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는 약 3만4천 명에 달하는 탈북민이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북한에서 탈출했는데요. VOA가 이들의 사연을 들어보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자유를 찾아서’ 탈북 작가로 활동하는 전주영 씨의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전주영 씨는 북한에서 운전직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어떤 일이 줘도 그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누구보다 성실히 근무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전주영 씨] “운전직이라는 거는, 여기서 쉽게 말하면 수행비서 같은 그런 개념에서 직업이에요. 여기서도 공감대를 가진 적이 있는데요. 국회의원의 전문 수행비서로 하면서 운전직을 맡는다 그러면 제가 했던 부분들이랑 분야가 거의 비슷하게 겹치더라고요. 저도 공공직에서 그렇게 일을 했어요. 공공직에서 일하면서 비서 겸, 근데 비서라고 하기에는 너무 표현이 거대하고요. 비서보다는 그냥 운전직에 충실한 그런 직업을 했어요. 그리고 제가 모시고 다니는 분도 간부였고 그래서 그런 일을 충실하게 하다가 제가 오는 순간까지 일을 했어요. 저는 항상 저의 직업에 충실한 내면의 소유자예요. 그래서 항상 책임감을 느끼고 모든 일을 해왔어요.”
하지만 전주영 씨의 가족은 북한에 없었습니다. 이미 탈북했기 때문인데요. 이것이 그가 탈북을 결심한 큰 이유가 됐다고 합니다.
[녹취: 전주영 씨] “저를 가장 이끌었던 분은 가족이라고 봐요. 여기 지금 가족들이, 먼저 와 있었어요. 그래서 항상 그런 거 있잖아요. 멀리 외국에 유학 가 있는 자식이라든가 그런 부분이 있으면 뭐 건강한지, 생존하고 있는지 이런 걸 항상 관심을 두잖아요. 우리 가족들도 똑같았어요. 저 북한에 홀로 남겨뒀을 때 과연 내가 잘살고 있는지, 부족함이 없는지, 살아있는지 그래서 가족들이 저한테, 아마 저를 여기에 오게끔 많이 이끌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제시하면서, 네가 여기 오면 정말 선택권이 많고, 공부를 더 많이 할 수도 있고, 네가 할 수 있는 것도 무엇이든지 네가 생각만 하면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로 온 것 같아요.”
가족의 설득 끝에 자유가 있는 한국에 왔지만, 정착 초기 전주영 씨는 북한 생활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전주영 씨] “처음에는 후회 같은 후회를 했어요. 그러니까 후회가 아니라, 후회면 제가 여기 정말 지금까지 살지는 않았겠죠. 근데 후회 같은 후회, 그러니까 한마디로 아쉬운 표현인데요. 이게 뭐냐면요. 북한에서는 저를 인정해 주고 저의 인맥이라고 할까요? 저의 터전이라 할까요. 그런 것들이 정말 단단하게 내재해 있었어요. 정말 그거는 저의 인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제가 뭘 하든 정말 필요가 되고 제가 이걸 꼭 해야 하겠다고 하면 인맥을 통해서 그거를 부탁하거나 그러면 그것이 이루어지고 가능했어요. 그런데 이 땅에 오니까 정말 0이잖아요. 근데 그 0에서부터 시작하니까 정말 저로서는 막연하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그래서 어쨌든 가족이 있고 하니까 가족을 믿고, 나를 믿고 이 사회의 문을 두드리자, 그랬습니다.”
북한에서 쌓아온 경력과 인맥을 포기하고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정착 생활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어렸을 적 관심 있던 그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죠.
[녹취: 전주영 씨] “한국에 온 지가 올해 들어서 9년쯤 됐는데 한국에 오고부터 현재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공간에 와서 세상을 둘러보니까 정말 나에게 주어지는 그런 혜택이라 할까, 선택권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일단 하나씩 모아 들어가자, 무엇을 먹고 들어갈까? 생각했다가 일단 나의 손재주를 믿고 과감히 도전한 거죠. 도전하다 보니까 문을 두드리는 사람만의 문이 열린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림이라는 그 공간 속에 뛰어들었고...”
손재주가 뛰어났던 전주영 씨는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한국에서 미술대학으로 뛰어난 홍익대학교에 들어간 건데요. 전주영 씨는 한국에 와 배우고 싶었던 것, 하고 싶었던 것을 다 이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전주영 씨] “정말 욕심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욕망이라고 할까요? 제가 불러온 그런 내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무엇이든 다 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 어느 거 하나라는 욕심을 놔야 하는데, 저는 무엇이든지, 뭐든 다 내가 가지고 싶고 내가 소유하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그림을 전공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전했는데요. 탈북 작가 전주영 씨의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