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북민이 한국에 정착해 겪는 현실적인 고민을 다룬 음악극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 극은 탈북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사람들의 고민을 담고 있기도 한데요. 탈북 여성의 정착기를 유쾌하고 재밌게 풀어냈다는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다양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음악극 ‘금선’ 공연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극 초반, 언니를 찾기 위해 북한에서 탈북한 금선이가 탈북 과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목숨을 건 여정이지만 금선이는 명랑한 모습으로 한국에 정착하는데요.
이번 공연은 극단 느낌의 창작 작품으로 <금선>은 탈북민에 관한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먼저 작품 소개, 극단 느낌의 대표이자 작가, 또 배우로 함께한 박아롱 씨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박아롱 작가] "소외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저희 창단 목표이고 그런 얘기를 많이 다뤄왔거든요. 그러면 우리는 이 얘기도 해봐야겠다고 해서 시작한 게 이게 세 번째 작품이에요. 먼저 탈북한 언니의 소식이 끊어져서 그 언니를 찾으러 가라 하고 엄마는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을 해놓고 엄마가 먼저 돌아가셔요. 그래서 금선이는 홀로 됐기 때문에 (한국에) 오는 거죠. 금선이는 굉장히 당차고 명랑하고 쾌활한 여주인공입니다.”
박아롱 작가는 이 극을 쓰면서 탈북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유쾌하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녹취: 박아롱 작가] "제가 주고자 하는 가장 핵심이라고 할까요? 키워드는 우리 다 사실 자기 나름의 외로운 사람들 뭐 고민 있는 사람들 있잖아요. 근데 그런 사람 중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관심과 그런 게 있으면 여기에 정착하는 데 큰 위로가 될 수 있고 뿌리를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뭔가 같이 웃고 하다가 돌아갈 때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꼭 탈북민이 아니라도 좀 돌아보고, 우리가 다 문 닫고 지내잖아요. 그런 걸 한 번씩 돌아봤으면 좋겠다는...”
금선이의 한국 정착 과정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합니다. 사기꾼을 만나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대리점에 취직해 일을 하지만, 모든 게 낯선 그녀에게 정착이란 쉽지 않은데요. 하지만 금선을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 억수가 등장해 그녀를 위로하며 힘이 되어줍니다. 억수 역할은 탈북민 차위성 배우가 맡았는데요. 먼저 함께한 취지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차위성 배우] "다양한 장르를 계속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고요. 특히 또 이번 작품은 배경지가 제 고향이 배경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한테는 굉장히 뜻깊은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또 그 안에도 북한의 현황이라든가 북한이탈주민의 삶이라든가 그런 거를 충분히 녹여내면서도 즐겁고 유쾌한 공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전라도 사람으로 나오는데 그래서 다양한 사투리도 볼 수 있다. 한 작품 안에서...”
금선의 고향은 양강도 혜산입니다. 차 배우의 고향과 같기에 현실 고증을 위한 소통도 꾸준히 해왔다고 하는데요.
[녹취: 차위성 배우] "어쨌든 이거는 예술이잖아요. 무언가 만들어냈을 때 사실을 바탕으로 하게 될 텐데 그런 사실들에 대해서 제가 거기서 살았으니까, 감수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제가 겪었던 일들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래서 사실을 바탕으로 유쾌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스러워 보인다는 표현이 있는데 특유의 그 혜산에서만 쓰는 표현들, 단어들, 감탄사들 이런 걸 좀 넣어서 최대한 사실과 비슷하게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차 배우는 극 중 대사 가운데 특히나 와닿는 대사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차위성 배우] "거의 엔딩(끝) 장면에서 금선이한테 제가 조언해 주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대사가 ‘남들이 함부로 하는 말이 뭣이 중헌디요. 지가 금선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디, 제가 이 모양이 이꼴이 됐어도 금선 씨는 행복해야지, 꼴이 이게 뭐예요?’ 이런 대사가 있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또 실제 저한테 해주는 말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좀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탈북민으로 살아간다는 게 사회의 눈치도 보이고 남의 스쳐 지나가는 말들에 괜히 한 번 흔들리기도 하고 그거를 사랑에 빗대어서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사를 했기 때문에 저한테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금선 역에는 서수지 배우가 함께했는데요. 작년 극단 느낌에서 선보인 연극 <오마이데스티니>에 이어 탈북민 역할을 맡았고요. 가장 신경 쓴 점은 아무래도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서수지 배우] "당연히 언어 그러니까 탈북민이 보러 오셨을 때도 위화감 들지 않고 저도 연기자로서 말을 많이 해야 하는데 언어가 너무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그 말을 고치는 데 정말 많은 애를 썼던 것 같아요. 근데 다행히 양강도 혜산의 언어를 한 번 익히고 나니까 좀 잘 풀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에서도 혜산 출신의 탈북민들도 너무 탈북민 같다. 언어가 너무 찰떡이다. 이렇게 해 주셔서 감사하게도 잘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경상도 사투리랑 느낌이 살짝 비슷해요. 근데 실제로 공부하고 찾아보니까 이쪽 경상도 주민들이랑 양강도 그쪽 끝 주민들의 말 뉘앙스나 억양이 조금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서 배우는 탈북민 역할을 맡고 공연해 오면서 점차 탈북민을 이해하고 좀 더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하는데요.
[녹취: 서수지 배우] "금선이가 사실은 양강도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근데 엄마가 언니 찾으러 가야 된다고 하니까 가는 거거든요. 근데 탈북민들이 목숨 걸고 나오시는 거잖아요. 저도 작품 준비하기도 하면서도 많이 찾아보고 그랬는데 그 시간이 정말 두렵고 겁나고 진짜 인생에 한 번 있는 그 순간을 어떻게 결심하고 왔을까? 그런 게 좀 깊이 느껴진다고 그래야 하나? 그래서 그게 좀 더 와닿는 것 같아요.”
또 하나 자신에게 애착 가는 장면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현장음]
[녹취: 서수지 배우] "마지막에 아무래도 제가 엄마를 떠올리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때 혼자 뭔가 서울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라고 말하면서 하는 그 노랫말과 그런 것들이 저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주변 사람들이 봤을 때 나는 여기서 그냥 낯선 사람이었나 보다고 하는 노래가 저한테는 의미 있지 않나 싶어요.”
현장에는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이 함께 웃으며 관람했는데요. 이전 연극에 참여했다는 학생과 어머니도 새로운 공연 소식에 찾아왔다고 합니다.
[녹취: 백진안 씨] "그전 작품도 탈북민 관련된 작품에 저희 아이가 참여했었는데 그때와는 다른 분위기인 것 같더라고요. 많이 접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탈북민들의 그런 힘듦 그리고 어려움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런 연극이라든가 공연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녹취: 김시찬 학생] "제가 트로트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고 내용도 탈북민에 관한 이야기여서 더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탈북민이라는 걸 알고 이야기하다가 얘기하는 걸 싫어하는 그 사장님을 보면서 하는 그 배우님의 모습이 제일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연기가 제일 멋졌고, 잘못이 아닌데 안 좋게 생각하는 그게 조금 그랬었던 것 같아요. 꼭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것을 다른 분들도 꼭 생각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탈북민의 정착기를 다룬 연극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과 그들이 정착하며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관객도 있었습니다.
[녹취: 양예선 씨] "막연하게 탈북민들이 탈북하는 과정만 영상 매체로 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탈북민들이 정착해서 생활하는 것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보니까 이런 것들을 통해서 노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게 오신 만큼 잘 적응해서 원하는 꿈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녹취: 김다영 씨] "흥미로웠고 탈북민이 진짜로 현실에서 생활하는 게 적응하는 게 좀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았던 그런 탈북 관련된 내용을 연극으로 재미있게 접해서 너무 좋았고 실제로 탈북민들이 생활하는 데 좀 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서 만약에 주변에 있다면 한 번 더 관심을 기울일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