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소쩍새야’ 현장음]
북한의 혁명가극, 피바다 가극단의 OST 중 하나인 ‘소쩍새야’가 공연장에 울려 퍼집니다.
이번 공연은 ‘하나의 땅 하나의 꿈 : 통일을 향한 여정’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는데요. 한국에 정착한 지 18년째인 오카리나 연주자, 탈북청년 김정우 씨가 기획한 공연이고요. 김정우 씨를 포함해 모두 6명의 남북한 출신 연주자가 모여 각자의 색깔과 음악이 어우러졌습니다. 먼저 김정우 씨의 공연 소감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김정우 연주자] "너무 홀가분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호응을 같이 해주셔서 너무 뜻깊고 제가 원하던 그림이 나왔던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전부 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고요. 소해금 연주자분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지만, 나머지 분들은 다 초면인 분들이에요. 제가 수소문해서 다들 스펙이 훌륭한 친구들이어서 근데 또 이렇게 좋은 뜻의 공연해 준다고 해서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이번 공연은 남북한에서 불리는 다채로운 곡들로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는데요. 곡 선정에서도 많은 고심을 했다고 합니다.
[녹취: 김정우 연주자] "모든 곡을 북한 곡들로 꽉꽉 채우려고 했었어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남한 분들도 계시고 북한 분들도 계시는데 굳이 (북한 곡으로) 다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중간에 모든 분이 다 알 수 있는 곡을 하나 넣자, 이런 식으로 해서 한국의 국악도 넣어보고요. 북한에서도 알고 남한에서도 아는 '고향의 봄' 같은 곡도 하나 넣고요. 다 같이 따라 불러주실 수 있는 '축복하노라' 같은 결혼에 관한 재미있는 곡들도 한번 넣어보고요. 이 곡은 북한에서 결혼식을 치를 때 신랑, 신부를 축복해 주는, 대한민국에서는 ‘결혼 행진곡’ 같은 널리 알려진 곡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다 같이 따라 불러주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연에서 선보인 10곡 중에 북한 곡도 다수였기 때문에 연주자들과 함께 편곡하며 합주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는데요.
[녹취: 김정우 연주자] "사실은 처음에 북한 곡을 되게 낯설어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이 친구들을 설득할까? 하면서 피아노 세션 친구와 미팅을 굉장히 많이 가졌어요. 그러면서 북한에는 이런 곡이 있고 정치색이 묻지 않은 좋은 곡들이 많다고 하면서 한번 들어봐라, 이 곡을 이렇게 해보자, 구성을 이렇게 해보자, 편곡을 이렇게 해보자고 하면서, 계속 미팅을 가지면서 제안하니까 점점 더 재밌어하더라고요. 그리고 여기 베이스 친구는 특별히 아까 '축복하노라'라는 곡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같이 합주하면서, 그래서 음악이라는 힘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우 씨는 공연 기획, 연주와 함께 이번 공연의 사회자로 나서기도 했는데요.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관객과 호흡하며 즐긴 이 시간이 더욱 뜻깊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정우 연주자] "사실 처음에 인사했을 때는 별로 박수도 잘 안 치시고 하길래 이번 공연 망했나라는 생각했는데 굉장히 또 친숙하게 다가와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고 많은 분이 호응을 잘해주셔서 그리고 앞에 있는 친구들은 막 가사지를 보면서 따라 불러주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역시 음악이라는 힘은 진짜 대단하구나, 북한 곡이라고 해서 한국분들이 낯설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우 씨와 마찬가지로 소해금 연주자인 박성진 씨는 평양예술대학을 졸업한 탈북민이고요. 네 명의 연주자들은 한국 출신 연주자인데, 이번 공연에서 베이스를 맡은 김종현 씨는 북한 출신 연주자와 합주한 경험이 처음이라며 공연 소감에 대해 전했습니다.
[녹취: 김종현 연주자] "처음 합주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선, 제가 몸담고 있는 신(Scene)과는 되게 차이가 많은 분야였기 때문에 좀 많이 떨렸는데요. 설명을 잘해주셔서 합주하는 데 큰 어려움 없이 진행했습니다. 우선 관객들에게서 얻는 느낌이 많이 색달랐는데요. 왜 그러냐면 오늘 연주한 곡은 탈북민분들이 아는 노래인데, 떼창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감명이 깊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이번 연주 경험이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제의가 들어온다면 남북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작은 부분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힘써보겠습니다.”
또한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하는 이석원 씨는 연주뿐만 아니라 밴드 마스터 역할도 함께 했습니다.
[녹취: 이석원 연주자] "전체적인 편곡이랑 악보 작업을 제가 했고요. 아무래도 조금 옛날 곡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요즘 느낌이 나도록 코드를 수정하고 멜로디를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동양 악기랑 서양 악기랑 뭉치기가 쉽지 않아서 음계가 좀 달라서 그런 부분을 조율하는 게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다들 너무 잘해 주시던데요. 생각보다 되게 잘 융화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남북한 세션 협동 연주회와 같은 공연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녹취: 이석원 연주자] "그러니까 끝나고 나서 이렇게 인터뷰를 해주시니까 되게 뜻깊은 일이었네, 싶은데 저는 그냥 이런 일들이 아무 별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되게 많아져서 그냥 탈북민이든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고 탈북민이라고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냥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김정우 씨는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 만큼, 자신의 기획 의도대로 하나의 땅에서 또 하나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우 연주자] "현재 대한민국 땅에서 탈북민으로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계기는 모든 분의 응원 덕분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어릴 때 15살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피나게 연습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그래도 작은 통일이 모여서 큰 통일이 된다면 한반도가 하나로 붙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남북 통합 문화 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같은 이런 것들이 더 많아져서 더 많은 공연 그리고 또 많은 창작 활동을 앞으로 더 진행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준비한 연주곡이 끝나자마자 관객은 앙코르를 외쳤습니다. 남북한 출신 연주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2곡을 더 연주했고요. 함께 웃음 지으며 ‘하나의 땅 하나의 꿈’은 마무리됐습니다. 관객 민유민 씨의 소감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민유민 씨] "’임진강’ 노래 공연 너무 좋았고요. 저는 그 곡이 항상 좋은데 이렇게 오카리나와 소해금 그리고 가야금을 통해서 들으니까 너무 좋고 가슴에 와닿고 정말 음악 하나로 이렇게 남북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뜻깊고 일단 탈북해서 오신 분들이 이 자리에서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뜻깊은 것 같아요. 정우 씨는 음악계에서 활동하시는 분이시잖아요. 예술 쪽은 모두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거니까요. 남북 통합 모든 것들이 마음이 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남북 통합이나 통일로 가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한국 시민은 새로운 북한 노래를 알게 돼서 뜻깊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녹취: 장수진 씨] "저는 감동도 받고 아름답게 잘 봤던 것 같아요. 다양한 곡들 다 좋았는데 저는 ‘축복하노라’, 결혼식 때 불리는 북한 노래라고 하셔서 되게 감명 깊었는데, 한 쌍의 결혼하신 분들을 축복하는 그런 노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북한에 대한 뭔가 강직되고 인권이 이렇게 탄압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축복하고 행복을 바라는 부분도 있다는 걸 다시 알게 된 것 같고 좋은 공연이었어요.”
[녹취: 한국 시민] "개인적으로 ‘임진강’이라는 곡을 알아요. 그래서 되게 좋아했고 오늘 새로운 곡들 들으니까 너무 좋았고 북한에 대해서 아직 너무 몰랐구나, 엄마 세대는 그래도 많이 알고는 있었지만, 저희 때는 솔직히 무관심이 많았거든요. 근데 새로운 거 많이 알게 돼서 오늘 뜻깊었어요.”
그런가 하면, 공연을 관람한 어린 학생들은 노래가 좋고 오카리나 소리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그러면서 통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녹취: 류서현 학생] "노래가 좋았어요. 노래가 (마음을) 울리는 게 노래가 되게 신기하고 조화롭고 그래요.”
[녹취: 신윤호 학생] "진짜 실제로 들으니까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오카리나가 제일 좋았어요. 오카리나가 이렇게 다채로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통일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북한 친구들도 너무 만나고 싶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