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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보기]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잔존하는 ㅁ에 대하여> 전시


[탈북민의 세상보기]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잔존하는 ㅁ에 대하여>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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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인권정보센터 주최로 독특한 제목의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잔존하는 ㅁ에 대하여>란 제목의 전시인데요. ‘북한’과 ‘북한 인권’을 떠올렸을 때 무엇이 마음에 남는지 살펴보는 전시회로 미디어 아트 작가 3팀과 탈북민 작가가 함께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보기’, 오늘은 ‘<잔존하는 ㅁ에 대하여>’ 전시 현장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잠시만 멈춰서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잔존하는 ㅁ에 대하여> 전시 가운데 1층에 마련된 박심정훈 작가의 사운드 아트 작품입니다. 제목은 <잠시만 멈춰서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인데요. 작품 가까이 다가가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니 빗소리가 낯선 목소리로 바뀝니다.

이번 전시는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신진 미디어 아트 작가 3팀 그리고 함경도 출신 회화 작가와 함께 마련했는데요. 먼저 어떤 취지에서 전시회를 열게 됐는지, 북한인권정보센터 안하영 연구원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안하영 연구원] "2014년도에 UN에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조사 결과가 있었잖아요.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고 그랬던 시간이 10년 전인데, 10년 후에 우리한테 남아있는 게 얼마나 있는지, 북한 인권이 아직 10년 전의 그 깨달음이 충분한지 그런 거를 좀 고민하면서 대중분들께 10년 전에 그런 moment(순간)가 있었다는 사실과 이번에는 전시를 통해서 깨달음을 드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 전시가 시작되었고요.”

북한 인권에 관해 관람객들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는 건데요. 전시 제목이 조금은 독특합니다. <잔존하는 ㅁ에 대하여>라고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

[녹취: 안하영 연구원] "북한 인권 전시니까 당연히 북한이라는 게 제목에 들어갈 거로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아직 한국 사회에서 ‘북한’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했을 때 본인의 마음속에서 어떤 편견이라든가 이런 게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작품으로 자세한 건 얘기하고, 들어올 때부터 편견을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으로 잔존하는 ㅁ이 될 수도 있고 네모가 될 수도 있고 빈칸이 될 수도, 좀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을 만들고 전시 자체도 질문을 던지는 전시로 만들었어요. 의문문 같기도 하고 당신에게 잔존하는 게 어떤 건지, 근데 이게 들어와 보니까 북한이고 근데 나한테 잔존해 있는 북한이 뭘까? 인권이란 뭘까? 질문을 던지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의 미디어 아트 작가들은 청년 미디어 아트 작가 공모를 통해 선발됐다고 하는데요. 선발 이후에는 2개월 동안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연구원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작업했다고 합니다. 먼저 박심정훈 작가의 작품 소개 들어보시죠.

[녹취: 안하영 연구원] "사운드 아트 작품이고 상호작용을 하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스피커랑 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래 빗소리가 나고 가까이 다가가면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북한(탈북민) 분들의 증언이거든요.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또 멀리 떨어지면 다시 빗소리가 나면서 목소리가 묻히는 작품인데 북한 주민분들의 목소리를 한 번이 아니라 계속 들어야 한다, 잊힐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그렇게 작업하셨다고 하셨고 여기서 나오는 빗소리랑 새 소리 이런 자연 소리는 비 오는 날 DMZ에 가셔서 직접 녹음해서 작업해 주셨어요.”

안하영 연구원은 이번 전시를 통해 북한을 안보적인 이슈로만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봄으로써 북한 인권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길 바랐는데요. 2층으로 올라가니 이정 작가의 작품에서도 탈북민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녹취: 하우스홀드 굳즈(Household Goods) 현장음]
시각 예술가로 활동하는 이정 작가는 일상 생활용품을 주제로 4명의 탈북 청년의 이야기를 수집했는데요. 생활용품에 따라 개인마다 다른 특별한 기억과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녹취: 이정 작가] "한 분께서는 두루마리 휴지가 부잣집에 가야 있는 거 아니면 있어도 굉장히 아껴 쓰거나 이랬는데 휴지가 없으면 그러면 어떡하냐? 했을 때 할머니가 신문지 같은 거를 이 정도 사이즈로 잘라서 벽에 걸어놔 주신대요. 그럼, 그거를 화장실에 앉아서 막 비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근데 너무 웃으시면서 웃기죠. 막 이러면서 비벼요. 라고 설명해 주시는데 사실 조금 슬픈 얘기잖아요. 근데 그분도 생각하시면서 웃긴 상황인 거죠. 근데 그런 얘기들, 아직 북한에서는 그런 일들이 있다는 게 되게 다가오는, 그런데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런 얘기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러면서 작품을 통해서는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복합적인지, 또 동시에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랐습니다.

[녹취: 이정 작가] "북한 인권이라는 게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런 거를 안내할 수 있는 안내 표지 정도의 역할을 제 작업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관람하면서 이게 어떤 얘기인가? 하다가 마지막에 ‘아, 이게 북한이탈주민들 얘기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알아채셨으면 하는 의도가 있었어요. 그래서 인터뷰 처음에 구할 때조차 북한 사투리를 전혀 안 쓰시는 분이었으면 좋겠고 특정 인물이나 단어를 일부러 삭제해서 관람객이 보면서 유추할 수 있게끔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게 됐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역할은, 뭔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거에 대해서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하는 게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회화 작가인, 탈북민 안충국 작가도 함께했는데요. 안 작가는 먼저 제목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녹취: 안충국 작가] "'잔존'이라는 단어를 이번에 좀 더 다시 생각하게 됐는데 기존에도 알고 있는 단어였지만, 잘 쓰지 않는 단어여서 생각을 못 하고 있었는데 '잔존'이라는 말이 제가 살아가는 넓은 세상에서 혼자 아등바등 살아가는 거랑 굉장히 닮아 있는 단어인 것 같아서 지금도 맴도는 단어인 것 같아요.”

안 작가는 현재까지 자신을 있게 한 많은 경험 중에서 ‘본다는 것’의 중요함을 몇 년 전부터 느껴왔다고 합니다. 보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중요함을 깨달은 건데요. 그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 소개 함께 들어봅니다.

[녹취: 안충국 작가] "‘원’이라는 작업은 일단 추상의 형태 원이고요. 거기에 약간 그물망이 보이는 네모의 안에 원이 있는 작업이고요. 거기 보면 현재는 위, 아래로 전시가 되어 있는데 위에 네모는 살짝 진한 회색이고요. 밑에는 백시멘트로 컬러를 칠해서 아이보리 느낌의 색을 갖고 있는 작업인데 ‘원’이라는 것 자체는 달에 영향을 좀 받았던 것 같아요. 그 달이 조명의 역할로 와닿았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그림 배우러 미술 선생님 집에 왔다 갔다 하면서 봤던 그 앞을 볼 수 있게 했던 게 저한테는 달이 갖고 있는 빛이었기 때문에 그거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안 작가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선입견 없이 자신이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봐주길 바랐는데요. 실제 관람객들의 소감은 어떨까요?

[녹취: 박소영 씨] "오히려 탈북 작가분은 그런 탈북한 거나 북한에 대해서 작품을 거의 안 담으시는 것 같고 다른 분은 그런 걸 오히려 되게 많이 담는 것 같아서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또 저도 대학교 동기 중에 탈북했다는 분들이 있었어요. 저도 약간 안 친하니까 북한에서 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그분들이 머리도 샛노랗게 염색하는데 사실 저희도 다 그렇게 하잖아요. 근데 그분들이 하면 그게 되게 특이해 보였단 말이에요. 그게 그냥 출신이 북한인 게 고향이 서울인 거랑 사실 다를 게 없는 건데, 우리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고 이런 전시 하면서 되게 오늘 제 생각을 바꾼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녹취: 정순영 씨] "탈북민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북한에서의 일상적인 부분들은 어디서 들을 수 있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그런 게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게 된 것 같아서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이정 작가님 '하우스홀드 굳즈'에서 단순한 형식이지만 효과적으로 더 다가왔던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장면들이 3D 오브제들로 표현되고, 그런 것들이 현실의 기억들,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좋았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한 관람객은 자신에게 잔존해 있는 ㅁ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녹취: 한국 시민] "저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한국) 사람들, 우리 사회가 뭔가 특정 계층에 기대하는 바나 아니면 고정관념이랄까?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탈북민들에 대해서는 이 사람들은 배고파서 왔을 것이다, 아니면 자유를 찾아왔을 것이다… 근데 저는 전시 보면서 느꼈던 게 그런 특별한 목적 의식 없이 오신 분들도 많을 거로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분들은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온 게 아니라 가능성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을 경계 짓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그런 의미에서의 ㅁ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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