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그리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맞이하며 한국에서는 남북한 출신 예술인들이 모여 뜻깊은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열린 ‘2022 가요콘서트&가을음악회’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공연 현장음]
지난달 11월 23일, 서울 강서구 남북통합문화센터 공연장에서 ‘2022 가요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소해금연주자 탈북민 박성진 씨와 아코디언 연주자 탈북민 류지원 씨가 동요 ‘오빠생각’으로 첫 무대를 열었는데요.
이번 행사는 2022 가요콘서트와 가을연주회로 남북출신 예술인들이 모여 다채로운 문화공연을 선보였습니다.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진행됐는데요.
행사 소개 먼저, 남북통합문화센터 평화통합팀 박근희 씨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박근희 씨] “남북한 출신의 다양한 가수분들, 음악가분들을 모시고 진행하는 행사고요. 앞서 열리는 가요콘서트 같은 경우에는 가수분들 위주로 진행됩니다. 뒤에 가을연주회 분들은 더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분들이 참석해서 피아니스트, 소프라노, 테너 같은 성악가분들도 참석하시고요. 남북한이 다양한 배경을 다양한 고향을 두고 자라온 분들이지만 마음만은 함께 한 곳에서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한곳에 모이게 됐습니다. 노래 리스트를 보면 아시겠지만, 팝송부터 북한 노래 그리고 ‘오 솔레미오’ 같은 가곡까지 굉장히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서 연주회를 열게 됐습니다. ”
행사 시작 시각이 다가오자 연주회 소식을 듣고 찾아온 관객들이 하나둘 모였습니다. 탈북 예술인들의 지인과 강서구 인근 주민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는데요.
[녹취: 박근희 씨] “다양한 곳에서 탈북민 분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이웃, 친지분들이 방문해 주셨고요. 그뿐만 아니라 우리 센터는 문화센터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인근 지역주민들이 굉장히 많이 찾는 곳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나 어린이들도 지나가다가 팸플렛을 보고 지금 같이 입장한 상태입니다. 저희도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서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분들을 직접 만나 뵙게 돼서 너무 반가운데요. 오늘 행사 성황리에 진행돼서 정말 기쁘고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행사에는 모두 20여 명의 남북출신 예술인이 함께했습니다. 예술인들은 화려한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는데요. 탈북 가수 백미경 씨는 이날 두 곡의 노래를 부르며 하나 된 작은 통일을 경험했다고 전했고요. 고향 생각이 더 많이 나는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미경 씨] “울컥하기도 했고, 글쎄요. 무대는 안 떨린다는 건 다 거짓말이에요. 두근거림도 있고 쫄깃쫄깃한 무대인 것 같아요. 소통의 장, 오늘 화합의 무대잖아요. 무대 자체도 오늘 무대만큼은 통일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뭉클했고 너무 좋았어요. 지금도 너무 가라앉지 않는데 오늘 같은 통일의, 통합의 무대가 좀 더 활성화되고 나중에 통일됐을 때 스스럼이 없지 않을까요? 북한이다, 남한이라는 게 없지 않을까요? 이 무대에 남북한의 가수들이 같이 올라서면서 이게 하나가 되는 건데 하나가 벌써 되고 있다고 하는 생각도 하고 확산하고 커져서 통일이 빨리 돼서 나는 내 고향에 가서 콘서트 하고 싶은 '아, 이 무대가 쭉 이어져 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했죠."
그리고 백미경 씨와 함께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안성진 씨는 한국 출신인데요. 탈북 예술인과 함께 공연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녹취: 안성진 씨] “제가 살면서 어쨌든 북한 출신이잖아요. 그분들이랑 공연해 볼 일이 없으니까, 말투도 그렇고 흥미롭기도 하고 생소했죠. 일단 소감이란 그냥 제가 연주해보니까 같은 한민족이구나 그런 느낌이지, 그렇게 이질감이 있거나 그런 느낌 전혀 없고요. 감성적으로나 음악적인 것들은 전 세계가 동일하잖아요. 북한 분이든 한국 분이든 그래서 즐겁게 연주하고 내려온 것 같습니다."
더불어 피아니스트 안성진 씨는 남북 예술인이 함께하는 문화 행사가 더욱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전했고요. 더 많은 남북한 출신의 주민들이 공연장을 찾아 함께 소통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녹취: 안성진 씨] “전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홍보가 많이 돼서 모두가 가족끼리 아우를 수 있는 한국 가족분들도 많이 와서 같이 볼 수 있는 그런 음악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계절에 많은 음악적인 감동을 갖고 돌아가셨으면 좋겠고, 바라는 점이란 자주자주 이런 횟수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음악회 그리고 다양한 연주자분들하고 호흡을 맞췄으면 좋겠고...”
그리고 그 바람은 아코디언 연주자이자 탈북 가수인 류지원 씨의 바람과도 같았는데요.
[녹취: 류지원 씨] “너무 좋아요. 사실 근데 우리 공연하면서도 서로 인사 나누는 게 어색하거든요. 저는 먼저 적극적인 스타일인데 다음에 또 봤을 때 또 인사를 해봐요. 그러면 자꾸 보다 보면 이 사람 싫지 않을 거 아니에요.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이런 자리, 이런 콘서트나 환경, 상황을 통해서 우리가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런 조건이 아닌가, 그것 때문에 또 우리가 융화되면서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공연이 시작되니 관객들은 집중해서 남북예술인들의 공연을 관람했고요. 흥겨운 트로트 가락이 나올 때는 손뼉을 치거나 함께 호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공연장이 꽉 찰 만큼 많은 관객이 찾아왔는데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관객이 있더라고요. 어린이 친구들 세 명이었는데요. 공연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통일을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한별 어린이] “엄마랑 원래 도서관에서 책 빌리려 했는데 공연한다길래 재밌어 보여서 왔어요. 너무 좋아요. 공짜로 볼 수 있잖아요. 근데 아까 북한 분 만났어요. 뭔가 재밌고 신기했어요. 강 어떻게 건너왔는지도 얘기해주시고 숨어서 왔다고 하는 게 뭔가 한마디로 대단했어요. 통일돼서 열차 타고 가서 평양냉면 먹고 싶어요.”
[녹취: 이예원 어린이] “재밌을 것 같아요. 통일이 빨리 되면 더 넓어지는 거니까 좋아요. 우리 같이 한민족이니까 하나가 됐으면 좋겠어요.”
[녹취: 이예림 어린이] “북한에서 오신 가수분들을 볼 수 있어서 신기해요. 같이 통일한다는 거랑 비슷하게, 같이 하면 뭔가 더 거기 있는 가수분들이랑 좋은 궁합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행사장에는 이번 연주회를 함께 기념하기 위해 찾아온 한 탈북민이 있었는데요.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이사장입니다. 안찬일 이사장은 가요콘서트를 어떻게 즐겼을까요?
[녹취: 안찬일 이사장] “북한에서 오신 예술인들, 대한민국의 통일 전도사들이죠. 기라성같은 분들이 다 모였습니다. 탈북민 가수, 피아니스트, 최고의 가수, 예술인들이 다 왔습니다. 그분들의 노래를 들으니까 정말 가을의 정취와 함께 고향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통일을 반드시 이뤄야 하겠다는 이런 뜨거운 것을 가슴 속에 안게 되었는데 이런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니까 북한의 연주하는 박성진 씨, 북한의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넘어온 전향진 씨 이런 분들 노래 들으니까 내가 고향에 다시 안긴 것 같은 감동을 했습니다."
또한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북한, 통일과 관련한 강의를 듣고 있는 한국 시민 이은혜 씨는 탈북예술인들의 무대가 인상 깊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은혜 씨] “실력이 출중한 가수들이 많이 오셨잖아요. 근데 전향진 씨나 류지원 씨같이 훌륭한 가수들을 외부에서는 무료로 공연을 관람한다는 게 불가능한 것 같거든요. 근데 여기서 좋은 기회 만들어 주셔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많은 탈북 가수분들이 트로트라는 장르를 선택해서 노래하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고, 이채원 가수분은 북한에서 배워오신 성악 발성 그대로 노래하시는데 너무 아름답고 목소리가 꾀꼬리처럼 예쁘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북한 관련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관객으로서 너무 아름답게 들을 수 있고 감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실력이 좋으셔서 한국 분들하고 창법이 다르면서 목소리가 다들 너무 꾀꼬리 같으세요.”
끝으로 남북통합문화센터 박근희 씨는 남북 연합 연주회를 통해 관객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점에 대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녹취: 박근희 씨] “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우리 센터가 문화로 하나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시든 간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 들으시면서 함께 같은 마음으로 다양한 감상을 즐기는 그런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