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한 출신 군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회통합 토크콘서트가 열렸습니다. 현재 한국 공군에서 복무 중인 소위와 북한 국경경비대 중대장 출신인 탈북민 이영민 씨가 강사로 참여한 건데요. 남북한 출신 군인들의 같은 듯 다른 점에 관해 살펴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남북더보기 군인 편’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현장음]
북한 국경경비대 중대장 출신인 탈북민 이영민 씨가 북한에서의 군 복무 생활에 관해 얘기합니다. 먼저 이 프로그램은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열린 ‘남북더보기’ 프로그램의 일환인데요. 자세한 얘기, 한국행정학회 김태영 위원장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김태영 위원장] “특별히 장교 편입니다. 그래서 남한의 군대와 북한 군대의 차이점이라든가, 병영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특별히 장교의 시각으로 남북한의 군사 문화 같은 거, 차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장교들이 중간 간부잖아요. 위아래로 많이 압니다. 그러니까 장교들 이야기를 듣게 되면 약간 높은 수준의 군사 문화, 낮은 수준의 군사 문화를 한꺼번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장교를 선택했습니다. 남북한의 군 문화가 많이 다를 거로 생각합니다만, 짐작대로 그렇게 다른지 아니면 군대는 똑같다 이런지를 확인해 보고자 합니다.”
2016년까지 북한에서 장교 생활을 해 온 탈북민 이영민 씨, 그가 있었던 부대는 국경경비대였는데요.
[녹취: 이영민 씨] “국경을 지키는 부대죠. 국경에서 본래 업무는 밀수하고 밀매, 월경하고 월북하고 이거 막는 주 임무고요. 옛날에는 이게 보위부 안전부 소속인가 이렇게 됐는데 군부로 들어갔다가 다시 보위부로 나와서 지금 보위부 소속일 거예요. 장교로는 내가 15년, 2000년도에 장교가 돼서 2016년도까지 장교를 했어요.”
사실 북한에서의 이영민 씨 꿈은 경찰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이영민 씨] “본래는 경찰이 꿈이었는데 집에 백도 없고, 공부만 잘해서 경찰대학 못 간다고 부모가 안된다고 했기 때문에 흘러가는 대로 하다가, 91년도에 핵 문제를 가지게 됐을 거예요. 핵무기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정치가 긴장되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무조건 남자들이 군대에 가야 한다는 그거는 없었어요. 의무 복무제지만 공부 좀 하는 사람들은 대학 가고, 공부 못 하는 사람들은 다 군에 입대하고, 근데 군에 입대하는 것도 어쨌든 공부 잘해서 대학 시험 합격한 사람들은 대학 가고, 무조건 가야 한다는 게 없었는데 무슨 바람 불었어, 너도나도 조국을 지킨다고 막 집단 탄원하다 보니까 공부 잘하는 사람, 대학 준비하던 사람들도 다 휩쓸려서 군에 가게 됐죠.”
그렇게 입대를 결심한 이영민 씨는 일반 사병이 아닌, 장교가 되기로 합니다.
[녹취: 이영민 씨] “사병 생활 10년 하느니 장교 되면 자유로워지고 결혼도 빨리하고, 장교 되면 스물네 살에 결혼할 수 있었어요. 이왕이면 장교의 길로 가자고 해서, 예비 장교 키우는 2년제 학교가 있어요. 2년제 공부하고 다시 군에 들어가서 2년 군 복무하다가 자동화대학에 갔죠. 자동화대학 졸업하고 본래 포병에서 복무했는데 경비대는 아예 몰랐어요. 대학 졸업하면 포병에 갈 줄 알았거든요. 그 기회에 뭐가 있었냐면 경비대 군관학교에 행정 실무를 가르치러 1년을 갔어요. 경비대 군관학교에 갔는데 우리 부대가 해산됐어요. 체계가 변경되면서 포병 지도국이 없어졌어요. 그리고 없어진 찰나에 다시 정세가 긴장되니까 국경경비사령부를 다시 조직했어요. 조직하고 장교가 부족하니까 그냥 경비대 군관으로 편입돼서 한 15년 복무했죠.”
그러면서 ‘남북더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이영민 씨는 북한군에 대한 오해와 실상을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고요. 더불어 대한민국 국군의 훈련 방식이 궁금하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영민 씨] “여기 와서 보니까 북한군에 대한 인식이 너무 과장돼 있고 그러니까 잘 몰라요. 오직 뉴스에서만 전해 듣고 하니까 그런 경향들도 있고 북한의 실상황도 내가 겪은 걸로 알려주고 한국군에게서는 훈련도 질적으로 하는지 이게 관심이 있고, 나도 훈련을 시키던 장교였으니까, 훈련을 여기도 진짜 질적으로 하는지 형식적으로 하는지 그게 좀 궁금하고, 군인들 급식 문제는 나라가 잘 사니까 기본 관심은, 훈련 상태가 궁금해요. 북한 거는 내가 질문에 대답해 주면 되니까....”
또한 이영민 씨는 북한군의 훈련에 관해서 얘기했는데요. 주말과 휴일까지 쉴 수 없을 정도로 휴식이 거의 없다고 말했고요. 2009년 화폐개혁이 실패하면서 북한 군인들은 각자도생하는 처지로, 국가를 지키는 긍지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민 씨] “제일 힘든 게 훈련이죠. 훈련을 6~7개월 하고 평가는 한 3, 4일에 끝나요. 그 3, 4일 검열 때문에 하는 거란 말이에요. 훈련은 길고 판정은 짧고, 근데 어쨌든 그 짧은 날을 위해서 훈련하는 이유가 어쨌든 저쪽(북한)에는 국군이라 그러지 않고 당의 군대라고 했단 말이야. 당을 먼저 지킨다고 그러니까 당을 지키든 뭘 지키든 지금 지켜야 하는 게 임무니까, 훈련을 많이 해야 하고 그 훈련이 아무래도 군인으로서는 제일 힘들죠. 추울 땐 춥고 잘 못 먹으면 추위를 많이 타고, 약하니까 체격이 약하니까 얼어 죽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 이날 프로그램으로 군인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고요. 다시 태어나면 한국에서 장교 생활을 다시 하고 싶다는 얘기도 전했습니다. 현장에는 남북 출신의 주민이 강당을 가득 채운 모습이었는데요. 탈북민 김세현 씨는 북한 군인의 이야기가 더욱 남다르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녹취: 탈북민 김세현 씨] “저희 아빠도 군인이셔서 어릴 때부터 봐왔던 군인 모습이 있어요. 북한에서 14살까지 제가 그거를 봐왔거든요. 군인 생활을,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 와서도 군복 입고 다니는 분들 보면 좀 친근하다는 느낌? 예전에는 적으로 맞서 있었지만, 그거는 정치적인 대립이기 때문에, 좀 마음이 가더라고요. 아빠가 군인이다 보니까, 군대에 대한 관심이 있긴 했었어요. 근데 (한국) 전역 기간, 복무 기간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게 아주 짧더라고요. 그 부분이 좋겠다, 한국 분들은… 근데도 군대 나간다면 많이 섭섭해하시더라고요. 참 너무 대조적이다....”
군 복무 기간부터 군대 문화까지 같은 듯 다른 이야기를 들으며 탈북민 김세현 씨는 서로를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탈북민 김세현 씨]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군인이나 교사나 직업이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서로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필요하고요. 이해를 못 하니까 오해라는 것도 생기고 하니까, 더구나 저희가 한국에서 생활할 때 보면 별것이 아닌데 오해로 안 좋은 일로 이루어지는 게 있더라고요. 알고 보면 별것이 아닌데… 저는 많이 알수록 좋지 않을까? 그런 걸 느꼈어요.”
그리고 한국 시민 김효진 씨는 북한의 실상을 들을 수 있어 뜻깊다는 얘기와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김효진 씨] “평소에도 북한에 관해서 관심이 있어서 찾아보긴 했었는데 직접 탈북민들을 만나면서 알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대중 매체에서 보는 현실이 진짜로 탈북민 선생님들을 통해서 들었을 때 마음이 좀 많이 아프기도 했는데, 탈북민 선생님들이 정착을 잘한 거를 어떻게 하면 더 도와드릴 수 있을지를 더 생각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북한에서) 현실적으로 병원이나 의료 환경이 되게 많이 열악하다고 해요. 그래서 그쪽에서 근무하시는 병원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기는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탈북민 최철선 씨도 이날 북한에서의 군 복무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녹취: 탈북민 최철선 씨] “군 복무를 북에서 한 10년 6개월 정도 했거든요. 제일 중요한 거는 군인도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군 생활을 성실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든가, 편의 사양이 정말 북에 비하면 잘 돼 있구나.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는 (한국) 군 복무 기간이 엄청 짧잖아요. 짧은 기간에 군인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는가? 아니면 전쟁에 나가서 내가 배운 기술을 잘 발휘할 수 있는가? 이런 의문점이 남았고요. 세 번째는 휴가 제도, 북한은 10년 동안 휴가가 없어요. 진짜 공을 세워서 표창 휴가 가지 않으면 휴가가 없거든요. 그러면 10년 동안 부모 형제를 한 번도 볼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런 군 생활과 문화 격차가 엄청 심하구나. 이런 부분을 여기 와서 많이 보고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과정으로 평화통일이 한 발짝 더 가깝게 다가오길 바랐습니다.
[녹취: 탈북민 최철선 씨] “이렇게 남북 간 소통 그리고 남북이 한겨레잖아요. 그러니까 동포분들이 이런 문화를 잘 알아가면서 사람 사는 세상은 똑같지만, 그냥 다를 뿐인데 그거를 서로 알아가고 소통하는 과정에 모두 이렇게 통일을 꿈꾸는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갖고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왔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