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기 좋게 배열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플로리스트라고 부릅니다. 어떤 주제나 분위기에 맞춰 꽃으로 작품을 만드는 건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탈북민 플로리스트 김리아 씨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온라인 마케팅 담당 이정은 씨] “저희 인테리어 및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층이 소품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갖고 싶다는 이런 시장조사 발표가 나왔고 실제로 수요 조사했을 때 자연의 향 그리고 실제로 생화 향 등을 느끼고 싶다는 니즈가 70% 이상이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창업지원센터. 이곳에서 탈북민 김리아 씨와 팀원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곳은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아산상회 프로그램 현장인데요. 창업 기회로부터 소외된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팀 창업 프로그램입니다.
탈북민 김리아 씨와 팀원들은 생화를 보존 처리한 보존화로 상품을 만들었는데요. 보존화는 흔히 영어로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라고 부릅니다. 팀원들은 비즈니스 멘토단에 상품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창업할 생각인지, 어떤 방향성을 가졌는지 얘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먼저 탈북민 김리아 씨의 소개부터 들어보시죠.
[녹취: 김리아 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라고 생화를 보존 처리해서 3년에서 10년까지 유지되는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선물용품을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 ‘꽃 is 리아’ 작가입니다.”
탈북민 김리아 씨는 지난 2013년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일을 해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고요. 하던 일을 그만두고 2019년 북한 인권을 알리는 활동을 하기 위해 3개월 동안 미국에 갔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프리저브드 플라워(보존화)’를 알게 됐다고 합니다.
평소 꽃을 좋아하던 김리아 씨는 시들지 않는 꽃에 대한 흥미를 느꼈고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전문 플로리스트 교육과정을 들었죠.
[녹취: 김리아 대표] “프리저브드 플라워 과정이 기본 기초가 생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먼저 생화의 플로리스트 과정을 마치고 보존 처리하는 과정부터 보존 처리된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디자인하는 방법까지 그 뒤로 다시 연결되는 거예요. 프리저브드 플라워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모든 생화를 전부 다 할 수 있지만 일반 꽃집을 하는 플로리스트분들은 그 뒤의 과정을 배워야만 할 수 있는 거죠.”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화를 특수 보존 처리 용액으로 가공해 만들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보존 용액을 알아야 하고요. 탈색과 보존, 건조 등 다양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공부할 것도 많습니다.
[녹취: 김리아 대표] “일단 이게 생화에서 보존 처리하는 과정이 되게 오래 걸리고 까다로워요. 생화는 알아서 저절로 활짝 피어지거나 이런 모습이 있지만 프리저브드는 이걸 하나하나 망울졌을 때 활짝 피기 전에 보존 처리해서 망울이 된 꽃을 다시 한 잎 한 잎 뜯어서 블루밍 처리가 되는 기법이 있어요. 활짝 핀 꽃으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첫 번째로 생화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고,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무드 등이라든가 가습기라든가 블루투스 스피커라든가 디퓨저라든가 다양하게 여러 가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거예요.”
프리저브드 플라워 자격증을 취득한 김리아 씨는 ‘꽃 is 리아’라는 이름으로 2020년 바로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녹취: 김리아 대표] “그때가 코로나 한창 심화된 시기여서 일단은 오프라인은 무리였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도 200만 원이 전부였고 그걸로 할 수 있는 게 지금 당장 온라인으로 팔 수 있는 거였고 그냥 한두 개 시작해서 점점 키워나가기 시작해서 어느 순간 지금 1년이 지났는데 행사도 참여하고 하다 보니까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김리아 씨는 자신의 상품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았습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설명하며 홍보했고요. 온라인 가게에서도 구매가 이뤄지면 작은 선물이라도 꼭 챙겨드렸다고 해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나가며 단골을 만들어갔죠. 그리고 이제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활용한 멋진 가게를 내고 싶다는 생각에 아산상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다시 김리아 씨의 이야기 들어봅니다.
[녹취: 김리아 대표] “여기는, 제가 온라인으로 시작으로 오프라인도 해서 더 크게 나가기 위해서 여기를 다니게 되었어요.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한계점이 있고 아무래도 다양한 분야의 웹 디자인이라든가 광고 마케팅이라든가 이런 다양한 과정들이 저는 되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팀원들을 만나서 팀원들이랑 같이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해서 투자받아서 함께 키워나가기 위해, 네…”
아산상회에서 새로운 팀원을 만나고 창업 교육을 받은 지 이제 2개월이 됐습니다. 교육 기간에는 우선 팀을 구성한 뒤 아이템의 최소단위를 만들어 내고요. 매주 멘토들과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데, 매주 금요일 5시간 동안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아산상회는 어떤 곳인지, 안태호 매니저의 설명 들어봅니다.
[녹취: 아산상회 안태호 매니저] “아산상회는 포용적 창업지원 사업이라고 저희 명명하고 있고요. 북한 이탈 청년을 중심으로 함께 팀을 이뤄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 프로그램은 3월 말부터 시작해서 현재 진행 중이고요. 총 5개월 동안 해서 8월 말까지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건 창업 교육에 해당하는 거고, 창업 교육 이후에는 인큐베이팅, 액셀러레이팅 과정이 준비돼 있습니다.”
현재 김리아 씨는 두 명의 팀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과 유통을 맡은 이정은 씨와 뷰티 쪽을 담당하는 제니 씨인데요. 이들은 ‘힐링 타임’이라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서로 창업에 관한 얘기를 하다 뜻이 맞아 함께 하게 됐습니다. 김리아 씨와 팀원들은 반려견 동반 카페를 구상하고 있는데요. 그 내부를 친환경적으로,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꾸미고 모든 인테리어도 사업화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먼저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은 씨의 소감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이정은 씨] “처음에 여기 하게 됐을 때도 아산재단에서 진행하는 거여서 기대도 컸고 여러 가지 계속 교육해주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잘 맞았고 혼자 원래는 사업을 하다가 팀으로 구성해서 하니까 거기에 대해 시너지가 있어서 되게 만족합니다.”
이 밖에도 뷰티를 담당하고 있는 제니 씨는 팀원들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뷰티 담당 제니 씨] “제가 낯가림도 있고 사람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그중에서 제가 고른 팀원들이 제일 멋있는 거 같고, 리아같은 경우는 제가 아는 서른 살 여자 중에 제일 멋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저랑 동갑이긴 한데 또래 친구들보다 생각하는 것도 깊은 것 같고 그동안 이렇게 지나온 세월을 들어보면 되게 열심히 살았구나. 아 뭔가 같이 해보고 싶다. 도움이 되고 싶다. 이런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옆에서 인터뷰를 듣고 있는 동료이자 친구인 리아 씨에게 이런 말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녹취: 제니 씨] “혼자가 아니니까 외로워하지 말고 기댈 데가 있으니까 언제든 편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갑작스러운 친구의 말에 리아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 모습을 본 아산상회 안태호 매니저는 바로 이 부분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태호 매니저] “우선 귀한 동료들을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이게 팀창업이다 보니까 한국 청년, 외국 청년들의 자원들을 북한 이탈 청년들이 이 친구들에게서 많이 얻어갔으면 좋겠고 동료로서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인 것 같고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의지를 확실하게 해서 다음 스텝까지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안태호 매니저는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것이 창업이다 보니 창업 외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더 많이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환경이나 투자자 연계 같은 부분을 이들이 직접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했는데요. 덕분에 김리아 씨는 새롭게 도전하는 두 번째 창업은 아산상회와 팀원들이 있어 두렵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리아 씨가 전하는 자신의 꿈에 대해 들어보시죠.
[녹취: 김리아 대표] “저의 꿈은 일단은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지금 하고 있지만 좀 더 키워서 생활 쓰레기, 사실 생화는 금방 시드니까 쓰레기가 되잖아요. 그래서 생활 쓰레기를 줄이고 프리저브드 시장을 넓혀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를 알리고 싶고…”
끝으로 북한에도 이런 꽃시장이 있는지도 김리아 씨에게 물어봤는데요. 고향에는 화훼단지가 없다면서 나중에 남북이 왕래가 된다면 그때 자신이 하는 시들지 않는 꽃,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북한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리아 대표] “거기(북한)는 당연히 없죠. 당연히 없고 생화 자체도 큰 도시에만 있을 뿐이고 지방에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꽃이 필요할 때는 산에서 직접 꺾어다 판매하거나 사용하는 시스템이에요. 아니면 그냥 조화를 만들어 쓰거나 종이를, 종이꽃을 만들어서 인테리어 소품을 많이 하세요. 그쪽에는 화훼단지 자체도 없으니까 그런 것도 아주 필요할 거고 축제장 같은 데도 많이 필요할 거고 그쪽에서 할 게 되게 많죠.”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