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배제한 종전 협상 불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종전·평화 협상을 인정하지 않고 그 결과로 나오는 합의도 일절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독립 국가로서, 우리 없이 이뤄진 어떤 합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점을 우리의 파트너들에게 매우 분명하게 알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모든 양자 협상, 다른 주제가 아닌 오직 우크라이나에 관한 양자 협상이 우리 없이 진행된다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특히 “협상이 러시아와 미국 간 양자 대화로 진행되는 것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므로, 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은) 어떤 경우에도 유쾌한 일은 아니”라고 밝히고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논의는 있을 수 없으며, 유럽 국가들도 협상 테이블에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 트럼프 “푸틴과 종전 협상 즉각 개시 합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즉각 개시’를 공론화한 데 대한 반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밝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즉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한 시간 뒤 다시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젤렌스키 대통령과 방금 통화했다”고 밝히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평화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참여 확인 안 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 협상 개시에 동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연쇄 통화 내용을 소개하던 중,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동등한 일원’으로 간주하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도할지에 관한 질문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럽 유력 매체인 가디언은 “트럼프와 푸틴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도자들을 배제한 채 협상을 진행하려는 모습에 유럽 국가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협상이 진행되면 “우크라이나 영토가 분할되고 이어서 유럽 안보가 위협받을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인디펜던트는 지적했습니다.

◾️ 영국·프랑스·독일 등 공동 성명

유럽 주요 국가들은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와 주변 국가들이 배제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12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어떤 협상에서든 유럽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영토 보전은 무조건적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를 강화하고 강력한 안보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칼라스 고위대표와 영국, 독일,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외교장관들은 이날 파리에서 회동 후 공동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어떤 협상에서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또한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안보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성명에 명시하고, 미국과 향후 협상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백악관 “유럽 동참 소식 없어”

이와 관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12일) 브리핑에서 “현재 유럽 국가들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 러시아 공식 협상단 구성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미국을 상대로 공식 협상단 구성 개시를 발표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현안 논의를 위한 협상단을 짜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상황 논의도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협상단 대표를 비롯한 인선에 관한 질문에는 “푸틴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답하고 “대통령이 관련 결정을 내리는 대로 알리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측 종전 협상단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CIA(중앙정보국) 국장, 마이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스티브 위트코프특사 등이 이끌 것이라고 전날(12일) 밝혔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