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북한 청진에서 태어난 김성렬 씨. 2004년 한국에 정착한 그는 2018년, 꿈에 그리던 미국으로 대학원 유학을 떠났는데요.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한 노력 끝에 드디어 2021년 학위증을 받았고요. 현재는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부산외대 김성렬 교수’의 두 번째 얘기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김성렬 교수] “일단은 남북 관계, 또 출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거 그리고 국제 정치 이론이나 국제 정치 이해를 가르치는 교수를 뽑기 때문에 제가 좀 적합한 지원자였지 않았나?...”
2023년부터 부산외대 정교수로 일을 시작한 김 교수. 그는 현재 국제정치이론과 남북관계이론 등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사실 그는 한국에 정착한 뒤 처음부터 교수를 꿈꾸진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김성렬 교수] “저는 석사 하면서 사실 제가 좋아하는 교수님들을 보게 됐어요. 그분들을 보면서 나도 교수가 되고 싶다는 저를 발견하게 된 거죠. 북한의 인재들은 많지만, 그 인재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 내가 교수가 돼서 우리 청진이 고향이니까, 청진시에다가 지금도 뭐 대학교가 한 두세 개 정도 있어요. 근데 글로벌한 대학을 하나 만들어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북한 지역을 발전시키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교수가 돼서 나중에 북한으로 가서 기여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렇게 교수라는 꿈을 품게 된 김성렬 씨. 하지만 박사 학위를 받고 난 이후에도 교수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녹취: 김성렬 교수]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바로 대학교 교수가 되면 좋죠. 그런데 사실 대학교 교수가 되는 게 참 힘듭니다. 일단 학술지 논문이라고 하는, 연구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사실 학술지 논문이 없었어요. 그때 박사 학위를 받을 시점에, 그리고 나서 논문을 쓰기 시작했죠. 그다음에 2022년 4월에 ‘한국국제정치학회’라고 있는데 거기에 제 논문이 실렸고 그해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연구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있어서 거기 지원했습니다. 그래서 지원했더니 취직이 됐어요. 그래서 ‘한국연구재단’이랑 하는 연구 프로젝트 같은 거를 담당하면서 보고서나 이런 것들을 쓰고 거기 있으면서 또 통일부 연구 용역이라든지 다양한 연구 용역을 받아서 학술지 논문을 계속 썼죠.”
그렇게 교수가 되기 위한 연구 실적을 쌓아가기 시작한 김 씨에게 어느 날, 부산외대에서 교수를 채용한다는 공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녹취: 김성렬 교수] “23년에 ‘하이브레인(넷)’이라고 하는 사이트가 있어요. 거기 석사, 박사 뭐 이런 교수님이 참고하는 사이트인데 거기 지식 정보라든지 이런 것들이 다 뜹니다. 그래서 키워드를 내가 검색하면 관련한 직종이 쭉 나와요. 그래서 부산외국어대학교 외교 전공 쪽으로 공고가 떠 있길래 지원하게 됐고…”
그렇게 김 교수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교의 정교수가 된 첫 번째 사례가 됐습니다. 현재 외교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데요. 어떤 과목을 가르칠까요?
[녹취: 김성렬 교수] “일단 국제정치이론이나 국제정치이해 그다음에 공공외교하고 있어요. 대학원 수업도 하고 있고 가을 학기로 오면 그다음부터는 미국의 대외정책 그다음에 남북관계이론 이런 과목들을 하고 있죠. 북한사회이해도 포함해서… 국제정치이해는 기본적으로 다른 학과 학생들도 다 들을 수 있는 수업이거든요. 1, 2학년 학생들이 다 들을 수 있는 수업이고 국제정치이론은 3, 4학년생들이 듣는 수업이고 북한사회이해는 교양 과목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을 하는 학생들이 와서 듣고…”
특히 북한사회이해는 김 교수가 개설한 과목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녹취: 김성렬 교수] “정원이 40명인데 40명 다 차고 그럴 정도로 인기 있는 ‘북한사회이해’라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인기 있는 이유는 그 수업에 강사님들이 다 다릅니다. 매주 강의하시는 강사님들의 주제도 다르고 그러니까 한반도와 남북 관계를 놓고 다각도로 보는 수업이기 때문에 그 친구들한테는 굉장히 호감을 느끼는 수업이죠. 통일부에서 펀딩을 받아서 강사님들에게 강의료를 드리면서 초청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오셔서 다양하게 얘기해 주시는데 수업 자체가 지루하지 않고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북한 하면 얼마나 어두워요. 그래서 이거를 좀 다각도로 볼 필요가 있겠구나, 너무 어두운 면만 강조하기보다는 다양한 시각, 국제적인 시각도 있을 것이고 또 경제적인 것이나 (북한) 주민들, 사회적인 측면도 그렇고 다양한 관점에서 학생들이 북한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표이기 때문에 어쩌면 학생들이 거기에 더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김 교수는 교양 과목인 북한사회이해를 개설하면서 북한에 대한,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녹취: 김성렬 교수]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그런 강의를 들을 기회가 없는 거예요. 제가 굉장히 놀랐던 것 중의 하나가 지금의 MZ세대는 통일에 관심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리고 북한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북한사회이해나 국제정치이론이나 또 국제정치이해 같은 수업에 북한이 꼭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남북 관계가 들어갈 수밖에 없고 미국에 한반도 정책이라든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라든지 이런 내용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내용을 얘기할 때면 제가 느끼기에는, 학생들이 몰라서 오히려 관심 없게 되는 것이지, 그런 장을 계속 제공해 주면, 거기에 대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제가 많이 느꼈고 그런 것을 사실 학교 차원에서도 그런 강의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학술회의나 이런 데 가면 통일부나 외교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겠구나, 너무 수도권에 북한과 통일 또 외교 이런 것들이 인력이나 예산이 다 쏠려 있어요. 이거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정부 부처의 차원에서 홍보 활동의 영역을 넓혀서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다양한 현안이라든지 또 남북 관계가 어떻게 지금 전개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 교수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통일 교육의 장을 더 폭넓게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고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는 힘든 점도 있지만, 강의하며 얻는 뿌듯함이 더욱 크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성렬 교수] “물론 강의하면 힘들 때가 있어요. 사람이 매주 거의 9시간 내내 얘기하는 거잖아요. 근데 가장 크게 느끼는 보람이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우리가 한반도라고 하는 이 경계 국가에 있고 완충지대(緩衝地帶·buffer zone)에 있는데 외교라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그 외교를 어떻게 approach(접근)하고 그걸 어떤 관점에서 해석할 것이냐고 하는 것을 이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순간 가장 큰 보람을 느끼더라고요.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현안 분석도 하고 있으니까 그 친구들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다가오는 그런 느낌, 먼 학문이 아니라 일상에 정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국제 정치라고 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강의를 할 때면 뿌듯합니다. 그리고 중간시험이나 기말시험을 볼 때 그렇게 강의한 내용들을 정확하게 잘 쓰는 학생들을 볼 때면 이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는 것도 하나의 보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겨울 방학이기 때문에 새 학기를 준비하며 또 다른 학술지 논문을 쓰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녹취: 김성렬 교수] “지금 방학 기간에는 학술지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학 기간에는 ‘미국의 대북 정책’을 중심으로 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 관련한 자료 수집이라든지 참고 논문을 읽고 있고 국제정치이론을 미국 쪽에 계시는 학자들의 논문들을 지금 다 수집해 놨고 그거 관련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효율적으로 잘 전달할까 하는 고민 하고 있죠.”
한국에 정착하면서부터 배움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해 온 김 교수. 교수가 되기 위한 하나의 목표는 이뤘지만, 앞으로 이룰 목표는 더욱 많다고 합니다.
[녹취: 김성렬 교수] “단기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통일 관련한 책을 하나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관계의 힘’이라고 하는 것, 그런 제목으로 책을 하나 쓰고 싶은데 그 안에는 그동안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맺어 왔을 때, 이런 경계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잘 설정하느냐가 생존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 아마 책을 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탈북 청년들, 지금 제 후배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미국에 가서 공부를 잘 마치고 또 미국 가서 공부할 수 있는 친구들은 또 어떻게 도움을 줘서 잘 가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신과 같은 탈북 청년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고요. 궁극적인 목표로는 고향 청진에 돌아가 북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렬 교수] “장기적인 플랜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거기서 학교를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인데 아마 그날이 꼭 올 겁니다. 근데 그때가 되면 친구들에게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세계 기준)가 될 수 있을 정도로의 교육 수준을 높여서 그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게 성장하는 데 도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