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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쿠바 수교 11개월 만에 대사관 개설…북한 외교 입지에 타격


2025년 1월17일 쿠바 아바나에서 한국 주쿠바대사관 현판 제막식 행사가 진행됐다. 좌측부터 이호열 주멕시코대사관 공사·이주일 중남미국장·카를로스 페레이라 쿠바 외교부 양자총국장·아리엘 로렌조 쿠바 외교부 아시아대양주국장. (사진출처: 한국 외교부)
2025년 1월17일 쿠바 아바나에서 한국 주쿠바대사관 현판 제막식 행사가 진행됐다. 좌측부터 이호열 주멕시코대사관 공사·이주일 중남미국장·카를로스 페레이라 쿠바 외교부 양자총국장·아리엘 로렌조 쿠바 외교부 아시아대양주국장. (사진출처: 한국 외교부)

한국과 쿠바 두 나라는 수교 11개월 만에 대사관 개설과 대사 부임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한국이 북한의 형제국으로 여겨졌던 쿠바와 공식 외교에 돌입함으로써 북한의 외교 입지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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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지난해 수교를 한 한국과 쿠바 두 나라가 이달 들어 후속 조치를 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7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 미라마르 지역에서 쿠바 주재 한국대사관 개관식을 가졌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측에선 이호열 주멕시코 공사와 이주일 중남미국장이, 쿠바 측에선 카를로스 페레이라 외교부 양자총국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초대 대사에는 통상전문가인 이호열 공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 사절에 대한 주재국 사전동의 절차인 아그레망까지 완료된 상태로, 조만간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면 취임할 예정입니다.

한국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되면서 신임 대사 임명 절차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임명 전엔 현지에 파견된 외교부 직원이 대사 대리로 활동합니다.

2025년 1월 7일 한국 정부서울청사에서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 주한 쿠바대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신임장을 제정 후 사진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출처: 한국 외교부)
2025년 1월 7일 한국 정부서울청사에서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 주한 쿠바대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신임장을 제정 후 사진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출처: 한국 외교부)

쿠바의 경우 이에 앞서 클라우디오 몬손 주한 대사가 서울에 부임해 지난 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신임장을 제출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주한 쿠바 대사관은 아직 개설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국 외교부는 대사관 개설을 위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상반기 내 대사관이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김 기자, 한국과 쿠바 수교는 쿠바가 북한의 형제국이라고 할 만큼 친북국가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의 주쿠바 대사관 개설 그리고 주한 쿠바대사 부임은 지난해 2월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11개월 만입니다.

쿠바와의 수교는 한국 외교 역사에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쿠바는 한국에게 중남미 지역에선 유일한 미수교국이었습니다.

쿠바는 한국 전쟁 당시 한국에 긴급 원조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는데 1959년 피델 카스트로 혁명 이후 사회주의와 반미 가치를 공유하는 북한과 국교를 맺고 한국과는 외교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한국이 다시 쿠바에 손을 내민 건 1999년이었습니다. 한국은 당시 유엔총회의 대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후 한국 역대 정부들은 쿠바와의 외교 관계 복원을 위해 꾸준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결실은 윤석열 정부 들어 맺게 됐습니다.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은 2023년 5월 과테말라에서 개최된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와 9월 유엔총회 등 1년에 3번이나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차관 등 고위 관계자를 만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지난해 쿠바와의 수교가 성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방해공작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4년 7월 16일 한국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한국에 망명한 것으로 확인된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담당 참사 관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2024년 7월 16일 한국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한국에 망명한 것으로 확인된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담당 참사 관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1월 가족을 데리고 한국에 망명한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담당 참사는 한국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탈북 전까지 쿠바 대사관에서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이제 한국과 쿠바가 수교국으로서 공식 외교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건데요, 양국은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요?

기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쿠바가 북한의 중남미 외교의 거점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외교 공간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녹취: 장용석 박사] “한국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 요인이라든가 다른 요인 보다 역시 정치적 외교적 요인들 특히 북한의 거점 공간이 존재했던 나라와 수교를 함으로써 북한의 외교적 입지를 상대적으로 굉장히 위축시키는 측면들 이런 것들이 크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쿠바는 한국과 관광 등 경제협력이나 문화 교류를 통해 국익을 도모하려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쿠바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진영 논리로 국제사회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북한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걸 감수하면서 한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쿠바가 대한민국과 수교했다는 것 자체는 북한 중시에서 남북한 등거리 외교로 노선이 바뀌었다는 것이죠. 지금 세계적 추세에 쿠바가 따라간다는 의미가 있고 북한은 외교적으로 고립된다는 의미도 있을 수 있는데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다극 체제 구도로 활로를 찾는 그런 쪽으로 갔을 수 있거든요.”

진행자)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쿠바의 향후 외교관계 발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요. 어떤 얘기인가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들어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들어보이고 있다.

기자) 네,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쿠바를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하도록 한 조 바이든 전임 정부의 방침을 취소한 때문인데요.

미국은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에 대해 무기 수출 제한, 원조 지원 제한, 금융 관련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쿠바 관계가 이제 시작 단계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트럼프 특유의 양자 외교 차원의 조치이기 때문에 한-쿠바 관계가 미한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트럼프라는 복병이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한-쿠바 관계에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진 않다, 왜냐하면 이제 관계 개선의 초기거든요. 그렇다면 한-쿠바 관계가 지금 무역이나 외교적 안보적으로 핵심적인 중요성이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한국 정부로선 어느 정도 속도 조절하는 정도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또 미북관계에도 쿠바 문제는 크게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고유환 명예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주요 국정 과제로 내 건 불법 이민 문제 해결 차원에서 쿠바를 일종의 본보기로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며 한-쿠바 외교 관계가 급속하게 발전하지 않는 한 미국에게 큰 관심사가 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이렇게 한국과 쿠바 간 외교 관계가 본 궤도에 오르게 되면 북한과 쿠바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기자) 북한은 쿠바를 비판하는 등의 직접적 표현은 하지 않고 있지만 불편한 기색은 역력합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발송한 연하장에 지난해엔 쿠바가 포함돼 있었지만 올해는 제외됐다”며 “쿠바와 한국이 올해 수교를 했고 최근 주쿠바 한국 대사관이 개관된 점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김정은 위원장이 2025년 새해에 즈음해 여러 나라 국가와 정부 수반들과 정당 지도자들, 인사들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2025년 1월 18일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 국가 지도자들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화면출처: 노동신문 홈페이지)
2025년 1월 18일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 국가 지도자들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화면출처: 노동신문 홈페이지)

‘노동신문’은 연하장을 받은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국가와 직책을 나열했는데, 쿠바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장용석 박사는 그러나 북한과 쿠바 외교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장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제3세계 국가들 또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고 있고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쿠바는 여전히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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