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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위반 북한 선박, 중국 항구서 포착…중국 정부 ‘방관 의혹’


북한 제재 선박 릉라2호가 중국 보하이만을 빠져나오고 있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제재 선박 릉라2호가 중국 보하이만을 빠져나오고 있다. 자료=MarineTraffic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화물선이 또다시 중국 항구에 입항했습니다. 운항이 금지된 북한 선박이 중국해역에서 반복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재 위반 북한 선박, 중국 항구서 포착…중국 정부 ‘방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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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를 받는 북한 선박 릉라2호가 중국 항구에서 포착됐습니다.

선박 위치 추적 시스템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릉라2호는 현지 시각 3일 새벽 2시 27분경 중국 보하이만 해역에서 신호를 송출했습니다.

해당 위치는 육지에서 약 9km 떨어진 지점으로, 중국 항구에 입항했음을 의미합니다.

유엔 제재 선박, 중국 항구 입항

릉라2호는 새벽 4시 20분 현재 동남쪽으로 운항 중입니다.

장시간 신호를 끈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신호를 켠 점을 고려할 때, 출항 전까지의 움직임을 감추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릉라2호를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모든 회원국이 선박 입항을 금지하고 억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릉라2호의 입출항을 허용하며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릉라2호는 대표적인 제재 위반 선박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2017년에는 북한산 석탄을 환적지인 러시아 홀름스크항으로 옮긴 뒤 한국으로 반입돼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이를 근거로 릉라2호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2019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릉라2호는 '백양산호'라는 이름으로 운항하며 중국 닝보-저우산 해역에서 석탄 환적에 관여했습니다.

이처럼 반복적인 제재 위반 전력을 가진 북한 선박이 중국 항구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의 책임과 의무 이행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VOA는 중국 정부에 릉라2호 관련 질의를 보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북한 유조선 윤홍8호가 중국 해역에서 북상 중이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유조선 윤홍8호가 중국 해역에서 북상 중이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유조선도 수상한 움직임

중국해역에서 의심스러운 활동을 보인 북한 선박은 릉라2호에 그치지 않습니다.

북한 유조선 윤홍8호는 1일 새벽 5시 40분경 중국 원저우 앞바다에서 신호를 송출한 뒤 사라졌습니다. 같은 날 오후 2시경에는 약 200km 북쪽에 위치한 닝보-저우산 해역에서 다시 나타났고, 2일 오전 9시에는 상하이 앞바다까지 이동한 후 신호를 끊고 잠적했습니다.

윤홍8호는 유엔 제재 대상 선박은 아니지만, 국제해사기구(IMO) 고유 번호 대신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만을 공개하고 운항 중인 점이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앞서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VOA와 전화 통화에서 “정상적인 선박으로 국제 항행을 할 땐 두 가지 번호(IMO, MMSI)가 필수지만 이미 제재 대상 선박이거나 선박의 신분을 구태여 나타낼 필요가 없는 경우엔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비상시 MMSI 번호만 노출해 연락을 유지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미온적 대응

최근 들어 중국해역에서 북한 선박의 수상한 움직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유조선 남산8호는 현지 시각 1일 중국 원저우 앞바다에서 신호를 노출한 후 사라졌으며, 위치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북한 갈마호가 중국 룽커우항에 두 차례 접안했으나, 중국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제사회가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을 공개하고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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