를 열어놓되 제재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 강조돼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특별한 관계’에 대체로 비판적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김 위원장의 신변과 관련한 각종 추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상 간 친분에 초점이 맞춰져 온 미북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미북 간 대화는 필요하지만, 정상 간 친분에 우선순위를 둬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 전 주한미국 대사
“원칙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소통 창구를 열어놔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친서 교환 등으로 유지된 미북 정상 간 관계의 한계를 지난 2년 동안 봐왔습니다.”
두 정상 간 친분과 친서 교환에도 불구하고 실제 협상의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며, 양국 관계와 북한의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김정은은 친서를 잘 받았다고 공개한 뒤에도 무기 실험을 계속해 왔으며, 실제로 개인적 친분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정상 간 특별한 관계 유지 속에 핵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북한의 행동이 더 위험하다고 우려했습니다.
취임 후 1년간 강력한 대북 억지와 인권 개선 의지를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접근법을 바꾼 것이 전략적 변화라고 하더라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평가도 제기됐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을 칭찬함으로써 그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이런 접근법은 김정은으로 하여금 자신의 전략이 효과가 있고 세상이 자신에게 굽신거린다는 믿음을 강화시켜 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전략이 통한다고 믿게 만들고 제재 완화 실패에 대한 북한 엘리트 계층의 불만을 극복하게 도와줄 뿐 입니다.”
하지만 북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이 아니라 최대 압박으로 대표되는 제재 압박이라며, 대통령의 말이 아닌 실제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밀한 표출과는 대조적으로 실제 대북 압박은 오히려 더 강화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양보도 없이 제재를 그대로 유지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 앤젤로주립대 교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압박을 강화할 이유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가 바로 그런 이유가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외교 정책 당국자들이 미북 정상 간 친밀함 표출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더는 북한 문제에서 거둔 성공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는 만큼 현재 대북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