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희로애락을 다룬 음악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1회 김영남 음악회’인데요. 탈북민 김영남 씨는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으로 북한에서는 청년동맹 예술단장이자 작곡가였는데요. 한국에 정착해서도 자기 재능을 살려 작곡가이자 통일음악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김영남 작곡가의 신곡 발표회 ‘제1회 김영남 음악회’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음악회 현장음]
김영남 작곡가의 신곡을 선보인 ‘제1회 김영남 음악회’. 탈북민 김영남 씨는 2002년도 한국에 정착했고요. 2005년에는 평양예술단을 창단해 전국을 다니며 1천 회 이상 공연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탈북예술인총연합회’ 회장이자 작곡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 3일,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통일의 염원과 탈북민의 애환을 담은 신곡 여섯 곡을 선보였습니다. 김영남 작곡가에게 음악회 취지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김영남 작곡가] “저희가 노래를 불러야 하겠는데 탈북민이 지금 3만5천 명이 왔지만, 한이 많고 정말 고생하면서 왔지만 해도 그걸 표현할 수 있는 노래가 없었어요. 그래서 북한에서 온 예술인을 보게 되면 북한 노래 두고 한다든가 많이 아쉬웠는데 그래서 이번 계기에 제가 6곡을 작곡해서 발표하면서 볼거리를 좀 드려야 되겠다 해서 오케스트라 1부 순서로 세계 명곡이라든가 OST 해서 단독 90분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음악회는 1, 2부로 나누어져 열렸는데요. 1부는 ‘서울로망스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아리랑 환상곡’, 가곡인 ‘보리밭’ 등이 선보여졌고요. 2부에서는 김영남 작곡가의 노래 6곡이 성악가들의 목소리로 발표됐습니다. 김영남 작곡가는 어떤 곡을 만들었을까요?
[녹취: 김영남 작곡가] “노래라는 게 감정이라는 게 쌓여서 표현되는 거니까 제일 먼저 한 게 ‘내 강산 좋을시고’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는 대한민국의 위대성, 그다음에 제가 대한민국 와서 많이 혜택받고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행복한 그리고 남북 간에 통일이 돼서 앞으로 우리 민족이 가야 하지 않겠냐는 애국심이 담긴 노래고요. 두 번째 노래는 '사랑의 비가'는 슬플 비(悲)가예요. 탈북민의 생활을 쭉 보니까 가슴이 너무 아파, 저도 탈북민이지만 가슴이 너무 아파서 사랑이라는 게 저렇게 슬플 수가 있나, 탈북민한테는 사랑 자체가 좀 어쩌면 사치스러운 단어가 아니었나 해서 ‘사랑의 비가’를, 그러니까 북한에 있는 사랑하는 부모가 됐든 애인이 됐든 자식이 됐든 만날 수 없는 막연한 죄책감 그다음에 다시 만나야 하는 소망, 희망 그런 곡으로 해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자기 곡을 소개하던 김영남 작곡가는 특히 탈북민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고 합니다.
[녹취: 김영남 작곡가] “‘우리가 품고 사는 강’인데 이거는 우리 탈북민들의 노래예요. 우리가 품고 사는 게 압록강, 두만강을 다 건너왔는데 그거 생각하면 고향 생각도 나고 우리가 언제면 그 강을 건너서 고향에 가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까? 희망 섞인, 그래서 제가 여기는 특별히 악보를 담았습니다. 이거 오늘 부르면 사람들이 울 거예요. 여섯 곡이 다 내용이 다르기는 다른데 이 곡이 제일 탈북민한테 선물하고 싶은 곡이 이거다…”
그러면서 김영남 작곡가는 앞으로 쓰고 싶은 곡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녹취: 김영남 작곡가] “저는 대한민국에 와서 오늘이 좀 특별하고 의미가 있는 날이라고 생각하는데 6곡 정말 우리 탈북민들의 마음을 전달하고 그들의 마음을 표현했다면 계속 슬프게 나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다음번에는 북한 촌놈이 서울에 와서 돈 벌어서 평양으로 간다. 예를 들어서 그런 생기발랄하고 기쁜 노래도 해야 할 것 같고요. 저희가 탈북민에 대해서 작곡해서 표현했다면 대한민국의 작곡가들하고 같이하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작곡해야 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사에 함께한 ‘서울로망스오케스트라’의 지광윤 지휘자는 김영남 작곡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날 열린 행사가 뜻깊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지광윤 지휘자] “김영남 선생님은 탈북민으로서 북한에서 음악 공부를 정식으로 하시고 작곡을 공부하셨어요. 그런데 여기 한국에 오셔서 아코디언 선생님으로 유명하세요. 그러니까 온라인, 오프라인 다 아주 유명하신 분이에요. 특히 유명한 게 기존에 우리가 아코디언이 교재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김영남 선생님께서 작곡도 공부하시고 그러니까 교재를 많이 만드신 거예요. 그래서 아코디언 문화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하셨죠. 제가 볼 때는 굉장히 큰 의의가 있는데 지금부터 김영남 선생님 본인께서는 남북 관계 또는 통일에 관련된 거 또는 탈북민의 애환을 다루는 그런 내용으로 작곡을 본격적으로 하시고 계세요. 그래서 오늘 그 시발점이 되는 연주회인데 앞으로 굉장히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광윤 지휘자는 모두를 하나로 모으게 하는 힘은 음악에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지광윤 지휘자] “이게 남북이 하나 될 수 있고 전 세계가 하나 될 수 있는 게 음악이거든요. 김영남 선생님께서는 신의주 출신이고 그렇지만 제가 볼 때 크게 다른 거 그런 게 없었고 다만 노래 가사에서 탈북민들의 애환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 또 통일에 대한 갈망 이런 것들이 많이 담겨 있으니까 굉장히 공감이 가요.”
‘제1회 김영남 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영남 작곡가는 처음으로 선보인 음악회인 만큼, 관객들에게 더 폭넓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고 전했고요. 자신의 음악으로 한국에 정착해 살아가는 탈북민들에게 많은 위로가 전달되길 바랐습니다.
[녹취: 김영남 작곡가] “지금 첫 번째니까 그냥 처음에는 좀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그냥 편하게 가자, 오늘만큼은 탈북민들의 날이다. 제가 90분 만들었는데 적은 예산으로 해서 자비가 많이 들어갔어요. 그래서 오케스트라 음악도 보여주고 그 기쁨 속에 제 노래도 발표했어요. 그러니까 오늘 음악회가 우리 탈북민들한테 위로가 되고 좀 저희가 동기부여가 돼서 힐링이 돼서 대한민국 정착해 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현장에는 강당을 꽉 채울 만큼 많은 관객이 찾아와 행사를 즐겼는데요. 평소 탈북민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문영식 씨는 음악회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합니다.
[녹취: 문영식 씨] “북한에 내가 관심이 많아요. 처음에는 탈북할 때 그 어려운 거 (듣고) 막 울고불고 그랬거든. 부모 형제들 두고 온 사람들이 너무 가슴 아프고 막 울고 울음바다가 되고 그랬는데 줄곧 이렇게 보고 있는데 이걸 한다고 그래서 어디냐, 그래서 여기 또 어떻게 하는 건지… 좋지, 나는 이거 북한의 소리, 남한의 소리를 이렇게 콜라보로 엮어서 그렇게 하는 것도 되게 의미 있고 기쁠 거로 생각해요.”
또한 이날 행사를 누구보다도 즐긴 분들은 탈북민 관객이었습니다.
[녹취: 탈북민 관객] “우리가 두만강을 넘어올 때 그 마음이 아팠던 그것 때문에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 그래서 말하자면 가슴이 딱 막혀요. 나도 이북에다 자식을 두고 왔어요. 참 그 가사 내용들을 다 보니까 마음이 와 닿고 빨리 남북이 문이 열려야 된다는 이 생각이 매일 그렇죠. 그래서 이 노래를 탈북민이 들어 볼 때는 자기가 다 겪었던 사연이니까 마음이 울컥하고 빨리 통일은 돼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그저 많이 감동되고 하루빨리 통일돼야 이북에다 두고 온 자식들도 만난다는 이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또 다른 탈북민 관객은 탈북민을 위로할 수 있는 노래가 발표됐다는 것에 큰 기쁨과 감동을 받았는데요.
[녹취: 탈북민 관객] “저희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 오는 과정이 서로 다 다르잖아요. 다 안고 온 그 슬픔과 느낌이 다 다르고 고통스러운 것도 있지만 즐거움도 있고 대한민국에 와서 잘 살기 위해서 왔는데 그거를 담아낼 만한 노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게 정말 안타깝기도 하고 여기 와서 북한 노래, ‘휘파람’이나 ‘반갑습니다’를 부르고 많이 들었었는데 우리들만의 노래, 우리들을 위한 노래, 우리 탈북민들을 위로하고 기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노래가 나왔다는 게 저희는 참 감사한 거거든요.”
이 탈북민은 고향을 떠나올 때, 힘들었던 탈북 과정을 떠올리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말했고요. 더불어 이제는 더 밝은 곡들로 함께 웃으며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더 많아지길 바랐습니다.
[녹취: 탈북민 관객] “오늘 공연 보니까 ‘압록강, 두만강 건너면서 슬픔에 잠겼더니…’ 그 곡을 들으면서 정말 눈물이 많이 나왔거든요. 압록강, 두만강 건너지 않은 사람 없어요. 그 노래 들으면서 정말 이 마음속에 눈물이 한이 많이 가득 찼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좀 눈물을 거두고 즐겁게 살아서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서 추석이나 설 명절 때는 우리 고향에 가자, 차 가지고 가서 고향에 가서 잔치를 벌이자, 하는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