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 중인 한국 정부는 당분간 북한과의 갈등을 관리하고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취지의 신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에 대응해 고위급 소통을 조기 추진하고 미북 대화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외교 안보 부처들이 신년 계획을 밝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16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습니다.
통일부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올해 업무 추진 방향으로 꼽았습니다.
긴장 고조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겁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국내 정세를 고려해 국민 안심을 위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앞서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후인 지난달 12일 대북전단 관련 단체에 “신중 판단”을 요청했고, 이후 현재까지 명시적인 대북전단 살포 계획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광복절에 발표한 ‘통일 독트린’에 대해서도 기조를 유지하되, 구체적인 내용을 정세를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통일부의 대통령 보고에서 세 가지 핵심과제에 포함된 ‘북한 변화 유도’와 관련 세부 과제인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강화’ 표현은 올해 추진계획에서는 빠졌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권력 공백 상태, 과도기가 최소한 6개월은 갈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6개월 동안 북한과의 마찰 때문에 이 과도기가 위태로워지는 걸 방지하겠다, 그래서 과도기 동안엔 가능하면 북한과의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정부는 남북관계 단절과 한반도 긴장 등을 이유로 작년부터 민간의 대북 접촉을 사실상 불허해 온 기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에 대해 “대화에 열려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지만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과제는 추진 계획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외교부 신년 계획의 주요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외교부는 올해 주요 추진과제를 발표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미한동맹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미한 간 신규 협력 분야를 발굴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와도 미한일 협력 모멘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권한대행 체제 아래 미한동맹의 안정적 발전을 모색하고 미국 신 행정부와의 활발한 고위급 교류 전개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오는 20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조기 방미를 포함해 미한 간 고위급 소통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 외교장관의 방미를 비롯해 고위급 소통과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교부는 아울러 “긴밀한 미한 정책 조율을 통해 미북대화 추진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탄핵 정국에 따른 리더십 공백 속에서도 북 핵 위협 고조 등 트럼프 행정부와 조율해야 할 엄중한 과제가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 적극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개진하겠다는 게 외교부의 의지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초기에 전략들이 가다듬어지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외교부도 그걸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핵심적인 전환적 국면에서의 과제로 북 핵 문제 대응을 둘러싼 한미간 협력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 국익을 갖고 같이 협의하는 건 불가피하지 않나 싶어요.”
진행자) 한국 정부는 아무래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북한의 움직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장용석 박사는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그동안 단절됐던 미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며 미국과의 힘의 관계에서 새 틀을 만들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위치를 점하기 위해 한반도 불안정을 급격히 끌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한국은 한편으론 상황을 관리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칫 나타날 수 있는, 미북 양자가 주도하는 한반도 정세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미국과의 협의가 절박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최근 연이어 미국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도발도 했고 미국을 향해서 초강경 대미정책을 언급한 만큼 초기부터 뭔가 기선을 제압하고 몸값을 높이기 위한 추가 도발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건 또 우리 한미동맹이 대비를 해야 하는 측면도 있고요.”
진행자) 국방부가 보고한 신년 계획에선 어떤 점들이 눈에 띄나요?
기자) 국방부는 올해 대북 감시정찰 능력을 갖추기 위해 정찰위성 5기를 가동하고 북한의 공격을 막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양산을 1분기 중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선 올해 안에 합성개구레이더, 사(SAR) 위성 2기를 추가 발사해 사 위성 총 4기와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 1기 등 총 5기의 고해상도 중대형 정찰위성을 확보하는 ‘425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북한의 도발과 핵과 미사일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24시간 감시, 도발 시 응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425 사업 위성 5기가 모두 전력화되면 2시간 간격으로 북한의 주요시설 정보를 위성사진과 영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실제 한반도에 관한 중요한 정보들 특히 실시간 감시는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는 부분이 컸습니다만 이번에 4.25 위성 5기를 모두 올리게 되면 2시간 간격으로 한반도 특히 북한의 전략적 움직임을 스스로 감시,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겨서 3축 체계 역량을 강화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국방부가 1분기 중 양산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L-SAM은 종말단계 상층에서 고도 50~60km 요격을 맡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대공미사일 ‘패트리엇’과 ‘천궁-2’등의 종말단계 하층방어체계, 40~150km를 담당하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함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게 됩니다.
진행자) 미한 그리고 미한일 안보 협력에 대해선 어떤 계획들이 보고됐나요?
기자) 국방부는 상반기 ‘프리덤실드’ 그리고 하반기 ‘을지 프리덤 실드’ 미한 연합연습 기간 중 최근 전쟁 양상을 반영한 훈련을 시행하고 여단급 이상 부대의 대규모 연합 야외기동 훈련을 확대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와 ‘워싱턴 선언’을 토대로 미한 핵협의그룹(NCG)을 출범하고 ‘미한 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을 가동한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도 적극 소통해 미한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킨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한일의 다년간 훈련계획을 사전 수립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3자 훈련을 시행할 것”이라며 “장관, 합참의장, 차관보 등 고위급 협의 정례화로 3자 안보협력 모멘텀을 강화하고,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 정착을 통해 북한 핵과 미사일 대응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