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탈북민과 남한 출신 주민이 함께 모여 생애사와 관련한 주제를 통해 서로 이해하며 공감하는 소통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습니다.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갈 수 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남북생애나눔대화’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남북생애나눔대화 현장음]
탈북민과 남한 출신 주민이 한데 모여 자기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녹취: 남북생애나눔대화 현장음]
한국행정학회 소속의 심영미 교수가 사회를 맡았는데요. ‘남북생애나눔대화’의 참여자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먼저 ‘남북생애나눔대화’의 자세한 소개 심영미 교수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심영미 교수] “각각의 어떤 특성을 가진 반으로 구성했어요. 예를 들면 오늘은 직장인반이에요. 그리고 주중에는 주부반,중장년반이 있고요. 그리고 부부반도 한번 해봤어요. 그리고 청년반도 해봤고요. 노년반도 해봤습니다. 그래서 생애 주기별로 비슷한 그룹 또 다른 그룹을 모아서 생애나눔대화를 해보니까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또 시너지 효과가 있기도 하고 그런 특성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2020년도에 강사로 이곳에서 ‘남북생애나눔대화’를 진행해 봤는데 그때 해보니까 청년들 반에서는 청년끼리 할 수 있는 대화를 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어떤 주제에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공감을 형성하는지,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거부 반응을 형성하는지, 이런 것들을 알게 되어서 이렇게 그룹을 분류해 보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팀별로 2회 진행되고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긴 시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녹취: 심영미 교수] “첫날은 주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나에 대해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죠. 나의 욕구는 무엇이고 나는 어떤 것을 잘하고, 나는 어떤 것을 원하고 또 나는 지금까지 어떤 것들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기를 드러내는 시간이에요. 그리고 특히 그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서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을 동물로 한번 비유해 봐라, 그래서 생각을 한번 해보는 시간이고요. 둘째 날은 깊이 들어가서 삶을 살아가면서 힘들었던 애로사항 그리고 오늘은 직장인반이니까 혹시 직장 생활하면서 어려움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를 한번 직장인들끼리 주고받으면서 나는 그러한 어려움을 이렇게 극복했다. 서로가 위로되기도 하고 지혜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심영미 교수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심영미 교수] “사실 서로가 좀 더 깊이 알아보자, 입니다. 그러니까 남북한이 체제의 차이로 너무 다르다. 뭐 이런 얘기도 있는데 이 ‘남북생애나눔대화’는 각각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끼리 어떤 측면에서는 다른 점을 가지고 어떤 측면에서는 매우 비슷했다, 또 어떤 측면에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어떤 측면에서는 차이점을 느낀다, 즉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서 들어봄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그렇게 이해의 폭을 넓혀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교류가 시작되었을 때 서로 몰라서 일어나는 증오 감정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이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속 얘기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모두 마음을 열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만큼 그들의 사이도 더욱 가까워졌는데요.
[녹취: 심영미 교수] “첫날 오후쯤 되면 상당히 분위기가 좋아져요. 그러고 난 다음에 둘째 날에는 어려움이라든가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내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이다, 이러면서 방향성을 틀어서 얘기를 나누는데 둘째 날이 되면, 라포가 정말 진하게 형성되어요. 그래서 서로 이렇게 좋은 거 있는데 한번 나눠볼까요? 그러기도 하고 최근에 감동하였던 것은 탈북민 선생님들이 우리는 명절이 너무 싫다고 갈 데가 없다고 갈 곳이 없으니까 참 외로워요. 그랬더니 저희 경기도 떡 명장분이 계시는데 앞으로 명절 때는 내가 이분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우리가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다. 이런 표현을 해서 아주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심영미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보람을 느낀 순간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심영미 교수] “예를 들면 제가 청년반을 진행할 때 탈북민 청년이 5살, 6살 때 엄마 등에 업혀 와서 여기서 자랐기 때문에, 어렸을 때 기억이 없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뭐라고 말하냐면 생애나눔대화에 와서 나는 어릴 적 북한의 기억이 없지만 여기 와서 부모님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부모님이 어떤 면에서 힘들어하는가를 자기가 얘기 함으로써 부모님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고 남한(출신) 청년들은 탈북민 부모님의 삶을 통해서 ‘아 그랬구나, 이런 부분 매우 가슴 아프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좀 더 노력해야 하겠다.’ 이런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목격했고요. 그다음에 탈북민 어릴 때 온 친구들은, (남한 출신) 청년들을 보면서 나도 저 친구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기여하거나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야 하겠다.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럴 때 매우 보람을 느낍니다.”
‘남북생애나눔대화’에 참여한 한국 시민 박정희 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탈북민과 처음 대화를 나눠봤다고 하는데요.
[녹취: 박정희 씨] “저는 옆집에 탈북민이 살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직접적으로 만나거나 뭔가를 같이 하거나 그런 적은 전혀 없었죠. 북한이라고 하면 남한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거에 정말 절반의 수준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살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들의 삶이 우리보다 못한 것도 없고 우리의 삶이 그들보다 높다고도 할 수 없다는 그런 공감이랄까요? 사람의 삶은 다르지 않구나, 어디든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얻어가고 싶은 거라고 한다면 조금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왜냐하면 전혀 모르는 상황의 사람들이고 만나볼 일이 없던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내가 어떤 미래 사회로 발돋움하면서 어떻게 내가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하고 행동할 기회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왔어요.”
그리고 또 다른 참여자는 탈북민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삶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서울 시민] “아무래도 (탈북민을) 직접적으로 만나거나 이야기를 깊이 나눌 기회가 별로 없다 보니까 굉장히 귀한 시간이었던 게 컸던 것 같고요. 또 무엇보다 훨씬 극한의 상황이나 어려운 상황을 헤쳐서 오신 분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비슷한 나이대나 비슷한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느끼게 되면서 지금의 삶이나 지금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이런 기회를 통해서 그동안 살아온 삶이 됐든, 그동안 좋았던 경험이든 힘들었던 경험이든 이런 것들을 나 자신도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걸 힘들다고 생각하고, 어떤 걸 좋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대화를 하는 게 흔하지 않은 기회다 보니까 되게 좋아요.”
또한 탈북민 김지아 씨는 정착 초기, 남한 출신 주민에게 느꼈던 서운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도 말합니다.
[녹취: 탈북민 김지아 씨] “북한 사람은 남한 사람을, 남한 사람은 북한 사람을 이렇게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서 되게 좋은데요. 여기서 보면 북한 사람들 같은 경우는 한국에 왔을 때 이렇게 뭔가 나의 존재감에 대한, 나에 대한 그런 게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예요. 나는 누구지? 내가 있는 곳은 어디지? 나는 이방인인가? 나를 찾기 어려운데 하다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고,상대방인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 경험해 보지 못한 국가의 사람들인 거잖아요. 같은 한민족이라고 해도,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는 좀 서운함으로 많이 생각했더라면, 이 시간을 통해서 ‘그럴 수 있지, 모르니까…’ 그래서 저는 이 시간이 참으로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또한 자기 속 깊은 얘기를 꺼내며 자신도 치유가 됐다고 하고요. ‘남북생애나눔대화’를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김지아 씨] “첫 번째로 가족이 될 거고요. 가족에게 더 이상 추천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 정말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라든지 정말 내가 이 사람한테는 꼭 그 치료가 되는, 나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으면 한번 가서 해봤으면 좋겠어. 이렇게 추천하고 싶어요. 왜냐면 저희 같은 경우는, 저도 그랬고요. 한국의 자본주의 땅에 떨어져서 첫 시작을 할 때 보면 경제적인 것부터 시작되잖아요. 저희가 그렇게 살다 보니까 같은 민족, 같은 북한 사람들끼리 모임에도 참여를 잘 안 했어요. 개인적인 성향으로 봤을 때도 나 혼자 빨리 먹고 살아가는 데만 목적을 두다 보니까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이런 데 참여를 잘 안 하거든요. 근데 제가 지금 보면, 혼자 있으려고 하지 말고 그래도 좀 나와서 북한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인연을 만들고 이런 시간도 참 좋겠다 싶어서 정말 많은 분께 진짜 추천해 주고 싶어요. 혼자서 갇혀 있지 말고 나와라….”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