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한 연합훈련을 이유로 들어 반발하면서 사흘째 남북 연락채널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락 채널 전격 복원으로 한국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거론됐던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가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경색국면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한국 국방부와 통일부는 12일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통화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시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측은 지난달 27일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뒤 2주 동안 한국 측과 정기적으로 통화를 했지만, 미한 연합훈련의 사전연습인 위기관리 참모훈련이 시작된 10일부터 한국 측의 정기통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각각 미한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안보 위기 경고 담화를 낸 뒤 나온 상황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통신선 복원 후 곧바로 담화 공세로 나온 북한의 행동은 도발의 명분을 쌓기 위한 사전 각본에 따른 것이라면서 남북관계 회복에 힘을 쏟았던 한국 정부의 대응에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형석 / 전 한국 통일부 차관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한에게는 원래부터 민감하게 생각했던 사안이고 소위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북한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집중적인 하나의 상징적 사안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미국과 협의해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 너무 이른 시점에 협의를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도 북한의 행보는 체제 결속에 초점을 맞춘 계산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내부 위기의 원인을 외부세력에게 전가하기 위해 대남 비난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 내부가 사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수해가 가중되고 있고 그렇게 보면 지금 이 엄혹한 상황에서 외부에서 한국과 미국이 문제를 일으키고 위협을 하고 있다는 그런 위기감을 더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어요. 체제 결속을 노리고. 왜냐하면 북한이 한미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할 행동이 많지 않거든요. 판을 완전히 깰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규모 훈련을 할 수도 없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북 관계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갖고 있는 한계를 익히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행보에서 대남관계는 중요 고려 요인이 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경제 위기와 복잡한 내부 사정을 감안해 단기 승부에 나설 수 있으며, 미국을 흔들만한 고강도 도발을 통한 벼랑끝 전술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한반도 긴장 조성을 단기간 내에 할 생각이 있다고 판단돼요. 내적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되고 그렇기 때문에 빨리 긴장 조성을 해야 다음 국면 전환이 가능한 것이고요.”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의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한국을 압박해 미국을 설득시키게 할 것이라면서, 내년 한국 대선에서 보수 정권의 탄생을 바라지 않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게 어느 정도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범철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북한이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두면서 문재인 정부를 압박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북한도 사실은 한국의 내년 대선을 고려할 때 다시 보수정부가 탄생하는 것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에게 어느 정도 호응할 필요성은 느낄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판 자체를 계속 깨고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북한에게도 손실이 따르는 거죠. 향후 몇 년간의 정세를 고려할 때.”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