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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위급 당 대표단 방러…양국 관계 과시·우크라 종전 관련 논의 가능성


2025년 2월 24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리히용 북한 노동당 중앙검사위원회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2025년 2월 24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리히용 북한 노동당 중앙검사위원회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북러 간 고위급 접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 포로 문제와 양국 간 전후 협력 문제들에 대한 논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고위급 당 대표단 방러…양국 관계 과시·우크라 종전 관련 논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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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 노동당 고위급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 당 중앙검사위원회 위원장인 리히용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당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24일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25일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24일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리히용 당 비서와 김성남 국제부장을 각각 단장, 부단장으로 하는 북한 노동당 대표단이 모스크바로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러시아 방문은 러시아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 지도부의 초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북한 대표단은 통합러시아 동료들과 만날 예정이며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따른 정당들의 노선에 의한 협조 방안을 토의하는 사업들이 계획돼 있다고 대사관은 설명했습니다.

북러 양국은 지난해부터 여러 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에 파견된 당 비서와 당 부장급은 그동안 러시아를 찾은 북한 인사 중에서도 상당히 고위급 인사들입니다.

리히용은 당내 핵심 부서로 간부들의 인사 문제를 담당하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지낸 인물이고, 김성남은 최선희 외무상과 함께 북한의 외교를 책임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보가 가능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동당 대표단은 작년 2월에도 러시아를 방문했는데, 당시 단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정치국 위원이 단장을 맡아 대표단의 격을 높였습니다.

진행자) 북한 노동당 대표단의 이번 방러 목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없나요?

2024년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문서.
2024년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문서.

기자) 북러 신조약에 따른 협력 문제를 논의한다는 포괄적인 수준의 설명만 나왔는데요, 전문가들은 시점상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 협상 개시에 합의한 직후의 고위급 교류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을 한 북한으로선 종전 협상이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고 대표단을 통해 협상 추이와 러시아 측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 주도로 러우 전쟁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는 양상이어서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 군에 붙잡힌 북한 군 포로 문제는 물론 참전 보상 차원에서의 러시아 측의 대북 지원 문제 등에 대한 논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녹취: 장용석 박사] “전쟁과 관련된 사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 그것은 전쟁포로 문제가 가장 클 것이고 그 다음에 전쟁 참전과 관련해서 서로가 주고받을 게 있다면 그런 데 대한 논의들도 사실은 정산이 필요한 거죠.”

장 박사는 러시아가 북한처럼 당 대 당 외교를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지만 북한 측 대표단장과 부단장의 무게감으로 볼 때 이들이 러시아 측의 어떤 인물들을 만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유엔과 같은 국제무대에서 러우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가 유럽과 우크라이나와 반대편에 함께 서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러 간 이런 분위기가 북한에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기자) 북한도 그런 정세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최근 북한의 고위급 방러가 이어지는 건 이런 정세 변화 속에서도 러시아와의 협력관계가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당 대표단 방러에 앞서 북한 외교단 사업국 대표단은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약 일주일간 러시아를 방문한 바 있습니다.

2025년 2월 15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차시브 야르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BM-21 Grad 다중 발사 로켓 시스템을 발사하고 있다.
2025년 2월 15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차시브 야르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BM-21 Grad 다중 발사 로켓 시스템을 발사하고 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착하게 된 북러가 종전 이후 자연스레 멀어질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예상을 의식해 보여주기식 만남을 늘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북러 간 이런 당 대 당 또는 정부 대정부 간 잇단 교류는 양국 협력 강화를 상징하는 선전 효과를 노린 행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당대당 교류협력 그리고 정부 교류협력 등 다양한 층위에서의 교류협력 성과들을 연결 지어서 최종적 모습에 있어선 상반기 내가 될 수 있고 연내가 될 수도 있고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위한 그런 빌드업의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해 군의 사상무장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5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24일 창립 80주년을 맞은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 “군대를 군사기술적으로 무장시키기에 앞서 사상적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군 건설에서 중핵”이라며 “군인과 무기, 사상을 무장력의 3대 요소”로 규정했습니다.

2025년 2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립 80주년을 맞은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해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2025년 2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립 80주년을 맞은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해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은 군대의 건설 방향에 대해 “변함없이 우선적으로 철저히 정치사상 강군화, 도덕 강군화를 앞세우고 그 다음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군사기술 장비 고도화를 실현해야 한다”며 사상무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1945년 11월 설립돼 평양시 형제산구역에 위치한 김일성정치대학은 일반 야전지휘관을 양성하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과 달리 군 장병들에 대한 사상교육과 당 조직 운영을 담당하는 정치장교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런 군의 사상무장을 강조한 배경에 대해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한국 정부 산하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 위원장의 김일성정치대학 방문 연설과 수업 참관 모습에서 군의 전시 사상무장을 부각한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2025년 2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립 80주년을 맞은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해 내부 사열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2025년 2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립 80주년을 맞은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해 내부 사열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에 실린 김 위원장의 수업 참관 사진을 보면 강의실 흑판과 모니터에 ‘기계화보병여단공격전투 때 당 정치사업’이라는 주제가 쓰여 있고, 다른 모니터와 학생 개인의 모니터에는 한국의 ‘사천시’ 일대로 보이는 지도가 띄워져 있습니다.

경남 사천시에는 공군기지와 KF-21 개발업체 등이 있으며, 사천 공군기지는 현재 훈련비행단의 주둔지이지만 전시 주요 비행자산이 후방에서 이동할 때도 사용됩니다.

홍 박사는 또 “김 위원장은 러시아 파병과 북한 군인 생포가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군의 사상적 이완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녹취: 홍민 박사] “이들이 포로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포로가 됐을 때 다양한 파장이 가져올 수 있는 부분, 그리고 국내적으로 이들의 소문이 들어오고 이들이 자기 가족과 친지들이 있기 때문에 정보가 만약 국내적으로 유통됐을 때 올 수 있는 파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사상적으로 이걸 단속하는 것 외엔 북한으로선 방법이 없거든요.”

진행자) 한국 통일부도 김 위원장 연설에 대한 분석을 내놨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에서도 언급한 정치사상 강군화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며 러우 전쟁 파병과 전국 각지 건설 현장에서의 군대 동원이 그 배경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대규모 해외파병과 건설 현장 동원을 “젊은 군인들이 자연스럽게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하고, “그러다 보니 군내 사상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당 중심 국가 운영을 천명했던 김 위원장의 군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양상이라며 내부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는 징후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정치사상 강군화를 계속 강조한다는 얘기는 그만큼 김정은이 군에 의존하고 있고, 당이 우위를 갖는 상황이지만 군에 자꾸 의존한다는 얘기는 이게 김정일식 선군정치의 하나의 아류라고 볼 수 있어요. 김정일 때도 고난의 행군 때문에 선군정치가 시작됐거든요.”

북한은 작년 11월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와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도 ‘정치사상 강군화’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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