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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협상 통한 제재 해제 관심사 아냐”…대미 핵 햅상 새판 짜기 의도 관측


2025년 2월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화성구역의 아파트 기공식에 참석했다.
2025년 2월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화성구역의 아파트 기공식에 참석했다.

북한은 자유 진영 국가들의 대북 제재 감시체제를 비판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제재 해제는 관심사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북 정상회담과는 다른 협상판을 짜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협상 통한 제재 해제 관심사 아냐”…대미 핵 햅상 새판 짜기 의도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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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이 새 대북 제재 국제 감시체제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외정책실장은 24일 담화를 내고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자유 진영 국가들이 발족한 대북 제재 감시체제인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불법적, 비합법적인 유령집단”이라고 비난했습니다.

2025년 2월 2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게재한 북한 외무성 대외정책실장 담화문 전문.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화면캡쳐)
2025년 2월 2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게재한 북한 외무성 대외정책실장 담화문 전문.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화면캡쳐)

담화는 그러면서 “더 이상 덜어버릴 제재도, 더 받을 제재도 없는 우리에게 있어서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관심사가 아니”라며, “우리의 의정에 올라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담화는 또 “미국이 제재가 가혹한 외부적 환경 속에서도 생존하고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완벽하게 터득하도록 해줬고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대한 힘의 비축을 그 무엇보다 서두르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담화는 이와 함께 자신들의 “합법적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걸고 들면서 그를 가로막아보려고 기도하는 적대세력들의 시대착오적 망동이 그들이 감당하기 힘든 심각한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단호한 행동으로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은 러시아의 반대로 해체된 유엔의 대북 제재 감시 기능을 대신 수행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호주 등 11개국이 지난해 10월 발족한 새로운 대북 제재 감시기구로,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열고 공식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2025년 2월 18일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리고 있다. (자료화면)
2025년 2월 18일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리고 있다. (자료화면)

한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북한이 유엔 회원국의 의무인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회원국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불법적, 비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포함, 유엔 대북 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은 지난 2019년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대북 제재 완화를 미국 측에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의 이번 담화는 어떤 의도에서 나온 걸까요?

기자) 이에 대해선 북한이 대화 손짓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상을 하더라도 1기 협상 때와는 달리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차원이 다른 의제로 협상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둘째날 확대회담이 열리고 있다.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둘째날 확대회담이 열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민수경제와 관련한 대북 제재 결의안 5개의 해제를 조건으로 핵심 핵 시설인 영변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협상안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외 지역의 다른 핵 시설까지 추가 폐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하노이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제재 문제에 연연하는 게 미국과의 협상에서 수세에 몰리는 빌미가 될 수 있고 국제사회 대북 제재 자체가 그 때보다 약화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녹취: 홍민 박사] “계속적으로 미국이 가동시키는 제재에 의해서 북한이 어려운 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다만 국제사회 컨센서스가 사실 약화됐고 집행력도 상당히 약화됐잖아요. 북한이 보기엔 과거처럼 미국이 뭔가 협상 수단 삼아 이걸 카드로 쥐는 건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건 카드가 아니다 이 얘기도 사실상 하려고 하는 것이죠.”

이에 따라 북한은 핵을 경제적 보상과 거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핵 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대등하게 ‘핵 대 핵’ 또는 ‘안보 대 안보’ 차원의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은 미국과 대등한 적대국으로서, 마치 냉전의 미소처럼, 각각의 핵 보유를 인정한 상태에서 위협 감축, 핵 군축, 우발적 충돌이 핵 전쟁으로 확산되지 않는 안전조치 그런 협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요.”

진행자) 북한의 경제난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데, 제재 문제를 대미 협상에서 아예 배제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기자) 일단 동맹 수준의 조약 체결과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해 밀착을 강화한 러시아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이 일정 부분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홍민 박사는 미국과 ‘안보 대 안보’ 협상을 통해 양국 관계가 진전을 보게 되면 그 결과물로서 제재 해제는 따라올 것이라는 게 북한의 셈법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은 지금의 국제 정세를 신냉전 다극 질서로 보고 있고 중국, 러시아 등 반미국가들과 연대한 대항 경제권을 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미러 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북한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담화가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국제사회 제재가 러시아를 통해 일부 구멍이 생겼지만 여전히 북한 경제에 큰 부담인 게 현실이라며, 이번 담화의 주체도 외무성 실장급이라는 점으로 볼 때 북한이 대미 협상의 새판을 짜겠다는 의미로 판단하는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 박사는 이번 담화는 러시아 파병 북한 군의 한국 망명 가능성이 부각되고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발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 결속의 효과도 노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녹취: 장용석 박사] “김정은이 지방발전 여러가지 정책들을 기존의 지방 공장을 넘어서서 계속 확대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내부적으로 소위 주민을 동원하기 위한, 단순히 통제하고 정치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전략적 목표를 제시하고 거기에 주민을 동원함으로써 또 주민을 통제하는 그런 의미에서 대외적 위협들에 대한 얘기들을 계속 대내적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은 외무성 담화에 앞서 국방성도 담화를 내고 미한 연합훈련을 비난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22일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국방성 공보실장은 21일자 담화에서 최근 미국 전략폭격기 전개 등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명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적수들의 전략적 위협에 전략적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방성은 “트럼프 행정부 출현 이후 공화국의 안전환경을 위협하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군사적 도발행위가 더욱 우심해지고 있다”며 지난 20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의 올해 첫 한반도 전개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또 “미국은 한국과 야합해 오는 3월 여단급 연합야외기동훈련이 지난해에 비해 7건이나 증가된 대규모합동군사연습 ‘프리덤 쉴드’를 또다시 강행해 군사적 긴장상태를 극한점에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최근 대미 담화를 빈번하게 내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에 대해선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북한 국방성은 앞서 지난 11일 대변인 담화, 15일엔 정책실장 담화를 내고 미한 연합훈련이나 미국의 전략무기 개발, 미한의 북한 비핵화 언급 등에 건건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인근 해상에 전개돼 한국,일본과 공중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사진 = 인도태평양사령부 제공 (자료화면)
미국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인근 해상에 전개돼 한국,일본과 공중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사진 = 인도태평양사령부 제공 (자료화면)

북한은 앞선 담화에서 비난 대상을 ‘미국’이나 ‘미국 행정부’로 지칭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 담화에선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미한 연합훈련 중단이나 축소를 압박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또 전반기 한미 FS연습을 오히려 늘려서 한다고 하니까 실망이죠. 그렇기 때문에 수위를 조절한 듯 하지만 입장을 밝히고 있고 이번엔 조금 수위를 높여서 트럼프라는 이름을 밝혔단 말이죠. 그래서 앞으로 더 수위를 높여갈 것이고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도발의 수위도 높일 것이라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합니다.”

홍민 박사는 북한의 대미 담화가 자주 나오고 있지만 발언 주체와 표현 수위를 조절하는 게 역력하다며, 현 단계에서 미국과 지나치게 각을 세우진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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