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활발하게 운행되고 있는 북한 선박 2척 중 1척은 북한이 불법으로 취득한 선박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선박 구매를 가속화하며 기존 ‘제재’ 선박을 신식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024년 한 해, 공해상과 다른 나라 바다에서 운항 기록을 남긴 북한 선박은 모두 160척입니다.
선박 추적 시스템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외부로 발신된 이들 160척의 국제해사기구(IMO)의 고유번호와 이름, 선적 등이 공개돼 있습니다.
그런데 VOA가 이들 선박을 하나씩 살펴본 결과, 전체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81척이 사실상 ‘제재 위반’ 선박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운항 선박 중 절반이 ‘불법 취득’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11월 30일 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의 선박 구매를 금지하고,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에선 같은 내용을 거듭 상기시킨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운항이 확인된 81척은 유엔이 북한의 ‘선박 취득’을 금지한 2016년 12월 이후에 북한 선적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다른 나라에서 중고 선박을 구매해 자국에 등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운항된 81척 중 21척은 2017년에 북한 선박이 됐고, 이어 매년 3~6척의 선박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북한 깃발을 달았습니다. 이어 2022년에 등록된 선박이 15척, 2023년은 26척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선박 구매가 2022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2023년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VOA는 최근 몇 년 간, 전 세계 선박의 등록 현황을 보여주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를 분석해 북한이 중고 선박 구매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실제 운항 기록을 남긴 선박을 통해서도 동일한 사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은 대부분 이전 선적이 ‘중국’이었으며, 2019년과 2021년 사이엔 한국 선박 여러 척이 북한으로 선적을 바꿨습니다.
빠른 속도로 ‘노후’ 선박 대체
북한이 투입한 선박 2척 중 1척이 사실상 ‘신규’ 선박이라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기존 노후 선박을 비교적 신식 선박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북한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970년 대에 만들어진 선박을 투입할 정도로 ‘노후 선박’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포착된 81척은 대부분 건조 연도가 2000년 대입니다. 다른 나라에선 사용된 지 20년 가까이 된 ‘노후’ 선박이지만, 북한 입장에선 신식 선박인 것입니다.
앞서 선박 전문가인 한국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북한의 중고 선박 구매가 급증한 것과 관련해 “선박이 오래되면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집중적으로 구매 중인 1만t급 이하 선박 거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었습니다.
제재 선박도 빠르게 대체
북한은 또 이번 ‘신규’ 선박 투입을 통해 기존 제재 대상 선박도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50여 척의 북한 선박에 제재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이는 이들 선박이 해외로의 운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난해 운항이 확인된 선박 160척 중 제재 선박은 10척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8년을 끝으로 북한 선박에 대한 제재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우호국이자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의 반대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보리가 약 7년 동안 새로운 선박 제재를 내놓지 않는 사이, 북한은 기존 제재 선박 대신 새로운 선박을 해외 운항에 투입 중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들 선박이 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23년 보고서를 통해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 선박으로부터 금수품을 건네받은 북한 선박 등 20여척을 제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들 20여척은 대부분 북한이 2017년 이후 새롭게 취득한 선박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이들 선박에 제재가 부과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해상에서의 제재 위반 행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북한의 해상 제재 위반에 대한 대응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So, there are certainly bilateral sanctions that can restrict trade and make sure that these vessels do not apply their business between other countries, other than Russia and China, until such time as Russia and China return to the sanctions table.”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다시 임하는 날까진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들이 독자 제재를 통해 북한이 중국, 러시아 외 다른 나라들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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