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어려운 국제 경제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높은 수출 실적을 기록한 것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 동맹인 미국과의 협력이 더욱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박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미 오버비 전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수석 부회장은 20일 VOA에 반도체 등 주요 IT 품목에 대한 한국의 지속적인 투자와 미국 시장의 수요가 한국의 지난해 수출 호조를 견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전 부회장] “I think Korea's dominant in the global memory CHiP building. I think the Korea has done a great job with investment in research and development to stay ahead. I think the companies in Korea are very wise to put so much into R&D because your neighbor China very much wants to catch up. So but Korea really has a strong lead. But I also think it's the US market demand. The chips that we buy from Korea are used in smartphones and servers and AI devices and there's been strong global demand there.”
오버비 전 부회장은 “한국이 글로벌 메모리 칩 제조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해당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큰 투자를 해왔고,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진단했습니다.
기존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IT 핵심 부품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고 시장 지배적 위치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세계 최대 시장이자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의 수요 증가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며, “미국이 한국에서 구매한 칩은 스마트폰, 서버, 인공지능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강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 한국의 수출 실적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총 수출액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6천838억 달러로,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2022년의 6천836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는 전년 대비 44% 증가한 1천419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고, 자동차 수출은 708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IRA·반도체법’, 한국 주력산업 대미 수출 기여”
톰 래미지 한미경제연구소(KEI) 경제분석관은 2022년에 시행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 한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의 대미 수출 및 투자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래미지 분석관] “There were two major investment programs in the United States that really brought Korean investment and product into the United States, into the country. And of course that was the 2022 Inflation Reduction Act, the IRA as well as the Chips and Science Act. Now the IRA works to not only give consumers a 7500 tax credit toward buying an electric vehicle it also included a number of advanced vehicle technology manufacturing subsidies for suppliers in the United States and Korean companies poured into US manufacturing centers for battery production for EV production for auto parts production, wind, solar, wind cable. All of these were a huge part of what was what has been called a K investment wave in the United States.”
래미지 분석관은 IRA가 미국 내 공급업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첨단 차량 기술 제조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와 자동차 부품 생산뿐만 아니라 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 전기차 관련 생산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기업들이 반도체법의 혜택을 활용해 미국의 대규모 투자와 공급망에 참여하면서 대미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현지 생산 부품 수출, 기술 이전 수익, 첨단 소재 공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미 수출과 영향력을 확대해왔다고 강조하며, “이 모든 것이 미국에서 'K-투자 붐'이라고 불리는 현상의 핵심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는 각각 1천278억달러, 557억 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0.5% 증가했으며, 2018년부터 7년 연속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전년 대비 8% 증가한 342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 대미 수출의 26.8%를 차지했고, 반도체 역시 103억 달러를 기록해 세 번째 높은 대미 수출 기여도를 자랑했습니다.
“트럼프 정부,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 강화할 것”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의 수출 호조가 새해에는 여러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특히 후보 시절부터 무역 적자 해소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박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VOA에 “지난 2년 동안 미국과의 무역 흑자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면서 “이는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의 주목을 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South Korea is particularly vulnerable because its trade surplus with the United States has soared to record levels in the last two years, no doubt catching the attention of the incoming president. Trump has the delegated authority to raise tariffs by executive order, as he did in his first term and as President Joe Biden did more recently. However, Trump may seek congressional approvals to authorize more permanent tariff schedules something that may prove more challenging. What seems most certain at this point is some increases in tariffs, which officials of the Trump administration will likely use as leverage to negotiate bilateral deals. South Korea should thus prepare for the possibility of renegotiating the Korea-US FTA.”
브라운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관세를 인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과 보다 영구적인 관세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의회의 승인을 모색할 수도 있다며, “한국이 특히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관세 인상 압박은 상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하다고 비판해온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IRA 등 ‘폐기 및 축소’ 대안 마련해야”
브라운 교수는 또 한국의 대미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해 온 IRA와 반도체 과학법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The US Inflation Reduction Act (IRA) and the CHIPS and Science Act, which were constructed by the Biden administration, are likely targets of the Trump administration. Facing Republican criticism for their contribution to the US sovereign debt and market intervention, the Trump administration will likely aim to redirect the trillion-dollar spending packages, if not dissolve them.”
“해당 법안들은 미국의 국가 부채 증가와 시장 개입에 기여했다는 공화당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더라도 수조 달러에 달하는 예산 지출을 재조정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법안이 축소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기존 투자뿐 아니라 향후 투자와 수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속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적 혼란, 한국 경제 대응에 걸림돌 될 우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따른 탄핵 및 체포 사태를 겪는 등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한국 경제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 고문을 지낸 클로드 바필드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과 관세 및 무역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이러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바필드 연구원] “I think it's an unfortunate time for turmoil in Korea because you South Korea will need to have strong representation in Washington. That's going to be something that the Korea and other nations, trading and investment nations around the world have to watch closely.”
바필드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는 지금이 “한국이 워싱턴에서 강력한 대표성을 가져야 할 시기”라며, 한국의 정치적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든 관계없이 정치권이 합심해 한국의 경제적 안정성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한, 전략적 경제 협력 분야 많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핵심 동맹과의 협력과 투자 유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한 양국이 경제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톰 래미지 분석관은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고대역폭 메모리 기술 수출 통제는 물론,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커넥티드 차량 기술에 대해서도 중국 부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대중국 경쟁에 있어 미국에게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래미지 분석관] “Now this is also a critical period as the United States has implemented controls on high bandwidth memory technologies export to China as well as connected vehicle technologies which would comprise electric vehicles not having Chinese parts that will all require cooperation by Korea and other economic allies of the United States to be successful."
그러면서 “이러한 조치들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경제 동맹국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와 반도체 부품의 수요가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보다는 화석연료로의 회귀를 공언한 트럼프 행정부가 액화천연가스 개발 및 수출 확대에 대해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이 에너지 수입 부문에서 일부 협력함으로써 관세 정책이나 주력 산업 수출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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