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아직도 전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들에 속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북한의 부패 문제는 과거부터 이어져 왔는데 김씨 일가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부패는 물론 생계 활동에 나서고 있는 일반 주민들에 대한 뇌물 강요가 북한 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오택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강양우)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는 28일 전 세계 180개 나라의 국가청렴도를 조사한 ‘2020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했습니다.
부패인식지수란 공공부문의 부패에 대한 정도를 0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로 환산한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청렴도가 우수한 나라로 평가하는데 이번에 북한은 18점으로 180개 나라 가운데 170위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각 부문에 대한 점수가 공개되지 않고 일부 부문에 대해서만 점수가 공개됐는데 정경유착 등 정치 부패를 따지는 정치위험관리그룹의 국가위험지수에서 15점을 기록하는 등 공개된 부문 대부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부패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같은 기관에서 공개한 지수에서 북한은 올해보다 더 낮은 172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11월 미국의 기업 위험관리 회사의 ‘2020 뇌물 위험 메트릭스 보고서’는 북한이 194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니얼 콜린지 유엔 인권관은 지난 2019년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만연한 뇌물과 부패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대니얼 콜린지 / 유엔 인권관 (지난 2019년)
“이번 보고서는 북한 관리들의 무분별한 체포와 가혹한 처벌 위협은 생존을 모색하는 취약 계층에게 뇌물을 강요하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 운동가 박지현 씨는 북한의 뇌물 문제는 광범위하게 퍼진 일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여행 증명서를 떼려면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몰래 뇌물을 주고 또 장사를 하려면 안전보위 지도원에게 당연히 뇌물을 주니까…한 번 장사를 다녀오면 안전원이나 보위 지도원들이 꼭 찾아와요. (뇌물을) 달라는 거죠.”
조나단 코라도 코리아 소사이어티 정책 담당 국장은 북한에서 일상화된 뇌물은 결국 잘못된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북한에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줘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나단 코라도 / 코리아소사이어티 국장
“북한 관리들이 받는 낮은 급여와 감시의 부재 등은 특히 비공식 시장 경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합니다.”
이번 부패인식지수에서 1위는 88점을 기록한 덴마크와 뉴질랜드가 공동으로 차지했습니다. 또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가 85점으로 3위에 올라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