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다자간 군축 협의체인 유엔 군축회의에서 유럽연합과 한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중 주요 회원국들이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 지원을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이 국제 안보를 위협한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24일 열린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 첫날, 유럽연합(EU)은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 지원을 비판하며 이를 러시아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레멘트 특사] “The EU reiterates its resolute condemnation of Russia's war of aggression. We strongly condemn support by third countries and actors and entities therein which enable Russia to sustain its war, including arms transfers and deepening military cooperation with the DPRK and Iran."
EU “북러 군사협력 심화, 러시아 전쟁 지속 지원”
스테판 클레멘트 EU 비확산·군축 특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EU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대한 단호한 규탄 입장을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 지속을 돕는 제3국과 관련 행위자, 단체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여기에는 북한·이란과의 군사 협력 심화와 무기 이전도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클레멘트 특사는 또한 핵 보유국과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군비 통제 및 군축에 대한 약속을 준수하며, 모든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한국 “북한 불법 활동, 국제 안보 위협”
한국 정부도 이날 회의에서 북러 군사 협력이 국제 안보를 더욱 불안정하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강인선 한국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대량의 치명적인 탄약과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1만 1천 명 이상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강 차관] “As witnessed, the illegal military cooperation between Russia and the DPRK is also further destabilizing international security. The DPRK not only delivered a massive amount of deadly munitions and ballistic missiles in violation of multiple UNSC resolutions, but also dispatched more than 11,000 troops to Russia. Young North Koreans are falling as cannon forwarders to support the survival of each regime. In turn, Russia provided anti-air missiles to Pyongyang and made an unacceptable statement that th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is a closed issue. This reminds us that the DPRK's illegal activities are not just a regional issue, but present and alarming security threats of affecting the entire international community.”
이어 “그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대공미사일을 제공했으며,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는 ‘종결된 사안’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은 북한의 불법 활동이 단순한 역내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가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차관은 또 북한이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시에, 핵무기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녹취: 강 차관] “In addition to its illicit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the DPRK is now openly threatening preemptive use of nuclear weapons. Only two months is into this year. It has already showcased the nuclear enrichment facilities and launched a so-called hypersonic IRBM and SRBMs all built and launched by violating UN sanctions. All of these are in total disregard of our collective efforts and achievements toward peace and security, including the NPT and the CTVT that this very conference negotiated.”
올해가 불과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은 이미 핵농축 시설을 공개하고,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모든 행위는 유엔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평화와 안보를 위해 이룩한 공동의 노력과 성과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절대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음을 강조하며,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도 이날 고위급 회기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비판하는 입장에 동참했습니다.
영국 “북한, 국제 의무 이행해야”
레이 콜린스 영국 외무차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면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용납할 수 없는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콜린스 차관] “North Korea continues its unacceptable advancement of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in clear breach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We urge North Korea to return to full compliance with the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and honor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in accordance with UN resolutions.”
이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의 완전한 준수로 복귀하고 유엔 결의에 따른 국제적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북한 핵 개발 중단시킬 것”
카밀 프티 프랑스 군축대사도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핵 확산 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며, 핵 위기가 계속 심화되고 있으며 집단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프티 군축대사] “we cannot ignore the proliferation crises. These continue to intensify and threaten our collective security. France remains together with its partners determined to prevent Iran from acquiring nuclear weapons but also to stop the development of the nuclear and ballistic arsenal of the DPRK.
그러면서 “프랑스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고,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겠다는 결의를 갖고 파트너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을 획득하고, 이란으로부터 드론과 미사일을 지원받음으로써 국제 비확산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습니다.
캐나다 “북한, 우크라전 개입 중단해야”
피터 맥두걸 캐나다 군축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잇단 미사일 시험은 긴장을 고조시키고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북한을 국제사회가 직면한 주요 위협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녹취: 맥두걸 군축대사] “The DPRK remains in flagrant violation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their successive missile tests are escalatory and dangerous. The DPRK must cease its nuclear weapons program and end its active participation in Russia's war against Ukraine.”
그러면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끝낼 것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북한을 포함해 65개 회원국의 제네바 군축회의는 1979년 설립된 세계 유일의 다자 군축 협상 포럼으로 핵무기와 화학무기등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무기 등의 군축과 국제안보, 신뢰구축 등의 문제를 논의합니다.
매년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는 각국의 고위급 대표들이 참석해 군축 및 비확산과 관련된 주요 현안을 논의하며, 올해는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열립니다.
한편, 미국과 북한은 이날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 첫날 회의에서 발언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은 안보리를 비롯한 공개 회의 석상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군사협력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해 12월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최근 발효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기초하고 있다”면서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완전히 부합하는 주권국가들 사이 협력관계의 정상적인 발전은 누구도 간섭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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