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이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핵 무력을 한계 없이 강화하고 전쟁 준비 완성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과 서방의 군사 개입 확대 전쟁이라고 주장해, 북한군 파병을 공개하기 군심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북한의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4일과 15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 행사 연설을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핵 무력 강화 노선은 불가역적인 정책임을 거듭 확인했으며, 특히 지금 당장이라도 핵 무력이 전쟁억제의 사명과 제2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더욱 완벽한 가동태세를 갖추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한일 군사 협력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더 넓은 범위로 확대되고 있으며, 유사시 미제와 추종국가 군대들이 유엔이 아니라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 간판으로 조선반도 지역에 나타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 전쟁 준비 완성은 하루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과 서방이 실전 경험을 늘이고 군사적 개입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한 전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한 부분에 주목하면서 파병 소식이 북한 군과 사회에 알려지는 상황에서 군심을 다잡기 위해 10년 만에 이런 행사를 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우크라이나 참전 사실을 공개하기 전에 군 지휘관들을 모아놓고 그 정당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내부 단속을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인태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전쟁 준비와 현재 첨예한 국제정세라는 것을 김정은이 부연설명으로 상당히 오래 설명하고 많은 분량을 할해했습니다. 지금 러북관계에서 김정은이 모험을 하면서 군사적 지원하고 군수 지원, 두 가지를 다 행하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이 대회에서 사전 분위기 조성을 한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홍민 선임 연구위원은 전쟁 조기 종식 의지를 밝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새 행정부의 대외 정책과 대북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내용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홍민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트럼프 행정부가 전환적인 정책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이런 부분이 얼마나 지금 문제인지 이해를 해라. 그리고 우리가 결국 핵무기 고도화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책 변화를 해라’는 걸 유도하기 위한 메시지가 굉장히 강하게 깔려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도 핵 무력의 무한 확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미국이 한국과의 핵 동맹, 한일과의 군사공조 강화를 넘어 나토의 한반도 위협 가능성까지 언급한 김 위원장의 정세 인식이 주목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김 위원장이 추가 파병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더 깊이 관여할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