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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8개월째 대남 소음방송…한국 접경지 주민들 고통 가중


한국 파주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북한 확성기의 모습.
한국 파주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북한 확성기의 모습.

북한의 8개월째 이어지는 대남 소음방송으로 한국의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 다양한 도발들을 함께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8개월째 대남 소음방송…한국 접경지 주민들 고통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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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의 한국에 대한 소음방송이 벌써 8개월째 지속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지난해 7월 시작됐습니다.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해 오물 또는 쓰레기 풍선을 한국에 지속적으로 날려 보낸 북한이 한국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맞대응 차원에서 기괴한 소음을 한국 쪽으로 밤낮 없이 연일 송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측 접경지 주민들의 고통이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통일촌 이완배 이장은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나날들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완배 이장] “그게 무슨 귀신 나오는 소리, 아주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 보내니까, 요새는 더 시끄럽게 하더라고, 출력을 더 높여 놔서 더 잘 들리더라고. 저녁엔 잠을 잘 수 없는 정도이고 아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죠.”

비무장지대 한국 측 대성동 마을에서 바라본 북한 측 기정마을. 마을 중심에 높이 160m의 인공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자료화면)
비무장지대 한국 측 대성동 마을에서 바라본 북한 측 기정마을. 마을 중심에 높이 160m의 인공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자료화면)

파주시민들은 농업과 관광업을 주된 생업으로 삼고 있는데 육군 1보병사단 관할인 땅굴관광객도 소음방송 여파로 많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남북 접경지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군 당국에서 땅굴관광을 중단시키기도 한다며, 주민들의 생업을 위해서도 남북 간 평화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접경지 일부 가구에 방음창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주민들로선 이런 상태를 계속 버티긴 힘들지 않겠습니까? 주민들이 어떤 대책을 요구하고 있나요?

기자) 접경지 주민들은 군 당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우선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완배 이장은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서 시작됐다”며 “우리가 중단하면 북한도 방송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천시 강화군 주민들이 조직한 대책위원회는 “대북 전단지 살포로 대남 오물 풍선이 날아들고, 대북 방송이 재개되니 대남 방송도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인천시 측에 주민 300명의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한국 정부 당국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권에서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가 중단됐으니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이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2024년 9월 5일 한국 파주 비무장지대 인근 상공에 북한이 날려보낸 쓰레기 풍선이 관측돼고 있다.
2024년 9월 5일 한국 파주 비무장지대 인근 상공에 북한이 날려보낸 쓰레기 풍선이 관측돼고 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쓰레기 풍선 살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위성항법장치, GPS 교란을 거의 매일 지속하고 있고 미사일 도발도 하고 있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앞서 지난 4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집권여당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와 관련한 3자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야당은 대북 방송을 먼저 중단하면 북한에 대남 방송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기했고, 여당도 접경지 주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북한의 소음 공격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대북 방송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결정 사항인 만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판단만으로 이를 중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소음방송이 장기화하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너무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정국을 이유로 이를 방치해선 안되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박사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박사

[녹취: 조한범 박사]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최우선으로 한다고 하면 전략적 유연성을 보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중단했다가 만일 상황이 악화되거나 필요성이 생기면 다시 하면 되는 거거든요. 소음방송을 하는데 북한이 먼저 중단하진 않을 거거든요.”

진행자) 김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도 다시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내 민간단체인 납북자가족모임은 지난 4일 파주경찰서를 방문해 3월 8일부터 4월 2일까지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 명칭으로 집회신고를 완료했습니다.

집회 장소는 파주시 임진각이고 신고 인원은 30명, 집회 시간은 24시간으로 신청했습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더 이상 납북된 가족 송환 문제에 대해 정부를 기다리거나 국민에게 계속 호소할 수 없다”며 정부에 대북 전단 살포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성룡 대표] “내가 집회신고를 냈는데 앞으로 나는 이 납치된 가족 소식지를 보내기를 김정은의 답변이 올 때까지 정부에 공문을 써서 보내 버렸어요.”

최 대표는 “항공안전법을 지키기 위해 소식지의 무게가 2kg을 넘지 않게 법을 준수하며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북한 쪽으로 바람이 부는 날 납북자 516명의 명단을 날려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법원은 앞서 지난달 21일 파주 시민 등이 납북자가족모임 등 탈북자 단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대북 전단 살포 중단 가처분 신청을 “헌법 상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습니다

진행자)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예고에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탈북자 단체 소속 회원들이 북한에 대북 전단을 날려보내고 있다. (자료화면)
탈북자 단체 소속 회원들이 북한에 대북 전단을 날려보내고 있다. (자료화면)

파주 민통선 주민들은 대북 전단 살포를 현장에서 저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완배 이장은 “전단 살포 단체가 집회신고한 날짜에 맞춰 다음 달 6일까지 같은 장소로 집회신고를 했다”며 “통일촌과 대성동 마을, 해마루촌 등 파주 민통선 주민들은 트랙터 20여 대를 몰고 집회 현장으로 나가 대북 전단 살포를 저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파주시는 경기도 특사경과 함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며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파주시는 지난 11일 경기도 특사경과 함께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방지할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습니다.

파주시와 경기도 특사경, 파주경찰서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선 납북자가족모임과 이를 저지하려는 파주 주민들 간 대립과 마찰, 그리고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협의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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