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농업인들의 정착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이 있습니다. ‘사단법인 하나여성회’를 이끌고 있는 탈북민 유옥이 씨인데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남북 농업 교류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유옥이 ‘하나여성회’ 이사장 얘기입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소개 현장음]
‘사단법인 하나여성회’를 이끌고 있는 탈북민 유옥이 씨. 지난해 3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특히 농업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먼저 ‘하나여성회’는 어떤 사람들의 모임인지 유옥이 이사장 얘기 들어봅니다.
[녹취: 유옥이 이사장] “여기 안에 하나여성회 회원은 남과 북의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같은 마음과 뜻으로 모인 단체라고 보시면 돼요. 설립은 이제 탈북민이 이곳에 와서 정착하기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탈북민의 정착을 도모하고자 만들어진 단체고요. 그러는 과정에 농업이 확실히, 절실히 필요하다. 탈북해 온 사람 중에 70~80%가 배고픔을 못 이겨서 왔다고 보면 맞잖아요. 그런 분이니까 농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단순한 탈북이 아니고 영농을 배우러 온, 저희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단법인 하나여성회'는 지난 2010년에 설립된 통일부 산하 비영리 단체입니다. 탈북민 여성의 취업과 창업을 위한 지원 그리고 자립과 자활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여러 사업 가운데 현재는 농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녹취: 유옥이 이사장] “불과 한 4년 전에, 2019년도 벤처농업대학이라는 걸 제가 15년도에 다니고 나서 농업을 하려면 배워야 하겠구나, 옛날 방식의 농업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농업은 스마트한 농사법이니까 우리가 배워야만 성공하겠다는 이런 생각이 들어서 배우러 다니다 보니까 그 교육이 정말 우리 탈북민에게 엄청 중요하겠다고 생각해서 탈북민을 그쪽에 많이 10명 정도 장학금으로 다닐 수 있게끔 제가 학교에 권고사항을 드렸어요. 내가 1기로 졸업하다 보니 내가 1호거든요. 근데 오려면 장학금이 굉장히 어려운 문턱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학장님이신데 그분이 '탈북민에게 기회를 주겠습니다. 장학금으로 공부시켜드리겠습니다,' 해서 10분 정도 졸업을 했어요."
유옥이 이사장의 이야기로 더 많은 탈북민에게 교육의 기회가 제공됐는데요. 유옥이 이사장은 배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정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녹취: 유옥이 이사장] “근데 그분들이 모이다 보니까 아, 우리가 이렇게 뭔가를 함께 서로 공유하는 게 좋겠다고 하는데 방법이 없었어요. 마침 그럴 때 22대 농업중앙회 회장님께서 '한반도 농업인 (철도) 프로젝트'라는 걸 한 번 해봅시다. 라고 해서 저희한테 반짝이는 아이템을 주셨어요. 그 이후부터 저희가 농업에 대해서 우리가 함께 어울리면서 한번 어떤 그림을 그려보자고 해서 4년을 준비해서 '하나여성회'에 통합했어요.”
지난 2019년, 유옥이 이사장이 창립한 단체가 있는데요. '한반도농업인연합회'입니다. 남쪽 출신의 지역민과 탈북민으로 구성된 단체로 통일 농업을 준비하는 단체였는데요. '한반도 농업인 철도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하나여성회'에 '한반도농업인연합회'를 합류시켰습니다. 그렇다면 '한반도 농업인 철도 프로젝트'는 무엇일까요?
[녹취: 유옥이 이사장] “'한반도 농업인 철도 프로젝트'라는 건 지금 철길이 끊어져 있잖아요. 이것을 농업으로 이어보자, 철길 위에 각자 살고 있는, 예전 탈북하기 전 고향을 표시하고 거기에 상호를 붙여보면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남과 북의 선을 넘어서 민간 단체에서 한번 이런 프로그램에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이런 걸 자주 활발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통일이 이뤄지지 않을까, 그런 희망 속에 저희가… 저는 지금도 마음이 기차 타고 진
짜 고향인 아우지를 가는 그런 상상을 늘 합니다. 그래서 꼭 언젠가는 백두에서 한라… 이런 꿈을 꾸면서 지금까지 여기 남한에서 아직은 농업에 대해서 좀 선구자가 되고 싶고 내가 어려운 10년을 살아왔다고 하면 그 후배는 10년을 나처럼 어려운 길을 걷지 않도록 이끌어주고 싶은 게 선배로서 할 일이 아닌가 싶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하나여성회는 전국에 있는 농업인들과 상호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요. 회원들의 하나 된 마음을 모아 통일 밥상, 통일농업문화를 염원하는 농업인들의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국에 몇 명의 농업인이 함께하고 있을까요? 고광자 정책위원장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고광자 정책위원장] “우리 하나여성회는 남과 북의 회원들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200명 정도 되는데 북한 분들이 70%, 남한 분들이 30% 이렇게 되어 있고요. 그래서 여기 안에 6차 산업까지 하는 걸 서로 도와주는 거예요. 대부분 북한이탈주민이 1차 농산물만 생산하는 줄만 알고 있는데 2차 가공까지 열심히 다 하고 있어요.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의 제품이 보시다시피 엄청나게 앞서가는 제품들이 많아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서로 어떤 도움을 주는 걸까요?
[녹취: 고광자 정책위원장]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지역에 왔을 때 남쪽 회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지역에서 다 도와주는 거, 근데 도움이라는 게 크게 없어요. 그분들에게 따뜻한 사랑이야, 저희한테 오시면 따뜻하게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끔 친구가 되어주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것들을 전국에서 저희가 워크숍을 상반기, 하반기 1년에 서너 번 하거든요. 그래서 서로 정보 교환도 하고 좋은 거 있으면 서로 알려주고 예를 들어서 하우스 농사짓는 분들이 북에서 오신 분들이 별로 없어요. 온실 하우스를 지으려고 하시거든요. 이쪽에 하우스 농사하신 분들이 도와주고 그분들이 하우스 농사를 잘 할 수 있게 서로가 멘토, 멘티토를 해주는 거죠."
그리고 고광자 정책위원장 또한 전라북도 남원에 있는 '하늘모퉁이'에서 장과
같은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고요. 유옥이 이사장과 함께 활동한 지는 벌써 7년째가 다 되어간다고 합니다.
[녹취: 고광자 정책위원장] “만날 사람은 만난다고 했어요.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거야, 유옥이 이사장이 저희가 한 6년 정도 전에 우연히 만나게 된 거예요. 다른 단체에서 만나다 보니까 제가 공존밥상실록이라는 밥상 차림 하는 걸 하고 있는데 공존밥상실록이 팔도 여인들이 모여서 밥상을 차려요. 그런데 팔도 여인들이 모이는데 우리가 공존밥상 하지 말고 통일 밥상하자 그래서 통일 밥상 포럼도 하고, 통일 밥상도 서너 번 차렸죠. 북한 사람, 우리 지역 사람들이 한꺼번에 왜냐면 밥상 안에서는 서로가 싸우지 않잖아요. 밥 먹고 싸우는 사람 안 봤거든, 밥 먹고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자…"
북한의 고향 음식과 남쪽 지역의 향토 음식으로 채워진 따뜻한 통일 밥상. 고광자 정책위원장은 하나여성회 회원들과 함께 '하늘모퉁이'에서 여러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고요. 많은 회원이 자신을 '남쪽 엄마'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녹취: 고광자 정책위원장] “이분들이 나한테 엄마라고 하거든요. 남쪽 엄마. 이 사람들의 엄마예요. 내가, 눈물 나죠. 그리고 우리 집에서 잘 모이죠. 그래서 친정집에, 잔치도 우리 집에서 하고 김장도 우리 집에서 하고..."
[녹취: 기자] “왜 그렇게 울컥하실까요?"
[녹취: 고광자 정책위원장] “엄마라고 하니까… 이분들이 (한국에) 엄마가 없잖아요. 나이를 많이 먹어도... 엄마를 두고 온 사람도 있고 그런데 이분들이 나한테 엄마라고 했을 때, 내가 뭐 해줬는데 엄마라고 하지? 다른 거 없어요. 따뜻하게 밥 한 끼 먹었다는 거, 그래서 이분들이 나한테 엄마라고 하지 않았나? 이 생각해요. 따뜻한 밥이 너무 중요해. 너무 중요해, 밥. 밥 먹고 우리 싸우지 말자."
하나여성회의 가장 큰 역할에 관해 고광자 정책위원장은 이음이라고 말합니다. 탈북민이 지역 사회에 왔을 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이제는 남북 출신의 농업가들이 서로를 돕고 있습니다.
[녹취: 고광자 정책위원장] “누가 판매를 못 했다고 하면 그럼 전국에서 서둘러서 팔아줘요. 요즈음 콜라비 농사를 했는데 남한 사람, 근데 이분이 콜라비를 했는데 콜라비를 못 팔았어. 그래서 다 함께 팔았어요. 북한, 남한 할 거 없이 서로가 상부상조인 것 같아요. 일반적인 도움이라는 건 없어요. 도와주면 거기서 반드시 오게 돼 있더라고, 내가 꼭 받으려고 한 건 아닌데 내가 마음을 내서 하면 서로가 소통되더라고 서로가 인정하게 되고 인정하다 보니까 지역에서 자리 잡고 정신적으로 편안하게 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아니고 서로 소통하는 거예요. 나도 여기서 많이 배웠고…"
끝으로 하나여성회의 유옥이 이사장은 올해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 도울 수 있는 것은 한 마음 한뜻으로 돕겠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