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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쿠바 이어 시리아와 수교 추진…대북 외교 압박 강화


2025년 2월 5일부터 이틀 간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방문한 김은정 한국 아프리카중동국장이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과도정부 외교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
2025년 2월 5일부터 이틀 간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방문한 김은정 한국 아프리카중동국장이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과도정부 외교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

한국 정부가 북한과 오랜 우호국이었던 시리아와의 수교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수교가 성사되면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쿠바 이어 시리아와 수교 추진…대북 외교 압박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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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는 11일 국제사회 동향과 시리아 측의 의사를 바탕으로 “시리아와의 수교 관련 검토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시리아 측으로부터 수교에 대한 환영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수교 추진을 공식화한 건 지난 24년 간 시리아를 철권통치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되고 과도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여만입니다.

북한과 시리아는 지난 1966년 수교를 맺은 이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1990년대 초에는 ‘미사일 커넥션’으로 불리는 무기 기술 교류가 끊임없이 제기되는가 하면 2007년에는 양국 간 핵 개발 협력 의혹까지 불거지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시리아에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최소 40차례 이상 탄도미사일 부품과 화학무기 제조 물질 등을 실은 선박을 보냈다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도 공개된 바 있습니다.

2024년 12월 12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도로에서 한 차량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2024년 12월 12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도로에서 한 차량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과 꾸준히 서신을 주고받는 등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습니다.

시리아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중간에 위치해 북한이 서구로부터 무기 등을 밀반입하는 경유지 역할도 했습니다.

한국이 시리아와의 수교를 발 빠르게 추진하는 배경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시리아는 북한에 군사는 물론 외교, 경제 거점 역할을 했고 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함께 대표적인 친북 국가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 건물에 인공기가 걸려있다. (자료화면)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 건물에 인공기가 걸려있다. (자료화면)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 외교 역량이 최근, 해외 공관이 5분의 1정도 축소됐거든요. 이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했고 특히 사회주의권과 북한에 우호적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게 김정은판 신냉전 외교거든요 그러나 이 예상과 다르게 한-쿠바 수교 여기에 시리아까지 한국과 수교한다고 하면 북한으로선 이 신냉전 외교가 사실 큰 상처를 입는 거죠.”

북한이 시리아와의 관계가 사실상 붕괴된 건 지난해 12월 시리아 반군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후 두 달 만에 김은정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을 필두로 한 대표단을 시리아로 파견해 시리아 과도정부와 처음으로 접촉했습니다.

정부 대표단이 시리아를 방문한 것은 2003년 이후 22년 만이며, 한국 외교관의 시리아 방문은 1992년 장만순 당시 외교부 차관보 이후 30여 년 만에 이뤄진 겁니다.

이번 수교 논의는 지난해 2월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던 쿠바와의 수교가 성사된 지 1년 만에 이뤄진 것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북한과 시리아 간 교류는 이미 상당 부분 위축돼 있었습니다.

시리아에 주재하던 북한 외교관들은 알아사드 정권이 몰락하자 러시아의 특별전세기로 긴급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동안의 이런 과정을 감안하면 외교적 차원에서 북한이 또 하나의 우방국을 잃었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한-시리아 수교가 성사돼도 북한에 주는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녹취: 장용석 박사] “과거엔 북한으로선 대단히 중요한 거점적 성격까지 가질 정도로 나름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게 사실이지만 ‘아랍의 봄’ 이후 정치 변동이 전개되면서 최근 정권 교체, 아사드가 축출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나름 과거에 의미가 있고 중요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런 것들을 다 상실한 상황에서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의미가 더 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은 들고요.”

시리아 과도정부의 주축인 HTS는 알카에다의 연계조직으로 출범했고 2018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테러단체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내 일각에선 시리아와의 수교 추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국 외교 당국은 이에 대해 시리아와의 수교 추진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흐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4년 12월 28일 아메드 알 샤라 하야트타흐리알샴(HTS) 수장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4년 12월 28일 아메드 알 샤라 하야트타흐리알샴(HTS) 수장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시리아에 대표단을 파견해 과도정부 측과 면담했고, 시리아 임시대통령 아흐메드 알 샤라는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그러나 시리아 정정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주변국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내전 재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시리아와의 수교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 (자료사진)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 (자료사진)

[녹취: 임을출 교수] “새로운 시리아 정권도 서방국가와 협력이 원만치 않으면 다시 북한과 협력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어요. 러시아와의 관계도 지금은 약간 소원해진 걸로 보이는데 서방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다시 또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중동국가들의 딜레마거든요."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자신들의 외교 공간이 축소되는 흐름에 대응해 러시아는 물론 벨라루스와 같은 친러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겨냥해 반미, 반제국주의를 고리로 영향력과 위상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러시아와의 밀착에 따른 군사 경제적 실익이 미미하고 그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만 나빠졌다며, 북한의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심화될수록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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