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청년들에 대해 인간개조론과 반사회주의 척결을 강조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정권 안정에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과 장마당 세대 출신 탈북 청년들이 지적했습니다. 외부 정보와 시장경제에 익숙한 청년들을 고리타분한 사상교양으로 개조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으로 반발만 더 커질 것이란 겁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개최한 6차 세포비서 대회에서 인간개조론과 교양 개조 등을 아홉 번이나 언급하면서 당이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 언행을 항상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이른바 장마당 세대로 지난 2019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장혁 씨는 이 같은 옛날 방식으로 장마당 세대를 개조하겠다는 최고지도자의 발상 자체가 무모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장혁 / 탈북민
사회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올드한 (옛날) 방식의 사상 교양을 계속한다고 사람들이 이기심을 다 버리고 맹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리들을 결국에는 질책하는 차원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실제 대중적인 사상적인 변화에는 아무 영향을 못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역시 북한 장마당 세대로 북한 무역업체 부대표를 지낸 탈북민 이현승 씨도 북한 정권이 단속과 통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중앙의 통제에서 벗어난 청년들이 안정적 정권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장마당 세대나 젊은 엘리트 그룹은 외부 정보 등을 통해 자본과 자유에 눈을 뜬 만큼 김정은에 대한 신뢰나 충성이 매우 낮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장마당 세대로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성주 씨는 인간개조론 표현 자체가 북한이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임을 증명해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성주 / 탈북민·미국 박사 과정
“인간을 개조한다? 이것은 21세기에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개인은 자기의 꿈이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자기의 생각이 있는데, 그것을 사회주의라는
그들만의 생각 속에 인간을 맞춰버린다는 거거든요. 그렇게 했을 때 이것은 개인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수령독재를 위해서 개인들의 행동은 없어도 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의 젊은 층은 사회주의보다는 자유와 자본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한국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2019~2020년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 10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북한에 있을 때 자본주의를 지지한 응답은 67.9%, 장사활동 경험자 사이에서는 78%가 자본주의를 더 선호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종민 /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
“매우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의 자유에 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자본주의 도입, 경제관리 방법 개선 등 개혁정책을 얘기하거나 외국과의 경협 확대 등 개방정책을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한 조건으로 꼽고 있습니다.”
전문가들과 장마당 세대 탈북민들은 반사회주의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압박이 단기적으로는 일부 성과를 거둘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권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주도의 통일 우려 때문에 개혁개방은 힘들겠지만, 북한 당국은 최소한 국내 경제를 작은 범위의 시장경제로 전환해 현 상황을 합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