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15억 달러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10년 간 누적 적자만 110억 달러가 넘는데, 북한 경제는 최근 고환율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지난해 대중국 무역 적자가 14억8천567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누적 적자 15억 달러에 육박
VOA가 중국 해관총서의 지난해 북중 무역수지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은 2024년 한 해, 중국에서 18억3천303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들여오고, 반대로 중국에 3억4천735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출해 15억 달러에 육박하는 대중 누적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수출액이 수입액에 크게 못 미치면서 이처럼 상당한 규모의 적자를 낸 것입니다.
무역수지는 두 나라의 수출과 수입액을 비교해 수출이 많은 경우 ‘흑자’, 수입이 많은 경우 ‘적자’로 기록하는 개념입니다.
북한은 중국과의 무역 기록이 남아있는 1990년대부터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북한의 대중국 무역 수지 누적 적자액은 113억6천355만 달러, 범위를 지난 30년으로 넓히면 적자 규모는 약 237억 달러로 집계됩니다.
북한은 지난 2015년 석탄과 섬유 등에 대한 대중 수출 증가로 적자폭이 3억 달러대에 머물렀지만, 국제사회 대북제재 체제가 강화된 2017년과 2018년 적자액이 각각 15억 달러와 20억 달러대로 급증했었습니다.
이어 2019년 사상 최대의 연 누적 적자인 23억 달러를 찍은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경봉쇄 조치를 취한 2020~2022년 10억 달러 미만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다 중국과의 무역이 다시 활발해진 2023년 무역 적자는 17억 달러로 올라섰습니다.
다만 지난해에는 북중 무역 총액이 소폭 하락하면서 전체 적자도 약 2억 달러 낮아졌습니다.
이는 북한 경제가 중국과의 무역을 더 많이 할수록 적자 규모가 더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에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특정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전체 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무역 적자는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현상”이라면서 “2017년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가하기 이전에도 존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trade deficit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has been a long term, not a short term phenomenon. And it was existed even before the sanctions that were imposed by the UN Security Council in 2017.”
그러면서 최근 북한은 비제재 품목을 수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북한이 적자 상황에서도 오랜 시간 생존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공식 무역자료에 남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고, 북한도 암호화폐 등을 탈취하며 외화 부족분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송유관을 통한 중국의 대북 원유 제공을 ‘공식 무역 자료’를 거치지 않는 무역의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또 북한이 불법 해킹 등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앞서 미국과 한국, 일본은 지난달 14일 암호화폐 탈취 등 북한의 사이버 범죄를 경고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작년 한 해에만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가 6억6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는 작년 북한의 대중 무역 적자액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액수입니다.
‘고환율’까지 이중고
다만 최근 ‘고환율’ 문제를 겪고 있는 북한의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합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올해 2월 기준, 북한의 환율을 미화 1달러당 2만원대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8천원 수준이었던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것입니다.
이는 북한이 체감하는 대중 적자 규모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앞서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NAEIA닷컴’ 대표는 VOA에 ‘고환율’이 수출에서는 큰 이득을 보는 만큼 “북한이 수출을 더 늘려야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도 현재 환율 문제를 언급하며 “북한에선 그 어떤 누구도 중국 위안화나 미국 달러가 아닌 북한 화폐를 소지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는 (북한 화폐에 의존해야 하는) 북한 장마당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면서 “북한 정권은 2017년과 비교해 장마당의 역할을 축소시켰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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