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셋째 주 토요일, 사단법인 누리마음연구소의 '지구시민봉사회' 회원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벌입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탈북민들과 서울 강서구 지역주민이 한데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지구시민봉사회 탈북민 회원] "똑딱이 스티커 붙여주세요. 여기다 쫙 붙여줘요."
[녹취: 회원] "소장님 색깔 있는 스티커 없어요?"
[녹취: 탈북민 회원] "여기 스티커 여기 붙여줘요. 어서 오세요."
[녹취: 회원들]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누리마음연구소' 산하의 '지구시민봉사회' 회원들이 둘러앉아 바람개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서로 익숙한 듯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요. 각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어 체계적으로 바람개비를 만드는 모습입니다
[녹취: 누리마음연구소 최주한 이사] “구멍, 구멍 좀 뚫어주세요. 이게 잘 뚫어야 하는데 잘 못 뚫으면 막 이게... 이건 됐네. 제대로."
'누리마음연구소'는 한국, 크게는 지구촌에서 남녀노소가 하나 된 마음으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나가자는 취지로 설립된 단체입니다. 이곳에서는 현재 다문화가정과 탈북민을 위한 심리안정 지원사업, 그리고 어르신들을 위한 영어 수업과 건강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고요. 단체회원들이 함께 모여 주도적으로 봉사활동도 벌입니다. 바로 '누리마음연구소' 산하의 '지구시민봉사회', '지봉회'인데요. 지난 6월 셋째 주 토요일, 바람개비를 만드는 봉사 현장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먼저 지봉회 회장인 탈북민 김청길 회장에게 봉사활동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지구시민봉사회 김청길 회장] “우리가 정기적으로 위안부 소녀상 봉사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여기 모여서 탈북민하고 남한 주민 같이 어울려서 바람개비를 만들고 바람개비도 7색으로 해서 색을 여러 가지 해서 수제식으로 우리가 다 만들어요. 만들어서 이동해서 소녀상은 마곡레포츠 센터 주차장에 있거든요. 거기 가서 바람개비 교체해주고 소녀상 닦아줄 거 닦아주고 쓰레기도 치우고 봉사가 그럼 끝나는 겁니다."
'지봉회'는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지역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황금자 할머니 상이 있는 곳을 찾아가 주변 환경을 청소하고 바람개비를 교체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활동 중 평화의 소녀상을 관리하며 봉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리마음연구소 소장 황순연씨에게 들어보시죠.
[녹취: 누리마음연구소 황순연 소장] “강서구 평화의 소녀상은 강서구에 있는 수많은 시민단체가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조성해서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의미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 사실은 관리가 더 필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지구시민봉사회' 회원들과 함께 그러면 주변에 환경 미화도 좀 하고 그 옆에 평화를 상징하는 바람개비도 만들고 이런 활동들을 우리가 꾸준히 이어가 보자 이렇게 하게 된 거예요."
황순연 소장은 처음 '지봉회'를 이끌어 갈 회원을 찾던 중에 강서구에서 우리 동네 봉사왕이라고 불리는 탈북민 김청길 씨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합니다. 이미 김청길 씨는 2014년부터 여러 단체를 통해 자원봉사활동을 해왔고요. 또 대한적십자사 강서지구협의회 방화 1동 봉사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했습니다. 황순연 소장의 제안에 김청길 씨 역시 흔쾌히 받아들였고요. 그렇게 2019년 '지봉회' 봉사활동이 시작된 겁니다. 그렇다면 '지봉회'에는 어떤 분들이 함께하고 있을까요? 다시 황순연 소장입니다.
[녹취: 황순연 소장] “구성원은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분들, 장애인분들, 지역주민분들 어르신들 다 함께 모여서 저희가 '누리마음연구소'라고 하는 단체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함께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이잖아요. 주니어들도 있고요. 다 같이 모여서 지역사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지구시민봉사회'라고 하는 봉사회를 만들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봉회 회원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위한 바람개비를 제작한 지도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바람개비를 구매했다고 하는데요.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고 또 바람개비가 야외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쉽게 손상돼,,회원들은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체 제작을 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재들로 더 튼튼한 바람개비를 만들게 됐다고 하는데요.
[녹취: 황순연 소장] “종이도 특별 제작한 종이예요. 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의 내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종이고요. 여기 보시면 이런 핀이라든지 이런 거는 똑딱단추들이에요. 주변에서 쉽게 보실 수 있는 이런 것들을 활용해서 바람개비를 한번 만들어봤는데, 바람개비 내구성도 너무 좋고 너무 잘 돌아가고 저기 보이는 저 봉도 꼬치입니다. 어묵 꼬치, 그거보다 조금 더 굵은 꼬치예요. 그런 것들로 바람개비를 새로 정비를 하는 날이기 때문에 준비를 해봤습니다."
이날 봉사에는 10명의 회원이 참여했습니다. 바람개비는 보통 15~20개씩 제작하는데요. 각자 자신의 역할을 찾아 신속하게 바람개비를 만들었습니다.
[녹취: 황순연 소장] “아, 이게 공정이 여러 단계가 있는데 다 자기가 하는 주특기가 있습니다. 주니어 회원들은 스티커 붙이기, 그다음에 봉사회장님은 글루건으로 고정하기, 다른 분들은 구멍 뚫기 이런 식으로 다 자기 공정이 있어요."
[녹취: 최주한 이사] “저는 이걸로 드릴로 구멍 뚫는 거요. 이 바람개비 회전할 때 고정하려면 막대기하고 핀하고 연결하는 그 글루건을 쏘기 위한 고정 구멍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미리 제가 뚫어놓고 단계별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다 수작업입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바람개비를 만드니 금방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회원들은 바람개비와 청소도구를 챙겨 차를 타고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는데요. 그곳에서 기존에 있던 바람개비를 빼고 새로 만든 바람개비로 교체했고요. 주변 환경을 청소했습니다.
[녹취: 김청길 회장] “이사님. 구멍 뚫는 거 있어야 할 거 같은데."
[녹취: 최주한 이사] "여기 있잖아요."
[녹취: 회원] "제가 뚫어드려요?"
[녹취: 김청길 회장] "좀 더 깊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그거면 되는데 여기 좀 더 박아야 해요."
[녹취: 탈북민 회원] "여기 거미줄 많아요. 얘들아. 장난 아닌데, 저희 물티슈로 소녀상 다 닦고 바닥도 다 닦고 한 달 지나면 얘네들이 많이 상한 게 있거든요. 다 빼서 또 새로운 바람개비를 꽂아주고..."
[녹취: 회원] "또 있어요."
[녹취: 탈북민 회원] "네. 어떤 거요?"
[녹취: 회원] "겨울이면 목도리도 해놔요."
[녹취: 탈북민 회원] "아 맞아요. 저희 겨울에는 목수건이랑 버선도 만들어서 다 해놔요."
지봉회에서 총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여성 탈북민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이 활동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항상 초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한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에게도 나눔의 기쁨을 알려주고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삶의 활력이 돼 봉사는 참 즐거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회원] “아 너무 좋죠. 상쾌하고 바람개비가 바람에 삭 돌아가잖아요. 멀리에서 보면 너무 뿌듯해요. 우리가 주변 환경을 친화적으로 만들었다. 관리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것에 더 마음이 행복한 것 같아요. 이렇게 남북주민이다, 북한주민이다는 것을 떠나서 모든 분이 지금 살아가는 거잖아요.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건데 서로 구별 없이 너도나도 서로 돕고 하니까 그런 면에서 다들 따뜻한 마음을 가져서 그게 좋아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지만 그 한 달을 만나는 것에 되게 기대가 돼요. 오늘 또 만나는 날이지? 이렇게...
탈북민 회원의 이야기처럼 지봉회의 다른 회원도 탈북민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활동이라 이 시간이 더욱 뜻깊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회원] “전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저희 같은 경우에는 남한 쪽에서만 계속 살았잖아요. 이분들은 북에서만 계속 사셨고 서로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도 알고 지낼 수도 있고, 그런 기회가 흔하지 않아요. 만날 기회가 근데 저희는 오히려 그런 계기로 해서 더 많이 자주 만나잖아요. 저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도 약간의 편견을 안 갖고 있진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 없어졌으니까..."
지봉회 회원들은 말끔히 정리된 평화의 소녀상, 그리고 바람에 돌아가는 색색의 바람개비를 흐뭇하게 바라봤습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고요.
현장을 정리하며 다음 봉사활동을 기약했죠. 지봉회를 이끌어가는 김청길 회장은 앞으로도 누가 알아주건 말건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 어려운 이웃 주민을 돕는 봉사를 꾸준히 하겠다고 전했고요. 더불어 남북주민이 함께하는 소통의 장, 나눔의 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김청길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녹취: 김청길 회장] “위안부 소녀상 봉사도 뜻깊지만, 우리가 남북한주민이 함께 어울려서 서로 함께 소통하고, 소통이라는 게 결국 작은 통일을 이룬다는 소리인데 앞으로 남북한의 통일을 위해서 우리가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도 해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