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역 개발연구를 하며 고향을 연구하는 탈북민 석·박사 중심의 학술연구단체인 사단법인 북한개발연구소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알리는 창작 뮤지컬을 제작했습니다. 찾아가는 문화공연으로 5월 한 달 동안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선보여질 예정인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북한인권뮤지컬 ‘엄마라 부르고 여자라 쓴다’의 연습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탈북 과정에서 딸과 헤어져 홀로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민 은영. 한국의 무역 상인 윤 사장은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북한 농산물 수입 계약을 하러 가서 딸 봄희를 탈북시키겠다며 은영을 위로합니다.
[녹취: 현장음]
북한인권뮤지컬 ‘엄마라 부르고 여자라 쓴다’인데요. 이번 뮤지컬을 제작한 ‘사단법인 북한개발연구소’ 박은영 씨의 얘기 들어봅니다.
[녹취: 박은영 뮤지컬 담당자] "이전에도 어린이 북한 인권을 위한 어린이 극이라든지 책이라든지 도서 관련해서도 출판한 적이 있고요. 북한의 인권과 현재 실정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탈북자들을 위해서 우리가 같이 화합해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을 도울 수 있는 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근데 처음으로 뮤지컬을 시도하게 된 겁니다. 통일부 인권 증진 사업의 일환으로 채택돼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뮤지컬은 찾아가는 문화공연으로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선보여질 텐데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녹취: 박은영 담당자] "은영이라는 인물이 탈북한 여성이에요. 여성인데 같이 오다가 딸을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혼자 남한에서 적응하는 과정이 보이고요. 그 딸을 찾아서 딸과 같이 한 가정을 다시 이루게 되는 해피엔딩의 스토리입니다. 근데 오는 과정보다는 남한 사람들과의 적응기 이런 것들이 사실은 진짜 현실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아이들이 보고 이렇게 적응하고 있구나, 우리가 어떻게 이분들을 대해야 할까 하는 것들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인 거죠.”
그리고 이 극의 글을 쓰고 연출을 맡은 노민수 연출가는 탈북민을 아우르는 다문화 사회를 그렸다고 말합니다.
[녹취: 노민수 연출가] "저도 이런 작품을 한번 해봐야 하겠다는 생각했어요. 다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가 됐고 탈북민들과 우리가 살고 있고, 살아야 하므로 그런 분들하고 우리가 삶에 있어서 어떤 문제점이라든지 같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중에 제안을 받고 그 대신 한국분하고 탈북민하고의 관계만 쓰면 남북한 얘기만 될 것 같아서 베트남 여성을 촉매 역할로 그렸는데 다문화 속에서 북한 생활에 대한 것들도 얘기를 많이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서 작품을 하게 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출신에 상관없는 여자, 엄마로서의 삶을 나타내고 그 안에 헤어짐과 만남을 그려내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녹취: 노민수 연출가] "오프닝에서 전체적으로 헤어짐에 대해서 표현했고 2장 같은 경우에 한국 여성과 베트남 여성과 또 탈북 여성이 물류센터라는 곳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모습 그렇게 우리 엄마들은 힘들게 산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식과 헤어진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에요. 근데 탈북하면서 내 딸을 두고 왔는데 그 어른들이 많이 말씀하시잖아요. 엄마 팔자 따라간다고 딸은, 그래서 그런 것들이 후반부에 보이면서 3단계죠. 결국엔 만나서 행복을 찾아간다. 이런 얘기거든요.”
그리고 탈북민 은영 역할에는 아까 들으셨던 박은영 담당자가 직접 배우로 나섰는데요. 원래 주요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인 공연 배우라고 합니다. 그래서 극에서도 판소리와 함께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였는데요.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이 가장 걱정스러웠다고 해요.
[녹취: 박은영 배우] "저는 원래 공연 배우예요. 판소리도 하고요. 사실 언어적인 부분이 혹시 내가 하는 언어가 북한에서 쓰시는 실질적인 말과 틀리면 어떡하지? 그 걱정을 많이 하긴 했어요. 근데 자문단분이 중간에 점검을 오셨는데 탈북하셨던 교수님인데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듣기에 너무 편안하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감명받았다고 얘기해 주셔서 저도 감사했고요. ‘그랬습니다. 사장님.’ 억양의 차이인 거죠. ‘사장님 우리 봄희를 찾았습니까? 죄송합니다.’ 부드럽게 언어 구사했는데 그게 좋으셨다고 그러더라고요.“
더불어 자기 역할을 통해 탈북민들의 고난과 슬픔을 알게 됐다는 박은영 씨는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바람도 얘기했습니다.
[녹취: 박은영 배우] " 그 역을 제가 하면서 정말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 이분들도 진짜 힘든 일을 겪고 넘어오셨을 거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상처가 많고 누구를 가까이 대하기가 참 어려운 마음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근데 그거를 우리가 곡해하지 않고 순수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간을 좀 두고 그분들을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또한 탈북민 은영을 돕는 윤 사장 역할에는 배우 윤기원 씨가 함께했는데요. 윤 사장 역할에 관한 자세한 소개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윤기원 배우] "윤 사장은 주인공 박은영 씨를 도와서, 북에 두고 온 따님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무역업자입니다. 굉장히 개인적으로 박은영 씨를 좋아하고 사모해서 그녀의 힘든 일을 도맡아 책임져주려고 하는 가슴 따뜻한 그런 남자올시다.”
배우 윤기원 씨는 그동안 여러 드라마와 영화 또 공연 활동을 활발히 해 왔는데요. 탈북민에 관련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녹취: 윤기원 배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애환이나 실상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해야 하나요? 결국에는 같은 민족끼리 이념이 다르고 그래서 갈라져서 가족들끼리 생이별하고 있는 상황들, 충분히 볼 수 있는데 볼 수 없는 게 어쨌든 삶과 죽음처럼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 어떻게든 조만간에 책임 있는 분들이 잘 협의하셔서 다들 나이 들어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지시는데 그분들 살아생전에 가족들끼리 만나서 못다 한 이야기, 한도 많이 풀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뮤지컬의 여러 장면 가운데서도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요.
[녹취: 딸과 재회하는 장면]
[녹취: 윤기원 배우] "아무래도 딸이 성장한 후에 딸도 다시 탈북해서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그 시간만큼 서로 응어리진 갈등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딸은 어머니를 원망하고 어머니는 그동안 딸한테 해주지 못한 자책감 때문에 서로 힘들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실제로도 저럴 수 있겠구나. 물론 우리 작품은 해피엔딩을 추구해서 마지막에 그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만 모든 분의 실상이 그렇지는 않을 거거든요. 어쨌든 저희 작품에서 마지막에 그래도 둘이 그 해묵은 오해를 털고 부모와 자식 간에 하나가 되는 장면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모든 분에게 그런 결말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뮤지컬에는 탈북민 배우가 함께 힘을 모았는데요. 북한의 부장 역할을 맡은 배우 차위성 씨이고요. 북한 인권을 다룬 뮤지컬 소식에 누구보다 반가웠다고 합니다.
[녹취: 차위성 배우] "최근 들어서 북한 인권에 관해서 많이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또 연극이나 지금 이 작품처럼 뮤지컬로 올려진다는 건 아무래도 다루기 쉽지 않은데 그거를 대중 예술로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한테 노출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 중 한 분이신 윤 사장님과 만날 때 아무래도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까 그게 관객들도 궁금해할 것 같다. 북한의 모습을, 북한의 부장 역할이기 때문에 북한 현지의 모습을 극으로 재현해 내는 장면이거든요. 또 제가 북한이탈주민이기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신뢰성을 좀 더 가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차위성 배우는 뮤지컬을 통해 관람객이 북한 인권 문제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탈북민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는데요. 차 배우의 활동 목표도 들어봅니다.
[녹취: 차위성 배우] "작품이 충분히 좋기 때문에 관람하는 것 자체로도 많이 얻어가실 것 같습니다. 북한이탈주민 중에서 배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남자 배우는 제가 유일하고요. 그렇기에 책임감을 더 가지고 특히 인권이나 북한 현지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앞으로도 작품을 계속할 거고요. 또한 개인의 공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거기에 발맞춰서 저도 그에 합당한 연기를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