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는 약 3만4천 명에 달하는 탈북민이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북한에서 탈출했는데요. VOA가 이들의 사연을 들어보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자유를 찾아서’, 오늘은 아코디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민 이효주 씨의 세 번째 이야기, 동예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하나원을 졸업한 이효주 씨는 한국 문화에 적응할 새도 없이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동시에 했습니다. 감자탕집 서빙 일부터 지인 소개로 예술단 활동을 시작하게 되죠.
[녹취: 이효주 씨] “하나원에 있던 언니가 그 남편분이 여기 먼저 와서 예술단 같은 걸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아코디언 연주한다는 걸 알고, 하나원에서 제가 한 번 또 졸업식 같은 거 할 때 공연했는데 아코디언을 연주했으니까 소개해 줘서 일단 민속 예술단으로 들어가는 길이 됐고, 그다음 두 번째로 하나원 삼정 대안학교 있잖아요. 그 교장 선생님이 교육을 한 번 오셨는데 제가 음악 교원을 했다고 이야기하면서 그게 또 인연이 돼서 2012년부터 대안학교에 들어갔고 쭉 16년까지 했거든요. 그리고 민속예술단에서 계속 공연도 했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 덕분에 그 재간으로 돈을 벌어서 애들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전국을 다니며 아코디언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고요. 삼정 학교 방과후 학교 강사로
또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2012년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에서 한국 시민을 대상으로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교육 강사로도 활동했죠.
[녹취: 이효주 씨] “가르치는 거죠. 학생들 가르치고 전쟁 기념관 교육 강사...그러니까 제가 원래 천성 쪽으로 교사의 이게 제 적성에 맞는가 봐요. 그래서 그걸 하면서도 지치지 않더라고요. 북한 교육에 대해서 우리 일반 시민들 관심이 적잖아요. 기념관에 오는 분들한테 그곳을, 우리 학생들도 그렇고 재밌게 하려면 그 사람들의 세계도 제가 알아야 하고 그래서 2016년에 또 그냥 경험만 알려주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2016년에 대학원 들어가서 석사 과정 받고 졸업시험 합격했더라고요. 이제는 논문만 쓰면 됩니다. 박사 논문.”
북한의 실상을 전하는 교육 강사인 만큼 이효주 씨는 책임감을 느끼고 자기 고향인 북한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졸업 시험까지 통과했고요.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효주 씨] “석사 논문 주제는 제가 북한에서 하던 일이죠. 음악 예술인 양성 연구, 음악예술인 양성에 대해서 전문예술인하고 비전문 예술인으로 나눠서 이렇게 발표했고요. 박사 논문은 지금 생각 중입니다. 핵심은 그거죠. 북한이 음악 예술인 양성하는 것에 있어서 예술의 대중화가 기본인데 거기에서 이거는 그냥 체제 선전을 위한 맥락에서 하는 거고, 우리가 지금 ‘모란봉 악단’의 그런 멤버들은 예술 교육 체계 내에서 피라미드식 교육을 하거든요. 북한은, 그러니까 계속 그렇게 피라미드식으로 쌓아서 결국 북한에 제일 명문대는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이잖아요. 거기에 가는 최종점은 세계화에 걸맞은 음악예술인을 양성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최종 목표인 거고 나머지는 체제 선전을 위해서 필요한 예술의 대중화에 쓰이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되는 거죠.”
이효주 씨는 전쟁기념관에서 계약직 교육 강사로 3년 동안 일했고요. 그 뒤 정규직으로 채용돼 모두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활동했습니다. 2021년, 전쟁기념관 교육 강사로서의 활동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앞으로 북한 연구에 관한 박사 논문은 곧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이효주 씨] “재밌어요. 그러니까 어떤 게 재밌는가 하면요. 여기 연구자가 엄청 많잖아요. 교수들도 많고 연구자들도 많고 한데 그분들이 모르는 걸 저는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실재랄까? 어떻게 보면 문화라는 것이 되게 광범위하지만, 또 그것을 일상과 접목해서, 그러니까 실재를 접목하는 건 저는 한마디로 체험자니까 경험자고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게 꽤 재미있었어요. 그러니까 저의 질문은 항상 이런 거죠. 북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여기 한국분들의 사고 체계가, 의식 체계가 같냐? 어떻게 보면 이런 게 제일... 근데 예술선전 대중화에 의해서 북한 음악 정치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북한 주민의 의식은 분명히 다르거든요.”
그러면서 이효주 씨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박사 논문을 풀어가고 싶다고 전했고요.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 과정을 즐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효주 씨] “이제는 나이도 있고요. 그래서 이 과정을 그냥 즐길 뿐입니다. 이 과정을 즐기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어떻게 보면 하나하나가 여기 연구자가 할 수 없는 그런 실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죠. 연구 주제예요. 그냥 일반 에세이나 소설 이런 것도 사실은 쓰고 싶은데 거기까지는 제가 능력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한국에 정착해서도 아코디언을 가르치며 공연하러 다니고, 또 교육 강사로서 북한 실상을 알린 이효주 씨. 현재는 또 새로운 일을 맡아 운영하고 있는데요. 아코디언 강사 탈북민 이효주 씨의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