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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생일 보도 ‘광명성절’ 표현 사라져…전문가 “김정은 독자 우상화 가속”


2025년 2월 3일 북한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출생 83주년 경축 중앙사진전람회 행사가 열렸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2025년 2월 3일 북한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출생 83주년 경축 중앙사진전람회 행사가 열렸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경축행사가 시작됐지만 관영매체들은 ‘광명성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대 지도자들과 차별화된 정책노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선대 우상화 대신 자신을 위한 우상화를 강화하는 흐름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김정일 생일 보도 ‘광명성절’ 표현 사라져…전문가 “김정은 독자 우상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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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맞아 북한에서 이를 경축하는 행사들이 시작됐다고요?

기자) 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출생 83주년 경축 중앙사진전람회가 3일 인민문화궁전에서 개막했다고 4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람회장에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상과 사진 자료가 전시됐다면서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업적을 비슷한 비중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김정일 생일 경축행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김정일 출생 83주년 경축 기념우표가 발행됐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경축하는 데 예년과 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정일 위원장을 우상화하는 표현으로, 그의 생일을 지칭하는 ‘광명성절’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3일 북한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출생 83주년 경축 중앙사진전람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된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2025년 2월 3일 북한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출생 83주년 경축 중앙사진전람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된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오는 16일인 김 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그를 기리는 기사를 3일 실었는데요. 이 신문은 “83년 전 2월의 그날 우리 장군님의 탄생” 또는 “위대한 장군님”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그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거나 ‘광명성절’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아 예년과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광명성절’을 계기로 한 축제 분위기도 다소 줄어든 양상입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민족 최대 명절로 규정하고 이날을 전후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어왔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노동신문’은 2월 1일부터 ‘광명성절 경축 인민예술축전’ 보도를 했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관련 행사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김일성 주석 생일 때도 감지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김일성 주석 생일을 즈음해 북한은 4월 13일부터 생일 당일인 15일까지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하면서도 ‘태양절’이라는 명칭은 15일 자 기사 한 건에서만 사용했습니다.

2024년 4월 16일 북한 평양 시내. 태양절 대신 '4.15'라고 변경된 김일성 주석의 생일 명칭이 부착된 배너가 세워져 있다.
2024년 4월 16일 북한 평양 시내. 태양절 대신 '4.15'라고 변경된 김일성 주석의 생일 명칭이 부착된 배너가 세워져 있다.

나머지 보도에서는 ‘4.15절’ 또는 ‘4월 명절’ 등의 표현을 써 북한이 의도적으로 ‘태양절’ 용어를 대체 또는 삭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노동신문’에선 ‘태양절’이라는 말은 작년 4월 15일을, 그리고 ‘광명성절’은 작년 2월 17일을 마지막으로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최고 권력이 세습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는 체제 특성상 선대 지도자의 권위는 절대적인 건데요.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권력 기반이 취약했던 집권 초 자신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는 데 선대 우상화를 적극 활용했지만 집권 10년차를 넘기면서 우상화의 방향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오경섭 박사입니다.

[녹취: 오경섭 박사] “완전히 권력을 장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백두혈통이라는 정통성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김일성, 김정일을 부각시키는 방식의 우상화는 하지 않고 오히려 김정은을 부각하는 그런 식의 우상화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봐야겠죠.”

2024년 6월 2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북한 간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2024년 6월 2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북한 간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위원장이 독자적 우상화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지난해 6월 당 전원회의에서 간부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착용토록 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진행자) 선대 우상화의 힘을 빼는 이런 흐름이 김정은 위원장의 대외정책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한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헌법에서 통일과 민족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건 선대 핵심 유훈과 배치되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선대가 부각되면 부각될수록 통일과 민족 삭제의 부담, 통일과 민족이라는 개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김일성, 김정일 선대의 흔적 지우기 이 부분은 사실은 김정은의 대남 전략, 노선 전환 이것과도 관련 있다고 볼 수가 있죠.”

2024년 5월 21일 북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 중 건물 벽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상화가 선대들과 함께 나란히 걸린 모습이 최초로 공개됐다. (화면출처: 조선중앙TV)
2024년 5월 21일 북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 중 건물 벽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상화가 선대들과 함께 나란히 걸린 모습이 최초로 공개됐다. (화면출처: 조선중앙TV)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전략국가로서의 외교안보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태양절’이나 ‘광명성절’ 같은 우상화 표현을 삼가는 건 국제사회를 의식한 이른바 정상국가화를 표방하는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내걸고 나름대로 전략국가로서 국제적 역할을 하겠다는 그런 얘기를 자꾸 하고 있으니까, 연호도 주체연호를 안 쓰고 일반적인 걸 썼고 그 다음에 시간도 표준시를 대한민국과 같은 시간으로 다시 조정하고 그런 건 아마도 정상국가화와 관련 있을 거에요.”

진행자)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독자적 우상화가 북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기자)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북한 선전 당국은 이른바 사회주의 대가정의 어버이상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야간열병식과 항공쇼, 화려한 조명쇼 심지어 인공지능(AI)까지 이용해 우상화 방식도 현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의 외형적인 마무리는 생일 공휴일 지정과 모든 북한 가정에 초상화를 걸도록 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조치를 실시하는 데 지속되는 경제난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일단 지금 하는 일들이 조금 마무리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핵도 마무리돼야 하고 경제도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인정하는 성과가 나와야 되고 그래서 지금 총력을 하는 건데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 보면 북한이 조금 더 가져가려고 하는 게 9차 당 대회가 되지 않겠느냐 생각이 됩니다.”

2025년 1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공개 장소의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25년 1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공개 장소의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한범 박사는 집권 초 민생 개선을 약속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은 우상화 작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선대 지도자들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주민들에게 통일과 민족을 삭제하는 대남 노선 전환 또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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