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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트럼프 작심 비판 “허위정보 속에서 살고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키이우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키이우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허위정보의 거품 속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이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18일)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관련 미국-러시아 회담 결과와,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 내용을 조목 조목 따졌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대선 실시도 막고 있다는 잘못된 주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내세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현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허위정보의 거품 속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 트럼프 “선거 안 한 사실 인정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18일) 저녁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사저에서 회견을 통해,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진행된 미-러 장관급 회담 결과를 평가했습니다.

발언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선거를 치르지 않은 비상계엄 상태”라고 지적하고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의 지지율은 4%에 불과하고 나라는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종전 협상에서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자리(협상 테이블)에 있기를 원한다면,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를 치르지 않은 사실부터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임기가 종료됐으나, 전시 상황에 따른 계엄령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를 통치하고 있습니다.

작년 3월 실시 예정이었던 대선은 취소됐고, 언제 치를지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불법 대통령’으로 규정하고,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 “젤렌스키에 어두운 시기”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회견에서 이런 맥락을 짚어낸 데 대해, 미국의 새 행정부가 러시아의 시각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유럽 매체들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젤렌스키 정권이 평화의 대가로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텔레그래프 신문도 “미국과 러시아가 함께 젤렌스키를 밀어내고 있다"며 “젤렌스키에게 가장 어두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이날(18일) 러시아 당국에서도 같은 취지의 언급이 나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러 장관급 회담 평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도 종전 협상 참여의 문이 열려있다고 밝힌 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법적 근거를 어떻게 확보할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지지율 4% 아닌 52%”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집중 보도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이 4%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민 52%가 젤렌스키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온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작년 12월 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러시아 침략 희석 의도”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도 전쟁 책임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맹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18일) 회견 도중 “우크라이나는 3년 전에 전쟁을 끝낼 수도 있었다”고 말한 뒤 “아니,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푸틴이 침공했을 때 왜 저항했냐는 이야기와 다름없는 인식’이라며 맹비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관해 “러시아의 침략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적인 시도”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침략자, 우크라이나는 피해자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침략을 분쟁(conflict)이라고 표현하는 인식조차도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 “양보 강요 모든 제안 일축”

미국과 러시아는 18일 장관급 회담에서 ‘미-러 양국관계 정상화’,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고위 협상팀 구성’,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공조’, ‘향후 지속적 협력’ 등4개항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같은 회담 결과에 관해, 침략자인 러시아를 미국이 아무 대가 없이 협상장으로 불러내 미-러 관계 정상화라는 선물을 안겨줌으로써,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 뿐이라고 19일 회견에서 주장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영토 문제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큰 양보를 강요할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에 광범위한 양보를 해야 한다는 어떤 제안도 일축”할 것이라고 못박은 뒤 “이(영토 문제 등 양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켈로그 특사 키이우 방문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날(19일) 키이우를 방문한 키스 켈로그 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를 언급하고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보라”고 요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서,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절반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미국의 ‘광물 협정 초안’에 대해 “나라를 팔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함께, 현재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지원이 감소할 경우 유럽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필요 이해”

켈로그 특사는 19일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주요 당국자들을 만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켈로그 특사는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우려를 파악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왔다”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켈로그 특사는 아울러 “미국은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고 강조하고, “이는 지역과 세계에 이로운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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