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핵 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을 공개하면서 대미 전략무기 체계들을 망라한 국방발전 5대 과업들이 모두 실제 진행 중임을 과시했습니다. 북한으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유리한 협상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핵 무력 강화를 과시하는 최대한의 카드로 이를 한층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최근 핵 추진 잠수함을 일부 공개하면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제시했던 국방발전 5대 과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결정하고 그 세부 내용으로 5대 과업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해당 과업들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 핵 전략무기 개발, 그리고 군 정찰위성 개발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핵 추진 잠수함을 뺀 나머지 과업은 그동안 꾸준히 개발 동향이 공개됐지만 이번에 핵 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까지 공개됨으로써 북한은 자신들이 설정한 5대 과업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 됐습니다.
진행자) 5대 과업이 다시 주목받는 건 북한이 천명한 대로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 올해 개발이 완수될 것인지 여부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과업들의 완성도를 놓고 다른 견해들을 내놓고 있지만 올해 안에 완수한다는 북한의 당초 목표는 불가능하다는 데에 입을 모았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북한이 수차례 발사를 한 만큼 이미 상당 수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추정이 나옵니다.
고체연료 ICBM은 2023년 2월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지난해 10월에도 ‘화성-19형’이 발사되는 등 개발 동향이 꾸준히 공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 발사 ICBM과 달리 수중 발사 ICBM의 경우엔 북한이 핵 공격 잠수함이라고 주장하며 ‘김군옥 영웅함’을 선보였지만 여전히 발사 플랫폼에 대한 강한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군사 정찰위성은 북한이 2023년 11월 첫 정찰위성 발사에 겨우 성공한 이후 지난해 3기를 추가 발사하겠다고 밝혔지만, 5월 발사에 실패한 이후로는 현재까지 더 이상의 발사 시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 추진 잠수함은 5개년 계획 마지막 해인 올들어 겨우 외관 일부를 보인 수준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지금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호주가 오커스를 결성해서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전폭적인 기술 지원을 받아서 핵 추진 잠수함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그 오커스 결성 시기가 2022년이거든요. 그런데 첫 번째 호주산 핵 추진 잠수함 진수 시기가 2030년대 중반입니다.”
진행자) 김 기자, 이들 5대 과업이 시선을 끄는 또다른 이유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아닐까 싶은데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대미 협상을 해봤던 북한으로선 이를 압박용이든 협상용이든 유효한 카드로 활용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기자)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5대 과업이 북한의 대미 핵억지력을 단기간 크게 상승시킬만한 수준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라고 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천명하고 있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비현실적임을 압박하는 카드로 지속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최소 억제 수준에서의 핵무기 보유 정도가 아니라 선제 핵 공격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는 최대 억제 쪽으로 점차적인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의 5대 전략무기 개발은 미국에 당장의 위협이라기 보다는 향후 닥칠 수 있는 위험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북 핵 정책은 북한의 핵 물질 생산 확대와 실전배치된 핵 미사일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 능력을 증강하고 재래식 전력까지 확충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당연히 가지고 있지 않겠나 싶은 생각을 하고요.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5대 전략무기 보다는 오히려 개발해서 지금 실전에 배치했다고 얘기하면서 운용능력을 과시하는 무기들이 훨씬 더 엄중한 상황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진행자) 북한의 5대 과업이 미국과의 군축협상 카드로 쓸 정도가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긴가요?
기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그동안 공개한 5대 과업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확실하게 마무리된 사업은 없다며, 이번에 선을 보인 핵 추진 잠수함의 경우에도 설사 러시아로부터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를 통째로 받아온다고 해도 운용에 필요한 인프라와 인력을 갖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5대 과업은 아직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심카드가 될 수 없다며 미국을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판으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정도의 수단이 될 순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기술 수준으로 과연 5대 과업들이 성취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들이 많지만 러시아와의 협력이 변수로 떠오른 상황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북한이 이번에 핵 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을 공개한 건 향후 러시아와의 기술협력 비전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두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인민군 파병과 포탄 등 무기 지원 대가로 러시아가 전략무기 핵심 기술을 북한에 넘길지 의문이라며 설사 일부 기술을 지원하더라도 아직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단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지금은 기술을 이전하는 단계가 아니고 미래에 있을 기술 협력, 기술 이전을 위한 서로 간 신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 정황, 북한의 기여 그리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법률적 기초와 지향성, 취지를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성은 열려 있는 건 사실입니다.”
홍민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북한의 추가 파병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지렛대도 강해질 것이라며, 북러는 향후 동북아를 무대로 한 군사 협력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그런 구도에서 필요한 기술 협력이 중장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