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리 회의서 중국∙러시아 비판…“상임이사국 지위 악용”

‘다자주의’를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격돌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등의 ‘독자 제재’에 반대하며 북한을 비호한 가운데, 미국은 이들 두 나라가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18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은 제재와 안보리 운영 방식 등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극명한 입장 차이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다자주의 실천과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및 개선’을 주제로 개최된 이날 회의는 2월 안보리 의장국인 중국이 주재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 뉴욕 안보리 회의장에서 직접 회의를 이끌었습니다.

중국∙러시아 “독자 제재는 불법”…사실상 미국 겨냥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중국입니다.

왕이 부장은 “유엔 안보리 결의는 구속력이 있으며 모든 국가가 준수해야 한다”면서 “안보리에겐 권위가 있고, 이러한 권한은 모든 나라에 의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왕이 부장 (영어 통역)] “Resolutions of the Security Council are binding and should be observed by all countries. The Security Council is entrusted with authority, and such authority should be upheld by all countries. Any act of bullying, trickery or extortion is a flagrant violation of the basic norms of international relations. Any unilateral sanction that circumvents Security Council authorization lacks legal basis, defies justification and contradicts common sense.”

이어 “어떤 괴롭힘과 속임수, 강탈 행위도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며 “안보리 권한을 우회하는 독자 제재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정당성이 결여됐으며, 상식에 반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직접적으로 ‘미국’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독자 제재’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중국은 미국 등의 독자 대북 제재를 인정하거나 이에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더 나아가 미국의 독자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쟈 유엔 대사도 이날 회의에서 “제재를 가할 권한이 있는 유일한 기관은 안보리뿐이고, 다른 모든 조치는 불법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미국의 독자 제재 체제를 겨냥했습니다.

그리곤 유엔의 제재 체제에 새로운 현실이 반영돼야 한다며 안보리의 대북제재마저 이행할 수 없다는 이중 논리를 폈습니다.

[녹취: 네벤쟈 대사] “Let us recall that the only body authorized to impose sanctions is the Security Council, any other measures are unlawful in nature. However, sanctions by the Council themselves are not etched in stone. As with any other instrument for the maintenance of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the Council has a duty to proactively work to update them, to adapt them to reflect new realities and ensure their effective implementation. In this vein, it is clear that the current restrictions imposed against the DPRK is not helping to normalize the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and a major revision is long overdue.”

“현재 북한에 부과된 대북제재는 한반도 상황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한 시점은 이미 한참 지났다”는 설명입니다.

“거부권 지닌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악용”

도로시 시아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대리대사는 이 같은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하고 유엔 무대에서의 이들 두 나라의 행태를 규탄했습니다.

[녹취: 시아 대리대사] “As for the Security Council, it is charged with maintaining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But critical issues that demand the Council’s attention continually fall by the wayside. Prior to Bashar al-Assad’s departure from Syria, Russia used the Security Council to block any action to hold the Assad regime to account for its crimes against humanity. Russia’s war on Ukraine is the bloodiest in Europe since the founding of the United Nations after World War II. This war needs to end. China has consistently exploited its status as a developing nation within international organizations to advance its separate agenda. The UN should not be in the business of endorsing any one country’s initiatives.”

시아 대리대사는 “유엔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지만 안보리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사안이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최근 퇴진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책임을 묻는 모든 조치를 차단하고, 우크라이나에선 유혈이 낭자한 전쟁을 벌였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중국에 대해선 “국제기구에서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지위를 지속적으로 악용해 별도의 의제를 추진했다”며 “유엔이 한 나라의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는 사업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세계 불안정의 가장 큰 원인인 2개 나라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시아 대리대사] “So, two of the greatest drivers of instability in the world today hold veto power at the Security Council. That is what we are up against.”

또 다른 안보리 이사국인 한국의 황준국 대사는 안보리가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며 북한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황 대사] “The UN, particularly the Security Council, must become more creative and bolder. Though it may be difficult to avoid gridlock on issues where permanent members have divergent views, there are other areas that the Security Council can explore to fulfill its mandate and reinforce its institutional standing. For example, emerging security challenges must be given due attention followed by more active deliberations. The rapid evolution of digital technologies, including artificial intelligence, has amplified the global security risks, particularly when exploited by irresponsible actors such as North Korea.”

황 대사는 “새로운 안보 도전 과제에 (안보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보다 적극적인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특별히 북한과 같은 무책임한 행위자들에 의해 악용될 경우 글로벌 안보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