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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지방 간부 비위에 “특대범죄” 공개 질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4년 12월 29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4년 12월 29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지방 간부 비위행위를 직접 공개 질타하며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섰습니다. 자신의 역점 사업인 지방발전 정책의 추진 동력을 유지하고 민심 이반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김정은, 지방 간부 비위에 “특대범죄” 공개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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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질타한 지방 간부들의 비위 행위가 무엇이었나요?

기자) 북한 대외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로 지난 27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29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 회의는 “최근 당내 규율을 위반하고 부정적인 특권행위를 자행하면서 인민의 존엄과 권익을 엄중히 침해하는 중대한 사건들이 남포시 온천군과 자강도 우시군에서 발생한 것과 관련”해 소집됐습니다.

당 중앙위원회와 규율조사부의 자료 통보와 보고에 따르면 남포시 온천군에서 군당전원회의를 “심히 형식적으로 진행”한 후 “40여명의 일군들이 집단적으로 부정행위를 감행하는 특대사건”을 일으켰습니다.

이들은 “당의 각급 지도간부들이 봉사기관들에서 음주접대를 받았다”며 “당내 규율을 난폭하게 위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자강도 우시군에선 “농업감찰기관 감찰원들이 신성한 법권을 악용해 지역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재산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회의 보고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의 연설에서 온천군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엄중한 당규율 위반과 도덕문화문란죄”로 규정했습니다.

우시군 간부 비위에 대해선 북한의 “제도와 법권에 있어서 추호도 용서할 수 없는 특대형범죄사건”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은 당 규약에 따라 남포시 온천군 당위원회와 우시군 농업 감찰기관을 해산하기로 했고, 우시군 당위원회 책임비서와 농업감찰기관 감찰원 등 가담자에 대해 엄정한 처리안을 선포했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지방 간부들의 비위 행위를 질타하고 나선 건 좀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요?

기자) 김 위원장이 연초부터 비서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지방간부 비위에 단호히 대처한 건 올해 당 창건 80주년과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를 맞아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건 해당 사건이 중대성을 띠고 있어서라기 보다 내부 단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김정은 위원장은 가장 역점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에 동력을 유지하고 또 민심 이반을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보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간부들 비위 수준과 무관하게 기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이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보여져요.”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이번 비위행위가 적발된 지역이 모두 지방발전 정책 시행의 시범 선도 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지방공업 발전을 위해서 지금 지방 건설, 농촌 건설 시범화를 전개하는데 이게 자칫하면 시작부터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거죠. 그 부분을 좀 더 엄중시한 것 같습니다.”

노동신문’은 올 들어 지방공업공장 준공 소식을 연일 전하고 있는데요, 이번 달에만 완공된 10개 공장 가운데 지난 21일 온천군에서 그리고 26일 우시군에서 열린 공장 준공식 소식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김 위원장이 지금 시점에서 민심 이반을 우려할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김 위원장의 이번 조치는 주민들을 향해 자신의 애민정치가 지속된다는 점과 체제 정당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장 박사는 특히 당국 차원에서 여전히 함구하고 있지만 러시아 파병과 대규모 사상자 발생 사실 등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에게 적지 않은 불안 요소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북한 내 민심을 다잡아야 하는 문제, 정당성에 대한 문제 이런 데 대한 고민이 상당히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러시아에 대한 파병 문제 그 다음에 중동 지역 등 독재정권들이 무너지는 문제 특히 시리아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그런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면 간부들에 대한 단속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기자) 그런 전망이 나옵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이번 비위행위와 같은 “중대한 당내 결함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제때에 특대사건화하는 것이 혁명에 이롭고 유익하다”며 “새로운 당건설 노정에서도 중심 과제는 간부혁명화”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예사롭지 않다며 지방발전 정책이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거나 주민들의 원성을 부르게 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통치술의 일환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번 경우 군당위원회를 아예 해산시켜버렸고 농업감찰기관도 해산하고 다시 조직하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관계자들은 제가 보기엔 숙청을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보면 기존의 관행에 가까운 일들을 이렇게 공개한다는 것 자체는 사실 책임 전가라든가 일종의 공포 정치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노동신문’은 후속 보도를 통해 간부 기강을 잡기 위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양상입니다.

‘노동신문’은 31일 김 위원장의 이번 조치에 대해 “당의 본태와 영상을 흐리게 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그것이 크든 작든 추호도 용서 없음을 다시금 각인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지난 시기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집권당이 붕괴한 이유도 “간부들이 관료화되고 도덕적으로 부패돼 혁명적 당의 본태가 흐려지고 인민의 지지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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