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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보기] 독특한 재료의 물성과 캔버스의 만남, '뉴 제너레이션' 안충국 작가


[탈북민의 세상보기] 독특한 재료의 물성과 캔버스의 만남, '뉴 제너레이션' 안충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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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는 한 갤러리에서 2025년의 시작을 알리고, 1990년대에 태어난 신진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관람하기 좋은 전시로 소개되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탈북민 안충국 작가가 참여한 ‘뉴 제너레이션(New Generation) Part 1' 전시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는 한 갤러리에서 2025년의 시작을 알리고, 1990년대에 태어난 신진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관람하기 좋은 전시로 소개되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탈북민 안충국 작가가 참여한 ‘뉴 제너레이션(New Generation) Part 1' 전시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해설 현장음]

'뉴 제너레이션 (New Generation)' 전시 현장에서 안충국 작가와 한 관람객이 안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안 작가의 예술은 그의 삶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주제를 반영하고 있는데요. 관람객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아트 살롱드 아씨’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갤러리의 이혜숙 관장과 안 작가는 이전부터 인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얘기, 이혜숙 관장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이혜숙 관장] "22년 아마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요. 작가와 컬렉터(Collector∙수집가)로 만났어요. 제가 청년 작가를 찾고 있었고 때마침 전시를 봤는데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서사는 굉장히 색다르고 해서 작품을 컬렉트하게 된 거죠. 그래서 컬렉터와 작가로 만난 관계고 저희 갤러리에서 한 1년 전에 제가 하는 일을 하자고 해서 지금 같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프랑스에 베이스(기반)를 두고 있는 중견 작가, 그리고 원로 작가님들 전시를 했었는데 아무래도 여의도가 젊은 사람들이 많고 젊은 작가들을 1, 2월에는 한 번 해봐야 하겠다, 아이디어 회의하고 초대하게 됐죠."

안 작가는 이 갤러리의 큐레이터이자 올해 첫 번째 프로젝트의 작가로 함께 참여하게 됐는데요. ‘아트 살롱드 아씨’ 갤러리는 모두 4명의 작가를 선별해, 그 가운데 먼저 김나령, 안충국 작가의 작품을 ‘뉴 제너레이션 Part 1’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이혜숙 관장] "90년생들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그리고 작업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지만, 굉장히 열심히 하는 작가들 조명하는 전시인데 안충국 작가는 아시다시피 함경도가 원래 고향이신 분이잖아요. 그리고 김나령 작가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거든요. 그래서 두 작가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 객지라는 곳 그쪽에서 자기의 정체성 그리고 자기를 찾아가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두 작가는 모두 현재 자신이 처한 문화적 차이와 경험을 토대로 예술가로서의 삶에 미친 영향을 캔버스에 표현했는데요. 자세한 얘기, 안 작가의 이야기로 들어봅니다.

[녹취: 안충국 작가] "지금 소품이 좀 많고요. 소품이 한 20~30점 정도 되는 것 같고 큰 거는 한 3개 정도 있습니다. 사실 이번 전시할 때 많이 부담됐어요. 제가 하기 전에 작가님들은 다 유명한 작가님들 또 프랑스에서 활동하시다 오신 분들이라 경력도 하이 퀄리티신 분들이 많아서 어떻게 내가 이 갤러리에서 보여줘야 할지 이런 것도 고민을 많이 하다가 관장님이 이번에는 존재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라, 근데 그 주요 워드가 제가 원래 하던 이야기들이라 하기 편했고요. 소품 중에 5~6 작품 정도는 한 6~7년 전에 했던 작업이고요. 오브제들 위주로 캔버스 위에서 두텁게 올라온 입체적인 작업이고요. 신작들은 평면에 가까운 작업이고 파란색은 동이 변화돼서 시간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품 중에는 기존 안 작가의 작품 가운데 처음 공개된 작품 시리즈가 있기도 했는데요.

[녹취: 안충국 작가] "2019년도에 했던 건데 한 번도 전시가 안 됐었어요. 사실 그전까지는 돌이라는 걸 하나 가지고만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봤을 때 그거를 예술성으로 안 봐서 이거를 소개하기가 되게 두려웠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도 어려워하고 해서 안 하다가 언젠가부터 이 작품을 좀 더 작품처럼 보이게 만들려면 어떤 기능이 필요하겠냐고 해서 현재는 나무 패널 위에 붙여서... 그래서 사실 여기 있는 이 오브제들은 사람들이 다 버렸거나 아예 관심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오브제들을 제가 주워 와서 거기에 시멘트라는 가루, 물성으로서 오브제를 해서 생명력이 없는 아이한테 ‘너는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좀 더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이처럼 작가는 기억과 존재를 중요하게 다루며 작품을 통해 자기 내면을 성찰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녹취: 안충국 작가] "우리가 존재라는 개념이 있음을 알아야 존재의 개념이 생기잖아요. 이 친구도 사실 아무도 몰랐을 텐데 제가 이렇게 만들어 놔서 사람들이 와서 보고 ‘여기 있네’ 이런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랑 굉장히 똑같은 거예요. 아등바등 내가 자격증을 따고 뭐 하고 이러는 것 자체가 어디 가서 인정받고 어디 가서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 굉장히 닮아 있다고 봐요.”

또한 안 작가의 작품은 모두 무제로 제목이 없는데요. 제목을 달지 않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녹취: 안충국 작가] "저는 제목을 잘 안 가지고 있어요. 제목을 달았던 이유 중의 하나가 옆에서 사람들이 제목을 달아야 좀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목을 달았는데 이게 문제가 뭐냐 하면, 제가 북에서 오다 보니까 해석이 다 아픔이나 슬픔이나 탈북이나 이렇게 되더라고요. 저는 사실 탈북을 위해서 살아온 게 아니거든요. 저는 탈북한 게 제 삶에서 과정이에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왔던 그러한 것들이 단순히 그 워드 하나 때문에 이 작품이 읽히기가 싫어서...”

전시회 개막 행사가 있던 날, 전시장은 많은 관람객으로 붐볐는데요. 관람객들도 작가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안 작가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바라는 점이 있기도 했는데요.

[녹취: 안충국 작가] "사실 와서 ‘이게 무슨 의도예요?’라고 묻기 전에 이 작품을 보고 '나한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 줬으면 좋겠는데 사실 그게 어려울 거예요. 그게 어려운 건 알지만, 욕심이 있어요. 보고, ‘아, 이 작품 좋네’ 아니면 ‘이 작품 별론데’ 이렇게 생각하는 마인드를 가지면 좋겠고 그리고 나서 나중에 안충국이라는 작가를 알고 나서 ‘이 작업이 이렇게 돼서 나왔네’라는 것을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제 작업이 누군가한테 소개되고 누군가한테 알려질 때도 단순하게 이미지 하나가 아니라 이야기가 전해지는 작업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럼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것을 느꼈을까요? 우선 재료로 안 작가가 시멘트를 사용한 게 독특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녹취: 한국 시민] "작가님의 개인적인 어린 시절 스토리부터 다 들었는데 그런 경험이 담긴 거고 끊임없이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 이런 게 보이는 것 같아서... 저는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아까 그 아버지와 어렸을 때 이런 작업(미장)을 하면 동네 어린아이들이겠죠. 와서 막 본인에 대해서 욕했다고, 근데 그 당시에는 그게 굉장히 기분이 나쁘고 아버님이 미장 작업하시는 거에 대한 본인만의 아픔이 있으신 것 같은데 오히려 그걸 스스로 극복하시고 이게 나의 정체성이라고 인정하시는 그 부분에서 이 작품이 더 빛나 보이고..."

[녹취: 이예린 씨] "시멘트라는 재료를 이용했지만, 뭔가 색감이 톡톡 튀고 그런 게 시각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하고요. 본인이 탈북자라는 정체성이 있으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정체성을 작품에 녹이려고 하시고 시간을 통한 부식 과정을 본인의 변화, 정체성의 변화랑 연결 지어서 설명하신 점이 되게 인상 깊었습니다."

[녹취: 최금주 씨] "시멘트를 어떻게 작업하지? 그런 거 있잖아요. 저게 가능한가? 이러면서 다가가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제목을 여쭤봤더니 제목에 대한 설명이 없으시더라고요. 장소에 대한 본인이 전달하고 싶었던 부분을 전달하신다고 그러셔서 저도 그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어요. 진실되고 열심히 하고 그러다 보니까 통하는 것 같아요. 파이팅!"

또한 프랑스에서 온 리사 르벨 씨는 안 작가를 통해 북한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고 말했고요. 또 다른 관람객은 독특한 재료의 물성과 캔버스의 만남으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사 르벨] "북한 사람 되게 관심 있어서 몇 번 전시 보러 가고 알게 됐어요. 북한 작가들이 탈북해서 어떤 작가 될 수 있는지 되게 관심 있어서 신기해요. 저한테 너무 독특하고 무시하는 재료 많이 사용하니까 어떻게 예쁘게 만들 수 있는지 제일 신기해요. 안 작가 북한 사람인데 우리 북한에 어떤 나쁜 이미지 있었는데 안 작가가 우리한테 예쁘게 어떤 행복한 추억, 북한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그런 거 되게 좋아요.”

[녹취: 김기훈 씨] "초기에는 물성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 와서는 개인적인 서사를 이 물성에 대한 탐구 즉 예술적 실험과 본인의 스토리 이거를 엮어가는 과정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관찰할 기회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철학적 주제가 절묘하게 얽혀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본인의 철학을 가진 더 멋있는 작가님이 될 거로 생각하고 또 다음에 전시하면 찾아뵙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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