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비난 성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북한이 미국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하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최근 러시아 관영매체인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일 미한 연합훈련을 비난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거듭 밝히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에 배치한 무기 철거를 요구했습니다.
신홍철 대사는 그러면서 미국에 맞서 북러 사이의 협력과 전략적 전통적 관계를 더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의 밀착 행보를 보여왔던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도 지난 6일 화상으로 진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 ARF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미한 연합훈련 취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북한과의 공조를 과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러시아 주재 대사는 북한이 미중, 미러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을 활용해 주한미군 철수와 연합훈련 중단 같은 북중러 3국 공통 입장을 부각시키고 밀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위성락 / 전 러시아주재 한국대사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미러 관계가 점점 악화될수록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이 한반도와 주변에서 운영하는 군사력에 대해서 경계심을 높이고 부정적으로 보는 강도를 높이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중국 러시아와 북한간에 접점이 있다고 봐야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2018년 이후 언급하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것에 주목했습니다.
대미협상 장기 교착 상황에 따른 초조함을 드러낸 것으로 미중, 미러 간 군사적 갈등 상황을 이용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1차적으로 그들의 시간이 없다는 초조함이 반영되고 그 초조함으로 인해서 미국과의 협상을 빨리 돌려야 된다고 하는 것 최근에 보이는 중국 러시아까지 보면 그런 미국과의 협상을 준비하면서 뒷배를 만들어 놓는 거죠. 협상을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전 조치를 하고 있다…”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홍민 박사는 북한 정권이 자신들의 협상 재개 조건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하기 위해 북중러 연대 강화 카드를 부각시키는 이중전략을 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홍민 /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에게는 어떻든 미국과 협상 여지는 계속 가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의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향후 수년간 한반도 정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차원에서 내년 3월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세력의 집권을 저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차원에서 북중러 밀착을 강화하면서 남북 협력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에 적극적으로 미국 또는 한국과 대화 국면을 만들려고 시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