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공개 수배 중인 대북제재 위반자가 최근 급증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대부분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도주 중인 ‘지명 수배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FBI는 이름, 생년월일, 혐의 내용과 함께 사진이 실린 지명 수배 전단을 게시하고, 이들에 대한 제보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FBI, 대북제재 위반자 26명 ‘수배 중’
이중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공개 수배된 인물은 11일 현재 모두 26명입니다.
지난 2023년까지만 해도 약 10명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배자는 불과 약 2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 것입니다. 또 수배자가 2명에 불과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지명 수배되는 경우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북제재 위반 활동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관련 범죄자들에 대한 미 법무부의 기소가 급증한 데 따른 것입니다.
현재 FBI의 지명 수배자 명단에 오른 인물은 북한 국적자가 19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과 싱가포르가 각각 2명씩으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그 밖에 스페인과 영국, 러시아 국적자가 대북제재 위반으로 FBI의 추적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국적자 19명 중 18명은 불법 사이버 활동을 이유로 미 법무부에 기소돼 결국 수배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우입니다.
FBI는 미국 소니 영화사를 해킹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박진혁과 김일, 전창혁을 지명 수배한 데 이어 지난해 미국 병원 등을 상대로 ‘마우이 랜섬웨어’ 공격을 가한 림종혁에 대한 수배 전단지를 공개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엔 해외 기업에 ‘원격’ 근무 방식으로 위장 취업하거나 이들의 취업을 알선한 북한 IT 회사 직원과 관계자 등 14명에 대한 사진과 신상 정보를 수배 전단지에 담았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FBI 홈페이지에선 이들에 대한 사진과 신상정보를 열람해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직간접적 연관성
최근 수배된 대북제재 위반자들이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점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지난 2023년 FBI는 북한에 담배 판매를 촉진하고, 북한으로 자금을 송금하거나 세탁한 혐의로 북한 은행원인 심현섭과 중국인 칭궈밍, 한린린을 수배했습니다.
이들은 호주, 아랍에미리트 등을 방문한 흔적을 남겼지만, 주 활동 무대는 중국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FBI는 북한 IT 회사와 연계된 14명의 지명 수배자에 대해 이들이 중국과 연계되거나,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내용을 수배 전단지에 명시했습니다. 이들이 원격 취업 방식으로 미국 등 해외 기업에 취업했지만, 실제로 업무를 본 곳이 중국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현재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FBI에 수배된 26명 중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인물은 1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해 중국 혹은 중국인이 연루되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중국은 과거에도 대북제재 위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수사와 기소가 증가하면서 중국의 연루 사례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미 수사 당국에 체포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중국인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9월 호주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돼 현재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진광화로, 북한의 위조 담배 제조·판매를 도와 북한이 약 7억 달러의 불법 수익을 거두도록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진광화는 호주에서 중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체포됐으며, 이후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됐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북한에 총기와 무기를 밀수출한 혐의로 중국인 남성 웬성화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체포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진광화와 웬성화의 법원 기록을 분석해, 이들이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중국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조선족, 즉 한국계 중국인일 가능성도 제기됐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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