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말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낸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 출범에 앞서 정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황과 북한-러시아 간 관계 변화가 향후 미북 대화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30일 북한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미 메시지를 낸 데 대해 매우 모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대미 최강경 대응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표현을 하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과거에 비해 어조가 상당히 부드러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북한이 한 발 물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무엇을 할지를 주시하면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구체적인 내용이 거의 없었고, 미국에 대한 최강경 대응 전략이라는 표현을 제외하면 훨씬 더 적대적인 표현과 위협이 사용되던 다른 해에 비해 미국에 대한 어조가 상당히 부드러웠습니다. 반면 과거 보였던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듯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3일부터 27일까지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을 비난하면서 최강경 대미대응 전략을 실시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도 북한이 현재로서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선택지를 열어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위한 대가를 크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전 미 국가정보위 북한 담당 분석관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서 앞으로 4년 동안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는 미국과 대화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싱가포르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았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김정은은 이 부분이 가장 큰 불만이었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발신한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자신들이 정한 방향과 목표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말로 강력한 제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북한이 이미 결정한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그 경로에서 조기에 벗어나게 하려면 정말 강력한 제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국가 주권을 강조하고, 명예를 강조하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어떤 접근 방식에 대해서도 우선순위를 두고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2025년 새해에 미북 관계에 영향을 줄 변수로 우크라이나 전황과 북러 관계 변화 가능성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북러 협상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합의를 이끌어 낼 경우 북한은 다시 고립으로 돌아가거나 미국에 접근하는 선택지를 고려하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