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백 마디 말보다 음악이 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몇 배의 감동과 치유를 받기도 하는데요. '사단법인 두리하나'에서는 '와글와글 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탈북청소년 자신의 마음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그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와글와글 합창단'의 공연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공연 현장음]
탈북청소년, 탈북 2세 자녀들로 구성된 '와글와글합창단'이 관객 앞에 서서
'그것이 행복임을'이라는 곡을 합창하고 있습니다.
'와글와글합창단'은 탈북 지원단체, '사단법인 두리하나'에서 운영하는 합창단입니다. 2013년 2월에 만들어졌는데요. 천기원 교장은 학생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처음 이 합창단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천기원 교장] “우리 북한에서 온 아이들 대부분 누구에게 나서는 걸 너무 두려워해요. 태생적으로 문화적으로 또 열등감이 있잖아요. 그리고 자기밖에 몰랐어요. 북한에서 올 때부터 의지할 데가 없으니까 이기주의였죠. 그래서 이기주의나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이타심으로 같이 올라가는 그걸 할까 생각하다가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음악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해야되겠는데 합창을 해야겠다..."
그런데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은 연습을 할 때도 집중하지 못했고요. 서로 장난치기 바빴죠. 그래서 지어지게 된 이름, 와글와글합창단입니다.
[녹취: 천기원 교장] “합창이라는 건 노래 잘하든 못하든 10명이든 20명이든 전체의 조화, 화음을 이뤄야 되는데 그 화음을 이루기 위해서 음악을 시작했는데 음악 선생님도 없고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니까 알토 파트, 소프라노 파트 가르치면 저쪽 알토에서 싸우고 있어요. 시끄럽게 떠들고 있어요. 조용시켜 놓으면 이쪽에서 또 싸우고 그래서… 그러는 와중에 어느 방송국에서 와서 합창단 만들 때 이름이 뭐냐고 물어봐서, 보시는 것처럼 싸우기만 하고 시끄럽다 와글와글이라 이렇게 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와글와글거리기만 했는데 지금은 그 와글와글이 너무나 아름다운 조화를 하모니를 이뤄서 우리가 청와대, 부시 대통령 올 때 세종문화회관, 안 가본 데 없이 모든 방송에 다 나가서… 실력 있는 것까진 아닌데 감동을 받고…"
처음 합창단을 시작했을 때는 음악 교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천기원 교장은 아이들을 지도해 줄 음악 교사를 구했는데요. 그 당시 피아노를 전공한 김나래 씨가 봉사 활동을 오게 되면서 아이들을 만나게 됐고요. 그때의 연을 시작으로 지금은 두리하나에서 음악 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나래 음악 교사] “사실은 제가 처음에 기관에 찾아왔을 때 NGO 기관에서 일하고 싶어서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음악 수업을 하고 있었지만 제가 피아노를 전공했거든요. NGO 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여기 학교를 알게 됐고 그래서 봉사부터 시작해야지, 그게 제가 NGO단체에서 일할 수 있는 준비? 자격이 되지 않을까? 나름 제 기준으로는 그래서 그렇게 와서 시작했었고요. 하다 보니 여기서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아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도와드리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음악 교사 김나래 씨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더 밝아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나래 음악 교사] “중도 입국 청소년이라고 해서 북한 여성이 중국에서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들이 오갈 데 없다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언어가 지금 제일 문제잖아요. 일반 학교도 못 가고 또 형편이 좋지 않아서 국제학교도 갈 수 없고 마지막에 여기로 오는데 한국어 반 따로 있어도 정말 체계적으로 1교시부터 매일 할 수 있지 않거든요. 음악 수업을 해보니까 너무 밝은 거예요. 한국말을 잘하는 아이도 그렇고, 얘는 한국말을 전혀 못 하지만 음악 수업안에서는 언어의 장벽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악기랑 같이하니까 표정도 너무 밝아지고 평소에 전혀 웃지 않던 아이들도 마음껏 노래도 부르고 그러면서 해소되는 걸 제가 느낀 것 같아요. 그렇게 처음에는 크게 될지 모르고 막무가내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자리 잡아서 미국도 가서 공연도 하고 크게 대외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와글와글합창단'의 입단 기준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음치여도 좋고요. 박치여도 괜찮습니다. 하고 싶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요. 김나래 교사는 합창단을 운영하며 가장 신경 쓰는 점에 관해서 이렇게 전했습니다.
[녹취: 김나래 음악 교사] “저희가 의미를 잊어버리지 않아야 되겠다 생각이 드는 게 아이들이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연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게 되고 이러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선곡 부터도 아이들하고 의논, 소통해서 그런 곡으로 즐겁게 저희가 공연할 수 있게,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행복하게 애들이 노래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홀로아리랑'이라든지 약간 그런 의미적인 거? 그리고 '나'라는 곡이 있어요. 그 가사 자체는 아무것도 없고 정말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걸 이겨내고 극복해내고 이런 좋은 가사예요. 저희가 또 다른 학생들에게 맞는 곡을 받기도 하고 학생들이 반복해서 저희가 같이 들어보면서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곡들을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부르면서도 어린 학생도 울컥울컥하는 걸 많이 보거든요."
그러면서 김나래 교사는 합창을 하며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무대에서 반짝반짝한 눈빛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합니다.
[녹취: 김나래 음악 교사] “과정이라는 게 노래를 잘 부르고 이런 것보다도 테크닉적인 것보다 아이들끼리 어떤 배려라든지, 큰 학생들이 동생을 챙겨서 그게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안에서 화합이 되는 걸 보면서 너무 감동적이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리고 무대에 섰을 때 앞에 지휘할 때 아이들 눈빛을 한번 쫙 보잖아요. 그때 그 전율이라고 하나 그 행복감은 정말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무대에서 내려올 때 아이들이 재잘재잘 얘기해요. '안 틀렸어.' 그런 과정부터 무대에서 내려올 때까지 그 순간순간 느끼는 감동, 뿌듯함이 있어요."
그리고 와글와글합창단의 조원혁 학생은 ‘우리는 실전에서 더 강하다’며 여러 노래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원혁 학생] “애들이 부르고 있는데 연습할 때 왁자지껄 그래서 저희가 와글와글이에요. 연습도 잘 안되고 하지만 실전에서는 좀 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은혜', 지금도 부르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은혜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왜냐면 우리 모두가 목숨을 걸고 넘어온, 또는 그렇게 넘어온 부모님들의 자녀니까 삶 하나하나가 은혜죠."
그러면서 조원혁 학생은 노래를 통해 자신들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랐습니다.
[녹취: 조원혁 학생] “와글와글이 계속 진행됐으면 좋겠고 솔직히 지휘하는 사람도 힘들 거고 와글와글 유지하는 사람도 힘들 거예요. 하지만 이런 노래를 통해서 진짜의 가치 또한 이 노래를 통해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이 노래가 부르는 사람도 마음에 와닿아야 진정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거거든요. 우리가 두리하나 여기에 있으면서 많이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저희를 많이 도와줘요. 그런데 우리는 정작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적어요. 기회가, 그래서 이 노래가 우리가 서로 화합돼서 부를 수 있는 것 이외에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서현미 학생 또한 자신에게 가장 와닿는 곡이 '은혜'라고 전했고요. 다 함께 어우러지는 합창 속에 녹아드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녹취: 서현미 학생] “'은혜'요. 그 한 일요일에 그때 가서 또 '은혜'라는 합창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계속 듣다 보니까 쉬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은혜'를 들어보니까 '아, 이 곡은 이렇구나.' 이러면서 너무 좋았어요. 그냥 은혜라는 걸 많이 받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계속 그냥 와닿았어요."
그리고 벌써 10년째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는 정혜은 학생은 자랑스러운 합창단이라며 친구들을 칭찬했고요. 공연을 통해 탈북민 인식 개선까지 이뤄지길 바랐습니다.
[녹취: 정혜은 학생] “솔직히 사람들의 시선이 탈북자라는 게 좋게 느껴지는 사람들보다는 지금은 안 좋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은 걸로 저는 느끼고 있고, 그래도 그런 편견을 우리가 깨고 싶은 마음으로 더 열심히 노래 부르는 것 같아요."
끝으로 음악 교사 김나래 씨는 실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아이들이 부르면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나래 음악 교사] “제일 큰 바람은 정말 그 노래 연습할 때라든지 무대 올라갔을 때 아이들이 정말 행복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노래 부르는 순간만큼은 그 과정 안에서도 그렇고..."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