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천명한 것이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한국이 미국의 4배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다는 발언은 다음 달 상호관세 부과를 암시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방장관실 대량살상무기(WMD) 특별 고문을 역임한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의회 연설과 관련해 미국의 글로벌 전략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태평양에서 해군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에서 구축함과 버지니아급 공격 잠수함을 건조하는 조선소 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일부 외국 기업들이 이런 조선소를 소유∙운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 think what we're going to see are increasing numbers of shipyards in the United States that are building destroyers and Virginia class attack subs.
I think there's a possibility that's open to some foreign companies could even own and operate some of these shipyards.”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황금기(Golden Age)’를 선언하며 경제적∙군사적 우위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히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며 "백악관에 새로운 조선 사무국을 설치하고, 조선업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특별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 조선업 부활, 한국과 협력 가능”
피터스 연구원은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지명자도 3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중국 침략 억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는 서태평양에 배치할 더 많은 선박과 항공기, 탄약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과 일치한다”면서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중국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더 크고 신뢰할 수 있으며, 강력한 해군을 구축할 수 있는 조선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구축함을 생산할 수 있는 조선소를 소유∙운영할 수도 있고, 미 해군이 한국에서 생산된 (유류 보급선, 유조선, 화물선 등) 비전투 수상함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 think what we could see is a South Korean companies owning and operating shipyards in the United States that could produce destroyers. But I think it's also possible that we could be looking at the US Navy purchasing non surface combatant ships that are actually produced in Korea itself.”
“미, 한일에 더 많은 국방비 지출 요구 가능성”
테렌스 로리그 위스콘신대 동아시아학 교수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선업 이슈는 분명 가치 있는 프로젝트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면서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확실히 행정부 내에는 중국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고, 강경파들이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다시 국방비 지출 증액 요구를 받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동맹 간에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리그 교수] “Certainly there are many in the administration who are very concerned about China and are China hawks. What that means for the allies is going to be interesting because I think South Korea and Japan again are going to be called on to spend more on defense and could cause friction within the alliances.”
로리그 교수는 “한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이 요구받는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을 훨씬 웃도는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국방비 지출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4배 관세’ 발언, 상호관세 부과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나 높다”면서 “우리는 군사적으로나 다른 여러 방식으로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최혜국 대우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면서 “우리는 포괄적인 높은 수준의 한미 FTA를 체결해 관세를 거의 ‘0’에 가깝게 낮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전 대표] “It is accurate to say that Korea's MFN, most favored nation's tariffs are four times as high as the United States. But as you just mentioned, we have a comprehensive high standard Korea US Free Trade Agreement, the KORUS FTA, which brings our tariffs to almost zero.”
오버비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단순한 통상 압박을 넘어 미한 경제 관계에 구조적인 변화를 추진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에 대해 통상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상무부 차관을 역임한 윌리엄 라인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경제석좌는 5일 VOA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최혜국 대우 관세율을 언급하고, 한미 FTA를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물론 그가 4월 2일에 언급한 대로 상호관세를 도입하면, 한국은 미국에 대한 실제 관세가 낮기 때문에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라인쉬 석좌] “Unless he realizes his mistake, it will make him more likely to impose additional tariffs. Of course, if he installs a regime of reciprocal tariffs, as he has said he will on April 2, then Korea could benefit because its actual tariffs with the US are low.”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역임한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VOA에 “한국과 미국의 FTA 결과로 거의 모든 관세가 ‘0’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다른 나라와 혼동했는지 아니면 비관세 조치나 세금 문제로 다음 달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조치를 취할 계획을 시사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커틀러 부회장] “Given that almost all tariffs between Korea and the US are at zero as a result of our bilateral FTA, it is unclear whether the President got Korea mixed up with another country or he is signaling that he plans to take action against Korean imports next month due to non-tariff measure or tax concerns.”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센터장은 이날 VOA에 “한미 FTA 덕분에 거의 모든 관세가 철폐됐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부가가치세와 통화 불일치, 비관세 장벽을 상호관세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꼽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관세뿐 아니라 한국의 다른 장벽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스탠거론 센터장] “While the KORUS FTA has removed virtually all tariffs on trade between the US and Korea,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pointed to VATs, currency misalignment, and non-tariff barriers as factors in how they will determine the reciprocal tariff. The comment was made in this context, suggesting he is not just referring to tariffs in his remark but other barriers in Korea.”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한국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의 예로 들었다”면서 “그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부과할 관세 수준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법 폐지, 관세 부과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끔찍한 법”이라면서, 반도체법을 없애고 관련 지원금을 미국의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탠거론 센터장은 “이는 아마 삼성이나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와 한국 기업들 간에 체결한 계약과 이전에 지급된 자금들이 이러한 투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한 양국이 FTA를 체결했음에도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라인쉬 석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오버비 전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약속한 수십억 달러의 투자는 반도체법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 보조금이 없다면 미국인을 위한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런 대규모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전 대표] “I think it's important that he understand that the billions of dollars of investment that both Samsung Electronics and SK Hynix have pledged to the United States are based on the Chips Act. And without those subsidies, those huge investments that are creating thousands of high paying 21st century jobs for American, those investments would not have been made.”
오버비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 제도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알래스카 에너지 파이프라인 사업을 (해외에) 제안하고 있다”면서 “이것 역시 세금 혜택과 보조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의 부활을 원하고,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한국의 조선업체는 사업의 확실성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와서 제조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생산하길 원한다면, 예측 가능하고 확실한 사업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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