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미한동맹 관계가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 해소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김시영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에서 미한 동맹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윤 대통령 탄핵 사태 등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 상황이 겹치면서 양국 관계도 불안정할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미 카터 대통령 이후 미한 동맹이 가장 불안정한 시기”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만약 윤 대통령이 파면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추진해온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엔 트럼프 진영과 민주당 진영 내 모두 동맹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만큼 “초기 몇 달은 상당히 험난한 여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식의 과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등거리 외교 정책 대신 강력한 미한 동맹과 미한일 3국 협력을 추진했는데요. 미국은 전 세계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죠.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중 강경책을 예고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강경책을 취한다면 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진행자) 대중 문제뿐 아니라 다른 정치적 사안에서도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의 이념적∙정치적 성향 차이가 매우 커서 중국 문제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대북∙대러 정책, 일본과의 협력 문제, 심지어 동맹 자체에서도 의견 충돌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런 이견을 관리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이미 협상이 종료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재협상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는 집권 1기는 물론 선거 유세 기간에도 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4월 미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이 “아주 부유한 나라”인데 왜 미군을 두고 방어해야 하느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또 지난해 10월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가진 대담에선 “그들(한국)은 ‘머니 머신(현금 자동 지급기)’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They have a money machine. We protect them from North Korea and other people. North Korea is very nuclear. I got along with them very well, Kim Jong-un. But they don’t pay us anything.”
그러면서 미국이 핵을 가진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해 주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에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사실이 아니지만요.
진행자) 주한미군 철수나 병력 감축 우려도 끊이지 않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 철수나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주한미군 철수나 병력 감축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 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트럼프는 협상가이며 항상 미국을 위한 최선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협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위협적인 발언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결국 ‘주한미군 철수’ 같은 발언은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 기술이란 설명입니다.
앤드류 여 석좌도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강경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려면 군사적 측면에서 미군이 역내에 주둔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한반도를 제외하고는 아시아 대륙에 군대가 주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나 병력 감축은 미국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 사안이 미한 동맹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네, 트럼프 새 행정부가 1기 때처럼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 국정원도 최근 “트럼프 스스로 과거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성사를 대표적인 자신의 제1기 성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과 대화 추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딜’ 형태도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미북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될 것이라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는 지난달 VOA와 영상통화에서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어떤 채널도 거치지 않을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며 “1기 때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매우 불신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직접 핵 협상을 했던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13일 VOA에 ‘코리아 패싱’ 같은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Well, I just don't think that's going to happen. I don't think that we had Korea passing in the past. Certainly I've been involved with the Republic of Korea in our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in the 6 party talks we have always worked in tandem.”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때는 한국에 투명하게 모든 걸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심해질 거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 적자 해소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센터장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초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상무부 차관을 역임한 윌리엄 라인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경제석좌도 “트럼프가 첫 임기 때 미국이 양자 간 무역에서 적자를 크게 보는 국가를 표적으로 삼았다”면서 “한국도 계속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대중 견제에 한국의 동참을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고요?
기자) 전 세계에서 중국과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중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일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 통제 강화’ 방안으로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추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이 같은 기술 이전 통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에도 이에 동참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진행자) 한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을 피할 방법이 있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지난해 한국이 미국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었고, 이런 투자 중 많은 부분이 첨단기술과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패널 등에 집중돼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첨단 제조 역량 회복을 돕고, 21세기 미국인들에게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점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에도 관심을 보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직후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VOA에 “조선업은 미 해군이 중국과 경쟁하는 데 있어 아주 큰 문제”라면서 “한국은 조선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국가들 중 하나인 만큼 조선업 협력은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이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조선업 외에 또 어떤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을까요?
기자)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조선업뿐 아니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상업용 원전, 방위산업 분야 등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 일본 3국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은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미한일 3국 협력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과 관련된 여러 잠재적 위협을 방어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미 시작됐고 일부는 트럼프 1기 때부터 시작됐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협력은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금까지 김시영 기자로부터 트럼프 행정부 2기, 미국과 한국의 정치∙경제적 관계에 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