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상으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습니다. 미한 연합훈련을 앞두고 핵 무력을 부각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선명)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미사일연합부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서해 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28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전략순항미사일들이 각각 7천961초와 7천973초 동안 1천587km 타원형 궤도를 따라 비행한 후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핵 억제력 구성부분들의 신뢰성과 운용성을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그 위력을 과시하는 것 자체가 전쟁 억제력의 책임적인 행사라고 자평했습니다.
또 강력한 공격력으로 담보되는 것이 가장 완성된 억제력이라며 핵 무력의 보다 철저한 임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해 들어 네 번째이자 지난달 25일 서해상으로 해상 또는 수중 대 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발사를 한 지 한 달여 만입니다.
지난달 6일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14일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은 수면 가까이 낮게 비행하며 낮은 언덕 위 저층 건물을 타격해 폭파했습니다.
외형상 핵 탄두 장착이 가능하며, 지상 대 지상, 지상 대 함정용으로 개발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형’이라는 분석입니다.
검은색 바탕에 탄두부와 하단부에 흰색 띠가 둘러진 외형과 발사 모습은 지난 2023년 3월 북한이 화살-1형이라고 밝히며 발사 훈련을 진행했을 때 공개한 미사일과 동일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 인지해 대비하고 있었으며, 세부 제원은 미한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상 건물 표적이 폭파되는 사진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욱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그동안 발사는 굉장히 여러 차례 있었는데 표적 파괴 능력을 보여주는 건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북한도 자신들이 이에 대한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상 순항미사일도 개발이 완료돼서 저런 정도의 정밀 타격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여요.”
한국 국방대학교 권용수 명예교수는 북한이 이번 훈련 목적을 ‘불의적인 화력 임무 수행 숙달’이라고 밝힌 것으로 미뤄 해당 미사일이 개발 단계를 넘어 운용 단계로 진입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객원연구원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미사일 발사가 지상 플랫폼에서 이뤄진 훈련 성격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수상 또는 수중 발사 플랫폼 개발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장용석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신포 쪽에서 만드는 잠수함뿐만 아니라 대형 함정을 건조해야 하고 그래서 남포 쪽에서 대형 함정을 건조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들을 보면 어쨌거나 발사 플랫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 같진 않아요.”
한국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발사 훈련이 다음 달 미한 연합연습 ‘프리덤실드’를 앞두고 무력시위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순항미사일은 저고도로 장시간 비행하고 변칙기동이 가능해 이번 발사도 미한 연합훈련에 맞춰 한반도에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의 핵 항공모함 등을 위협하려는 의도로도 분석됐습니다.
권용수 / 한국 국방대 명예교수
“사거리상으로 보면 일본 주요 미군기지들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만약 지난 1월 전력화된 전술핵 공격 잠수함에 탑재돼서 활동을 한다고 하면 어쩌면 미국령 괌까지도 타격할 수 있는, 그래서 사실은 심각하게 봐야 되거든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비핵화 원칙과 미한일 안보 공조 재확인, 대북 제재 국제 감시기구인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의 워싱턴 첫 회의 개최 등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대북 기조에 대응한 메시지로 분석했습니다.
홍민 /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의 트럼프 행정부 대북 태도가 전반적으로 어떤 면에선 상당히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는 모드처럼 모양이 갖춰져 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북한 입장에선 여기에 대해서 정면 대응할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홍 박사는 다만 북한이 미 본토와 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보단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을 공략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자극하는 것은 피하되 전략적 가치가 높은 무기 과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VOA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