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 시간에는 탈북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희망누리평생교육원'의 탈북민 김지혜 부원장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그 안에서 함께 일하고 또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탈북 수강생의 소식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희망누리평생교육원’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교육 현장음]
희망누리평생교육원의 탈북민 김지혜 부원장이 탈북 수강생을 대상으로 '전산세무회계 실무자 양성 과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교육원의 한 강의실에서 12명의 탈북 수강생이 김지혜 부원장과 함께 문제를 풀고 있는데요. 연령대는 20대~ 50대까지 다양했고요.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긴 시간 교육을 듣습니다. 먼저 ‘전산세무회계 실무자 양성 과정’에 관한 자세한 얘기부터 들어봅니다. 김지혜 부원장입니다.
[녹취: 김지혜 부원장] “500시간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요. 전산회계 과정은 물론 시간 수가 좀 많죠. 그런데 이거를 몇 백시간만 해서 그것을 소화하지는 못해요. 왜냐하면 워낙 북한에서는 듣지 못했던 단어들과 그리고 용어가 굉장히 다양하게 많기 때문에 처음 한 달 동안은 저게 무슨 말이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들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처음 듣는 말이거든요. 회계 원리, 단기차입금 이런 거는 우리가 들어보지도 못했고 말해보지도 못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거기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500시간이 결코 많다고 얘기할 수 없어요."
그러면서 김 부원장은 한 가지 자격증만 취득하는 것보단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IT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취업에 있어서 더 효율적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김지혜 부원장] “회계 과정만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사회 취업을 했을 때 컴퓨터를 가지고 업무를 많이 보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경리 업무를 볼 수 있는 사무 쪽도 굉장히 알아야 하거든요. 그걸 떼어놓고 회계만 배우면 효율성이 없어요. 그래서 떨어지거든요. 인터넷이라든가 다운로드하기, 업로드 하기, 이메일 주고받는 방법, 여러 가지 IT와 관련돼 있는 사무 자동화 쪽으로 엑셀 자격증 과정도 저희가 진행하고 있어서 효율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현재 희망누리평생교육원에는 2명의 전문 강사와 김지혜 부원장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요. 제가 찾아갔을 때는 사무실에서 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탈북민 김효림 씨를 만났는데요. 이분 또한 전산회계 실무자 양성 과정을 수료한 분이었고요. 근무 하면서의 소감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녹취: 김효림 씨] “여긴 기본 정보 이런 걸 많이 가르쳐주는 교육원이라 ITQ,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랑 전산회계 1, 2급, 세무 2급까지 가르쳐주는 교육원입니다. 제가 한국에 온 지 6년 차밖에 안 됐고요. 그리고 대학 공부하다 보니까 다른 회사에서 일해본 적도, 경험도 없어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아직 한국분들하고 접촉하고 같이 대화하기도 좀 어렵고 했는데 여기는 다 같이 우리 같은 탈북민들이다 보니까 같이 일하는 데 편해서 좋았어요. 우리 고향에서 하던 얘기 같은 거 해도 다 같이 알아들을 수 있고 선생님들이랑 부원장님이랑 비롯해서 제가 부족한 게 많지만, 많이 알려주시고 하니까 저도 같이 일하는 데 불편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김효림 씨는 아직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중이지만 같은 고향 사람들과 함께 근무하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편한 곳이라고 전했고요. 김효림 씨도 다른 탈북민을 가르치는 강사의 꿈이 생겼다고 합니다.
[녹취: 김효림 씨] “입사한 지는 지금 5개월 차밖에 안 됐어요. 한국에 오고부터 배우는 데 많이 집중했고 대학도 졸업하고 같이 공부해 보니까 이렇게 배우는 게 나쁘지 않고 저와 같은 동료들도 같이 배우면 좋겠다, 이런 취지로 취업한 것 같아요. 저도 강사 자격증 하나 좀 따서 강의해 보고 싶다, 이런 목표는 조금 세우고 있어요. 교육생이 많으니까 이것저것 가르쳐 주려고 하게 되면 강사분들이 좀 있어야 하거든요. 나도 하면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리고 또 다른 직원, 탈북민 김상록 씨는 이곳에서 근무한 지 1년 반 정도가 됐는데요. 이분도 교육을 통해 이 기관을 알게 됐다고 하고요. 많은 탈북민의 시행착오를 덜 겪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김상록 씨] “저는 저희 교육생들이 100% 탈북민이기 때문에 그들이 교육받으면서 어려운 과목들이 있으니 그런 걸 뒤에서 서포트도 해주고 또 여러 가지 일상생활에서 본인들이 어려운 점이 있으면 뒤에서 지지해 주거나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그런 거를 맡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교육을 지금 다 처음 접하는 분들인데 교육이 쉽지는 않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녀들이 있으면 자녀들에 대한 걱정 또 집에 또 다른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사실은 공부하는데 그런 잡생각이 있으면 어려움이 있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옆에서 같이 좀 해주면 교육받을 수 있는데 조금 원동력이 될까 싶어서 동기를 많이 부여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상록 씨는 주로 탈북 수강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 응원하고 힘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기 때문에 항상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고 전했고요.
특히 김상록 씨는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 차라고 했는데, 북한 사투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상록 씨] “10년 차 되다 보니까 또 언어라는 게 이게 좀 같이 합쳐질 수 있는 좋은 계기더라고요. 그래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편이고요. 화합이 돼서 같이 좀 섞이자 이런 취지로 저도 좀 이렇게 언어 같은 것도 많이 노력하고 있는 편이긴 합니다.”
그러면서 교육원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가고 성취감을 느끼는 탈북민을 볼 때마다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녹취: 김상록 씨] “결과라는 게 있잖아요. 물론 과정도 사실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한 사람, 한 사람 이렇게 딱 들여다보면 북한이탈주민들은 자기만의 안고 있는 어떤 덩어리 같은 게 있으세요. 그런데 본인들이 하나하나씩 해냈을 때 성취감이 배로 크니까 그런 걸 볼 때 저도 같이 기쁘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공감대가 있어서 너무 뿌듯한 것 같습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있죠. 희망누리평생교육원은 탈북민에게 언제나 열린 공간인데요. 현재 교육을 듣고 있는 탈북민 이미란 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시 구직활동을 하는 가운데 배우고 싶었던 회계 관련 교육이 있어 신청하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이미란 씨] “제가 원래 전공이 사회복지 관련 전공이었는데 사회복지 일을 하다가 다른 데로 일을 하려고 보니까 그게 어떤 우대 사항이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잖아요. 근데 거기에 제가 하려고 하는 게 좀 안 되더라고요. 항상 그게 미흡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그거를 좀 나중에 해야 하겠다, 사회복지 분야를 나중에 해야 하겠다, 이렇게 생각이 들어서 다른 분야를 알아봤었거든요. 다른 분야를 알아보다가 거기 구하는 것 중에 회계 관련된 일을 구하는 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자격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홈페이지를 통해서 또 자격증이 여기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신청하게 됐어요."
이미란 씨는 같은 탈북민 강사가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기 때문에 생소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이해가 잘 된다고 했고요. 최근에 본 시험 성적도 만족스럽다고 합니다.
[녹취: 이미란 씨] “이번에 2급 관련해서 시험을 봤는데도 시험 성적이 좋았어요. 그래서 ‘아, 확실히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성과가 좋았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리고 여기서 모든 걸 지원해 줘서 무료로 다니고 있으니까 그런 거는 굉장히 큰 부분인 것 같아요. 저희는 또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면서 또 앞으로 직업을 가지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탈북 수강생인 정가빈 씨는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면서 희망누리평생교육원과 같은 기관이 더욱 많아져, 많은 탈북민이 희망을 얻어가길 바랐습니다.
[녹취: 정가빈 씨] “지금 4학년 돼서 처음 휴학했는데 할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뭐 할까라고 생각하다가 딱 회계에 대해 찾은 거예요. 친구가 회계사 준비하고 있는데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이 있으니까, 옆에서 계속하는 걸 봤어요. 근데 약간 돈 관련된 거니까 저도 모르게 관심이 가는 거예요. 처음 회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단어도 모르고 이게 뭔지도 모르고 했는데 점점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또 자격증이 있으니까 꼭 따야 한다는 심리가 있어서 그런지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이런 학원들이 더 많이 생겨서 많은 사람이 알고 와서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