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핵시설 재가동 징후가 포착되고 미국이 시급한 대화 필요성을 밝힌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미한 양국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도적 협력 카드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대화 촉진 효과에도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북한이 최근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보고서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의 시급성을 보여준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핵 협상 실패 역사를 상기키시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습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북한 정권을 비핵화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 엄청난 금액의 식량 지원을 했는데 돌아온 것은 북한 정권의 핵실험과 핵무기 보유량 증가라면서 25년 전과 달리 식량 지원이 비핵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미한 당국이 대화 재개에 무게를 두고 대북 인도적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데, 대해 핵 능력에 비례해 높아진 북한의 요구를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우리는 한 세대 전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 엄청난 금액에 해당하는 식량 지원을 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수소폭탄 실험까지 하고 핵무기를 늘려온 북한은 전보다 훨씬 많은 지원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가격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한국에 약간의 주도권을 주는 미국 정부의 현재 대북 접근 방식으로는 과거와 같은 결과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남북 인도적 협력 추진 과정에서 한국이 너무 앞서 나가서는 안 되며 비핵화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미국과 철저한 조율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한반도 긴장을 줄이는 것이 한국의 오랜 관심사입니다. 따라서 한국이 남북 협력사업과 관련해 미국과 협의를 진행해 온 것은 분명하며 이것이 (철저한 조율)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문제와 관련 없이 그 자체의 가치로 평가돼야 한다면서, 지원 필요성이 입증됐는지, 원조가 실제 지원 대상을 향하는지 등 인도주의적 정신에 입각한 객관적인 분석과 평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이것이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진한다면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고 협상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