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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불참… 대미·대남 메시지 없어


2025년 1월 22일부터 24일까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2025년 1월 22일부터 24일까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북한은 이틀간 최고인민회의를 열었지만 미국과 한국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재개를 시사하는 잇단 메시지에도 북한은 당분간 유동적인 정세를 지켜보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불참… 대미·대남 메시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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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발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2차 회의가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며 회의에서 지난해 국가 예산집행 결산과 올해 국가 예산 등 7개의 안건이 상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회의는 22일부터 이틀간 진행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회의는 올해 국가 예산이 “국가방위력의 중대한 변화를 가속하며 인민 경제 중요부문들에서 자립경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집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회의에선 예산 문제 이외에 건재공업법, 바다가양식법, 중앙재판소 사업정형, 사회주의헌법 일부 조문 수정 등 국내 현안에 한정해 토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에 열리는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대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김 위원장은 불참했고 미국을 향한 메시지도 없었습니다.

또 헌법 개정과 관련해선 당초 영토조항 등 남북한 ‘적대적 두 국가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중앙재판소와 중앙검찰소의 명칭을 최고재판소, 최고검찰소로 변경하는 내용만 다뤄졌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에 열려 모종의 대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북한의 이런 침묵에 대해선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2024년 12월 29일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024년 12월 29일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기자)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초강경 대미 대응 전략’ 수립을 언급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나서서 추가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다 구체적인 대북 정책 등을 지켜보면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일단 북한의 기본 입장을 좀 강하게 세워놓고 트럼프 행정부의 앞으로의 대북정책, 동아태 전략을 좀 지켜보겠다, 다만 미리 선을 긋거나 어떤 입장을 표시해서 스스로의 행동을 제한하지 않겠다 아마도 그런 자세는 당분간 유지할 거에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북한이나 김 위원장과 관련한 발언들은 협상재개 필요성을 시사하면서도 김 위원장이 원하는 대화를 위한 선결 조건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압박 메시지도 담긴 만큼 김 위원장이 심각한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녹취: 박원곤 교수] “정면돌파전에 따라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해야 그 다음에 전화를 받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트럼프는 그런 얘기는 전혀 없이 전화 받으라고 얘기했잖아요.”

진행자)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다시 시도할 뜻을 비췄는데요, 북한의 침묵에 영향을 줄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방송된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변해 사실상 미북 정상회담 의지를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침묵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다 구체적인 의중을 확인하려는 차원일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내용을 갖고 북한에 접촉을 시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침묵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과의 물밑 접촉을 앞둔 신호일 수 있다”며 미북 대화가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5년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년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북한은 대화에 호응하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24일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며 “북한이 한미의 제안에 호응하여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 정부는 북핵, 북한 문제에 대해 미 측과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한 두 국가론에 입각한 헌법 개정 여부가 또 다시 공개되지 않은 데 대해선 어떤 해석들이 나옵니까?

기자)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 한국의 대통령 탄핵정국 등 외부 정세의 불안정에 따라 개정 헌법 내용을 공개하는 데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소위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입각한 통일과 민족 관련 내용 삭제, 한국과의 분쟁 소지가 큰 영토 조항 신설 등이 가져올 파장으로 인해 북한으로 쏠릴 국제적 시선과 자칫 한국 정치 상황이 북한으로 프레임 전환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의식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남북한 두 국가론에 입각한 헌법개정은 김 위원장 체제의 정통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북한 당국이 헌법 개정 여부와 개정된 내용에 대한 공개를 계속 미루는 것은 여전히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 간 국경 파주에서 보이는 한국 군 초소(아래)와 북한군 초소(위). (자료화면)
남북 간 국경 파주에서 보이는 한국 군 초소(아래)와 북한군 초소(위). (자료화면)

[녹취: 조한범 박사] “결국 1년이 넘어가면서도 이 문제를 공식화하지 못하는 건 한반도 2국가론까지는 북한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통일 민족 개념 삭제, 북한만의 영토 규정은 북한으로서도 이데올로기적인 혼돈이거든요.

한국 통일부 김인애 부대변인은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 결과를 승인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이며, 대남, 대외 메시지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이 불참한 상황에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대외 메시지 발표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이런 가운데 한국 군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의 북한군 최근 동향 자료를 내놨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4일 발표한 ‘최근 북한군 동향’ 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인 현재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임박징후는 포착되고 있지 않지만, 정찰위성과 ICBM 등 발사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1월 14일 한국 서울역에 있는 TV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다.
2025년 1월 14일 한국 서울역에 있는 TV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다.

앞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인 지난 6일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14일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바 있는데 합참은 북한이 “SRBM과 순항미사일 등은 상시 기습 발사가 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재개 메시지가 나오는 민감한 시기에 북한이 전략 도발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당분간은 조금 관망할 가능성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힘을 키워가는 과정, 특히 러시아와의 협력을 포함해서 기술적인 준비 이런 과정들이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정세를 유심히 관찰하는 맥락에서 전략적 도발에 대해선 신중할 가능성도 잘 지켜봐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합참은 이와 함께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4개월 정도 경과하면서 다수 사상자와 포로가 발생함에 따라 북한이 그 후속 조치와 추가 파병 준비를 가속화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합참 측은 동계 훈련 중인 북한군이 과거와 다르게 훈련하는 정황을 언급하면서 러시아 파병을 준비하는 훈련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추가 파병 가능성이 있는 북한군 부대에 대해선 이미 파견된 폭풍군단과 유사한 성격의 부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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