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조감도 설명 현장음]
“제가 계획하고 있는 우리 조경 사무실이에요. 깔끔하게 앞마당은 조경으로 마무리했고 저는 이 공간에서 직원들이랑 조경 쪽 일을 하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탈북민 최정원 대표가 사무실 한쪽에 붙여져 있는 한 조감도를 설명합니다. 회색 콘크리트로 된 사무실이 아니라 주택처럼 편안한 집 같은 사무실을 꿈꾸며 꿈의 조감도를 미리 그려봤다는데요.
한국에 정착한 지 20년 정도 됐다는 최 대표. 북한에서부터 자연을 사랑하고 조경학에 관심이 참 많았다고 합니다.
[녹취: 최정원 대표] "북한에 있을 때도 조경학을 전공했었고 근데 거기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 보니까 1년 정도 공부하다가 휴학한 상태에서 한국에 오게 됐고 한국에 와서 그 전공을 살리게 된 거죠. 졸업까지 하고 제가 전공한 분야에서 지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이쪽에 관심이 있었고 북한은 조경학이라고 안 해요. 원예, 조경, 산림 세 개를 합쳐서 원림학과라고 하거든요. 원림학과를 전공했었고 고등학교 때부터 나무나 꽃을 좋아하다 보니까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봄이 돼서 나무에 새싹이 나오면 연둣빛 색이 나오잖아요. 밤색이나 검은색의 줄기에서 연둣빛이 물들어 있는 그게 아직도 예쁘거든요. 저는 꼬맹이 때나 지금이나 자연을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 대표는 큰 고민 없이 한국에서의 전공을 쉽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30살의 나이로 대학교 신입생이 되어 조경학을 공부했는데요.
[녹취: 최정원 대표] "북쪽에서 한 공부는 1학년밖에 안 다녔기 때문에 그 지식은 너무나도 보잘것없다고 생각했었고, 한국에서의 학과들이 세분화돼 있다 보니 저는 그중에서 조경학을 선택했었고, (북한과) 많이 다르죠. 학과 자체도 세 개를 합쳐서 한 학과를 배우는 거랑 세부적으로 나눠서 조경학과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거랑은 차이가 분명히 있고 저는 11학번이거든요. 제 나이에 비해서는 좀 더 젊은 친구들하고 공부했고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함께 공부했던 대학교 동기, 동생들이 지금도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최정원 대표] "다른 친구들하고 거의 10년 차이였잖아요. 근데 너무 고마웠던 게 그때 만났던 친구들 아직도 연락하고 지금도 언니, 누나 하면서 연계하고 있고 그 친구들한테 진짜 고맙다는 얘기는 하고 싶어요. 제가 북쪽에서 온 걸 알면서도 혹시라도 내가 뒤처진다 해야 하나요? 그럴 때도 잘 도와줬던 것 같아요. 우리가 오면 제일 먼저 느끼는 게 편견이잖아요. 근데 그거 없이 그냥 동네 누나처럼, 언니처럼 그게 너무 고마웠었고 지금도 1년에 한두 번씩은 꼭 보고 제일 고마운 게 제가 컴퓨터는 아무래도 여기 와서 배우다 보니 서툰데 원격이라는 게 있잖아요. '영수야, 이거 좀 도와줘.' 하면 '예. 누나'하고 도와주는 친구들 아직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대학교를 졸업한 최 대표는 자기 힘으로 조경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먼저 조경 관련 회사에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가 있었다고 했지만, 최 대표는 대학교에서의 배움과 경험을 밑거름 삼아 자기 회사를 꾸렸습니다.
[녹취: 최정원 대표] "저 같은 경우에는 진짜 맨땅에 헤딩한다는 말이 맞았던 것 같아요. 자금력도 부족했고 경험치도 부족했던 상황에서 그냥 진짜 두 주먹만 가지고 시작했었고, 열악한 환경에서 전문적으로 제가 하기 시작한 건 한 3년? 그래도 제가 일하는 것을 모두 예쁘게 봐주시고 또 하나하나 일을 하다 보면 또 자부심도 느끼고 조금 무모한 도전이지 않았나 싶긴 해요."
그렇게 2019년 회사를 설립하고 2021년 4월에 법인 등록을 했습니다.
[녹취: 최정원 대표] "아직은 매출은 적지만 그래도 나름 조경회사 선배님들도 많이 도와주시고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대부분 일반인은 조경이라 하면 나무를 심어서 파세요? 하는 질문들이 진짜 많아요. 거의 80~90%가, 근데 조경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자연을 설계한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주변의 환경을 조경 설계부터 조경 시공까지 그 과정은 여러 단계가 있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회사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이제 3년째인 최 대표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함께 협업하는 일을 통해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고 전했고요. 현재 최 대표와 함께 정직원으로 일하는 직원은 3명이라고 합니다.
[녹취: 최정원 대표] "민간사업도 있지만 지자체나 또 지인들, 선후배님들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 협업하는 일들이 많아요.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는 입장이고요. 현재는, 견적서 하나라도 설계 선 하나 긋는 것도 선배님들한테 여쭤보고 그렇게 도움받는 입장이고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죠. 저는 거기에서 하나하나 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이고요. 우리가 조경 공모전 같은 데 보면 조경 설계, 디자인 이런 부분들이 분명히 있잖아요. 공모전 사업이라든가 설계 같은 거는 지자체에서 나오는 설계들이 뽑아져 있어요. 거기에 맞게 식재 공사를 한다든가 소나무 식재 같은 거? 그런 거를 하게 되고 저도 안전화, 안전모는 기본으로 착용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거죠."
또한 최 대표는 한 기업의 대표로서 더욱 신경 쓰는 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녹취: 최정원 대표] "조경을 시공하는 부분은 제가 배우면 되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제가 여기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보니 똑같이 공부하더라도 내가 진짜 잘하고 있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부분을 신경 쓰게 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많이 신경 쓰게 되죠. 이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도 있잖아요. 제가 대표이다 보니 나무 하나에 관해서 얘기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고 근데 이게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경력이 쌓여도 이 부분은 제가 가져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아마 남쪽 출신의 저와 같은 위치에 있는 분들도 똑같은 고민은 분명 할 거예요. 근데 저는 그분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죠. 말투라든가 억양이라든가 내가 쓰는 단어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경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기가 있다고 하는데요. 3월~5월 그리고 9월에서 11월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비성수기에는 공모 사업을 진행한다든가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데요.
[녹취: 최정원 대표] "우리 지역에 북한이탈주민으로 된 비영리 단체가 있고요.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에 와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고마움이라든가 우리도 손 맞잡고 같이 봉사하는 그런 즐거움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다 보니까 취약계층들 쪽으로 봉사하게 되는 것 같고 예를 들면, 사회복지단체 같은데 급식 나눔이라든가 설거지 하나라도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조경 쪽을 전공했기 때문에 환경 쪽을 생각할 수밖에 없거든요. 제가 활동할 때는 환경 캠페인 운동을 많이 했어요. 쓰레기 줍기라든가 나무 심기라든가 저는 식목일이면 나무 심기 자원봉사도 매해 하고 있고 환경 쪽에 관심이 많아요. 나무들이 꽃 피는 시기라든가 이런 환경,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걸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렇기에 최 대표는 남북이 왕래할 수 있는 그날이 되면 꼭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전했는데요. 바로 ‘통일 묘목 나눔 행사’입니다.
[녹취: 최정원 대표] "하겠다고 계획했던 것이, 식목일이면 나무를 많이 심잖아요. 식목일이 된다면 남한하고 북한이 나무를 서로 주고받는 '통일 묘목 나눔 행사'를 진짜 한번 꼭 해보고 싶어요. 북한의 민둥산도 많다고 하고 저는 거기서 살아봤기 때문에 거기에는 남쪽이랑은 수종이 조금 차이들이 있어요. 따뜻한 지역과 추운 지역이어서, 20살 때까지 있었으니까 어떤 나무들이 있었고 어떤 꽃들이 있는지 기억하지만, 제가 이제는 북한에서 산 시간보다 여기서 산 시간이 더 길거든요. 남쪽에서 재배되고 유통되는 예쁜 나무들 북한에서도 봤으면 하는 바람, 참 예쁜 나무도 많고 그런 것 같아요."
예쁜 나무와 식물 가운데서도 진달래과의 철쭉, 특히나 산철쭉을 북한에 더 많이 유통하고 싶다고 말했고요. 끝으로 조경회사의 대표로서 최 대표의 바람도 들어봤습니다.
[녹취: 최정원 대표] "대한민국 사람들이 제일 열심히 산다고들 하잖아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사는 건 참 자랑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거기에 한 일원으로 저도 열심히 산다고는 했는데 저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대표의 자리에서 하다 보니 12시(자정)까지 일하는 거는 수없이 많고 열심히 산 것 같은데 그래도 많이 부족하지 않을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봐요. 큰 목표는 지금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그리고 좀 더 많은 경험을 쌓아서 어떠한 조경 회사는 믿을 만한 회사다. 저기에 맡기면 진짜 일 잘하더라, 목표는 그거인 것 같아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