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출신 청년 예술가들이 북한 강제 실종 문제를 다룬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강제 실종이란 납치된 피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납치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가 법적인 구제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범죄 행위인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북한 강제 실종 전시회: 사라진 사람들'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작품 설명음]
전시회에 참여한 탈북 청년 예술가 김현정 씨가 ‘고향’이라는 서예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USAU,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과 IRI BYFY 의회가 주최했고요.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와 주한스위스대사관이 후원했습니다. 전시회를 열게 된 취지, 먼저 USAU 김승현 대표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김승현 대표] “북한 인권이 심각한 거는 알고 있었는데 사실 북한에 의한 강제 실종이라는 게, 국가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사라지게 만드는 거잖아요. 북한 강제 실종 같은 경우는 국가가 피해자의 납치 사실이나 생사 또는 소재에 대해서 알려주기 전까지는 피해자를 포함한 피해자의 가족분들 역시도 계속 끊임없는 고통에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이런 피해자분들의 나이가 생각보다 고령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북한 인권 문제 중에서도 Time Limit(시간 제한)이 걸려 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문제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게 남기기 위해서는 전시회나 다른 사람이 많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북한 강제 실종에 대해서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대학생 청년 예술가는 모두 21명이고요. 더불어서 전문 예술가도 5명이 참가했습니다.
[녹취: 김승현 대표] “남북한 대학생이 중심이 돼서 작품을 구성하고 음악, 미술, 패션, 글, 그림 등 정말 다양한 걸로 자신만의 예술 작품을 강제 실종과 연결해서 만들었는데 아티스트분들은 5~6개월 정도 피해자분들이랑 실질적으로 소통하면서 행사를 구성했습니다. 피해자분들의 목소리를 전부 다 들었고, 피해자분들이 이런 걸 담아달라고 요청하시는 거를 예술가분들께서 전부 다 받아들이시면서 피해자분들이랑 매일매일 소통하시면서 작품을 만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회를 후원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제임스 히난 소장도 전시회 첫날 이곳을 찾았는데요. 후원한 이유를 통역을 통해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히난 소장]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같은 경우는 10년 전에 북한 인권에 관한 유엔 조사위원회의 후속 조치로 설치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조사위원회가 파악한 주요 문제 중의 하나가 강제 실종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강제 실종이 서울 사무소에서도 우선순위에 놓여서 저희가 다루고 있고, 최근에 강제 실종에 대한 보고서도 발간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예술을 통해서, 또 젊은 대학생들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면 좋을 것 같아서 전시를 후원하게 됐습니다.”
전시회에 참여한 예술가 가운데 소설 작품을 낸 청년 예술가가 있는데요.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김동준 학생입니다.
[녹취: 김동준 청년 작가] “보통 이런 문제에 접근하게 되면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오히려 구체적인 사료를 보니까 이게 그냥 일상생활에서 불현듯 발현되는 게 엄청 많구나 싶었던 게, 자라오면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존재가 굉장히 당연한 건데 그게 모종의 이유로 부재했을 때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지 아니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마음의 상처가 나오게 되는지 이런 것들이 드러나더라고요. 더불어서 여기에 대해서 사회적인 시선이 부정적으로 오게 되면 청소년 때나 아니면 어떻게 성장 과정을 밟게 되는지가 나오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소설로 말씀드리면 참 좋겠다 싶어서 표현하게 됐습니다.”
작품 제목은 ‘파도 너머에’ 이고요. 아빠를 잃은 아이와 그 가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 상실의 아픔을 안은 채 또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녹취: 김동준 청년 예술가] “주인공은 청소년기의 남자아이로 잡았습니다. 이 남자아이는 아빠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렸을 때 아빠가 납치됩니다. 그리고 가정이 붕괴돼요. 어머니는 아버지를 잊지 못해서 항상 현관 앞에서 아버지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연출되고 물고기 장사를 하면서 바다에 혹시 아빠가 올까 봐 항상 기다리시는데 그런 거에 대해서 굉장히 싫증을 많이 느끼는 친구예요. 어느 날 이 친구 중의 한 명이 똑같이 아버지가 납치된 거예요. 그래서 자기와 같은 슬픔을 짊어진 사람한테 자기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지?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 그 다른 피해자 친구가 먼저 이 주인공한테 손을 건넵니다. 사실 자기도 아빠가 보고 싶었고 그리워했었구나….”
그러면서 자기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녹취: 김동준 청년 예술가] “자기가 아프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단절할 것이 아니라, 다른 아픔을 가진 사람들도 보듬어줄 수 있는 것들을 피해자분들의 상실 경험을 통해서라도 얻어가시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머니, 아버지 밑에서 행복하게 자란다는 게 굉장히 평범하고 일반적이지만 이분들 입장에서는 그게 일생일대의 목표입니다. 이룰 수 없는 목표이기도 하고, 평소에 당연하다고 치부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감정이고 일상인지 깨닫게 되시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참여 예술가 가운데, 강제 북송의 피해자인 탈북민 청년도 함께했는데요.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 학과에 재학 중인 청년 예술가 김현정 학생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김현정 청년 예술가] “이번 전시회는 타인이 아닌 우리 가족이 강제 북송을 당해서 그래서 이번 전시의 주제가 강제 실종이잖아요. 그래서 우리 가족이 강제 실종 당했으니까 그걸 계기로 참여하게 됐죠. 작품은 의상이랑 서예 두 가지로 준비했는데 만드는 내내 좀 힘들었어요. 통일을 위해서 그리고 북한 사람으로서, 예술인으로서 처음으로 제 전공을 살려서 작품을 만들게 됐는데 잘 해봐야겠다는 책임감 때문에 그리고 엄마를 생각하면서 하다 보니까 아프기도 하고 마음이 많이 쓰리기도 하고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탈북민 청년 예술가 김현정 학생은 자기 전공을 살린 서예 작품도 선보였습니다.
[녹취: 김현정 청년 예술가]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서예랑 미술을 전공했었는데 그때 배운 서예로 북한 서예 작품을 냈습니다. 북한 서예 특징은 여러 가지 많은데, 제가 쓴 거는 흘림체라고 붓을 엄청나게 흘리면서 내리 글로 쓰는 그런 서예입니다. 관람하시는 분들이 북한 사람들의 아픔, 고통을 이번 전시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알아가셨으면 좋겠고,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씩 더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전시회 현장에는 강제 실종에 관심 있는 다양한 한국 시민이 찾아왔는데요. 그중에서도 북송 재일교포협회의 회장과 회원이 찾아왔고요. 남북한 출신 청년들도 관심 있게 작품을 둘러봤습니다.
[녹취: 이태경 회장] “북송 재일교포협회, 일본에서 태어나서 지상낙원이라는 허위 선전으로 북한에 북송됐다가 탈북해 온 사람들로서의 협회… 그림이 한 60개 될까요? 아마 50개, 60개의 사연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각자 생각하는 마인드도 좀 다르겠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은 북한에서의 인권 탄압과 노예와 같은 생활에서 살았다는 거 여기 다 있는 것처럼.... 우리는 북한을 일깨워주고 정보를 넣어주고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그 모든 걸 다 열어놔야 해요.”
[녹취: 이춘자 씨] “우리는 어려서부터 일본에서 살았고 일본에서 북한에 갔잖아요. 오십 년 동안 감옥 같은 데서 살았거든요. 지금 탈북하고 여기 오니까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이렇게 패션이나 글로 표현한 건 모든 사람한테 눈에 안겨 오죠. 말로 듣는 것보다 좋아요.”
[녹취: 원성은 씨] “요즘 세대 친구들은 남북 관계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 인권 주년을 기념해서 친숙하게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방법인 것 같아서 뜻깊은 전시회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문제 인식이 돼야지 문제 해결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의 전시회 개최와 같이 강제 실종과 북한의 실태에 대해서 알리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제임스 히난 소장은 북한 강제 실종 문제와 더불어 내년에는 강제 노동에 더욱 주목하겠다고 통역을 통해 전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히난 소장] “유엔 인권사무소가 다루고 있는 많은 문제 중에 올해 특히 강제 실종을 집중적으로 다뤘던 부분이 있고요. 내년 같은 경우는 강제 노동에 좀 더 집중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인권 침해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서 양면 접근을 항상 취하고 있습니다. 양면 접근이라고 하는 것은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한쪽에서는 필요하다는 것이고 인권 침해에 대해서 책임질 사람들이 반드시 책임지도록 하는 부분 그리고 북측 당국에는 실종된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부분이 책임 규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또 하나는 북측 정부와 계속해서 협력하고 관여하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