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와 미한일 3국 공조를 강조한 미일 정상회담이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안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점증하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의 위협에 맞서 미한일 3국 협력은 더욱 심화∙강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매우 유익했다”며 “미일 동맹의 중요성과 가치를 공고히 했을 뿐 아니라 미한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10일 이번 회담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한일 3국 협력은 유지∙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한반도와 역내의 평화와 안보는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역내 악의적인 행위자들과 미국과의 동맹에 달려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위협을 가하는 (악의적인) 행위자들에 맞서 미국이 한국의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반복해서 강조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Peace and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and the region is dependent on the nefarious actors in the region, including North Korea, China, and Russia and the alliance with the US. President Trump signalled and reiterated the fact that the US. has the ROK's back in the face of these threat actors.”
“한반도와 역내 미 국방 원칙 재확인”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과 공동성명에서 북한과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국방 정책과 전망을 지탱해 온 몇 가지 원칙들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오랫동안 견지해온 비핵화와 미한일 3국 협력 등 기존의 중요한 원칙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녹취: 스나이더 소장] “I think that President Trump in his meeting with Prime Minister Ishiba and in the joint statement has reaffirmed some of the longstanding principles that have undergirded the defense relationship and defense outlook of the United States toward North Korea and the region.”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에 대응하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데 있어 미한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했다고 부연했습니다.
“미한일 협력 지속 최초로 직접 언급”
스나이더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3국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한일 3국 협력 과정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최초의 직접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소장] “It does appear that President Trump has committed to extending trilateral cooperation most notably it was included in the joint statement with Ishiba.
And so that really is the first I think direct statement under the Trump administration to signal a willingness to continue the US Japan South Korea trilateral process.”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가치보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최대의 외교안보 분야 성과로 꼽는 미한일 3국 공조 체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미일 정상회담과 공동성명 발표를 통해 이 같은 우려가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국 우려사항 해소∙∙∙북한 비핵화 원칙 확인”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공동성명 발표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한국의 우려사항들, 즉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하고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분명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the President Donald Trump, I think allayed a lot of concern, especially in South Korea that the US policy towards North Korea was changing and we may be, the US may be now accepting North Korea as a nuclear weapons state because the president said they were a nuclear power. No, I think the president made it very clear it's complete verifiable denuclearization.”
“‘북한 비핵화’ 관련 과도한 해석은 삼가야”
지난달 20일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문서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공동성명에 이제까지 미 정부가 사용해 온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 대신 ‘북한 비핵화’란 표현이 사용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나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도 배제하는 표현인 반면 ‘북한 비핵화’는 비핵화 대상으로 북한을 특정하고 있을 뿐 한국의 핵 개발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해석입니다.
그러나 북한과 직접 핵 협상을 했던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과거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대해 얘기할 때도 그건 항상 북한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라고 언급한 유일한 이유는 북한이 항상 ‘그렇다면 한국도 (비핵화 대상에) 포함돼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추측을 하고,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의 길로 가는 것은 실수”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e only reason we said ‘the Korean Peninsula’ was that North Korea was always saying ‘Well, shouldn't South Korea be included in this’ and we said ‘South Korea does not have nuclear weapons.’ We're only talking about North Korea. So no, I think people are making assumptions and they're reading into language.”
스나이더 소장도 이 같은 표현의 변화에 대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장기적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문제에 대해 실제로 충분히 깊이 고려했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판단하기엔 이르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오랫동안 공개석상에서 (한국 독자적 핵무장이나 미 전술핵 재배치) 관련 질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소장] “I think it's premature because it's not clear that President Trump has himself really thoroughly considered that particular issue. And therefore I think that it remains to be seen whether the language will be consistent.”
“한국 리더십 공백, 미한 협력에 한계”
이시바 총리가 인도 태평양 지역 정상 중에선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공고한 동맹을 과시한 반면 한국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 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일정도 아직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한국의 리더십 공백 상황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력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해 “이미 협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금쯤이면 한국 대통령이 워싱턴 방문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소장] “I think that under normal circumstances, the South Korean president would probably be planning a trip to Washington at this stage but that simply is not possible at this moment.”
“미한일 3국 공조, 불확실성 존재”
미일 양국 정상이 미한일 3국 공조 체제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미한일 3국 협력과 조정의 미래는 향후 한국의 정치 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한국에 새로운 진보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서 긴밀한 미한일 3국 공조 체제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고, 트럼프 행정부가 3국 협력을 추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The future of U.S.-ROK-Japan trilateral cooperation and coordination will be affected by (1) the possibility that a new, progressive-led ROK government (which could come about as the impeachment issue is resolved) could reject the idea of close trilateral cooperation, and/or (2) the new Trump administration might decide that it does not wish to pursue such cooperation. Neither of these possibilities is inevitable; both are possible.”
이어 “한국 진보 세력 사이엔 강한 반일 정서가 존재하고, ‘미국 우선주의’ 지지자들 사이엔 동맹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3국 공조를 거부할 수 있다”면서 “이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것이든 최근 몇 년간 거둔 상당한 성과를 되돌리고 3국 협력과 조정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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